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책임론 국감서 충돌…이억원 "국민께 송구"·靑 개입 부인

신동근 2026. 10. 8.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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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억원 금융위원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놓고 여야가 국정감사에서 충돌했다. 국민의힘은 상품 출시 이후 투자자 피해가 54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하며 금융위원장의 사퇴와 당시 정책 책임자들의 증인 채택을 요구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청와대 지시 의혹을 부인하면서도 투자자 손실에 대해서는 사과했다.

8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위원장은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에 따른 투자자 손실을 지적하며 대국민 사과와 사퇴를 요구하자 정책 도입의 필요성과 관계없이 손실과 피해 우려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후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을 향한 직접적인 사과를 요구하자 "도입 필요성 등을 고려해 상품을 도입했지만 결과적으로 여러 상황으로 국민께 심려를 끼친 데 대해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진심으로 송구하고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다만 상품 출시 과정에서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송 의원은 지난 1월 28일 금융위 보고자료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시점이 하반기로 명시돼 있었지만 3월 18일 관계기관 합동회의에서는 2분기로 앞당겨졌다며 그 배경을 추궁했다.

송 의원이 청와대 지시 여부를 묻자 이 위원장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이어 지난 3월 11일까지 40일간 입법예고를 진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특별한 의견이 나오지 않아 이후 절차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1월 13일 김용범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 주재 비공개 회의에서 사실상 상품 도입이 결정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그렇지 않다"며 "여러 의견을 들었고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결정했다"고 답했다. 이어 해외에서는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을 국내에서는 제한한다는 문제 제기가 이전부터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상품 도입 근거가 시행령 개정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금융위가 관계부처 협의와 입법예고, 의견 수렴을 거쳤으며 이후 운용사의 상품 개발과 증권신고서 심사, 상장심사 등 단계별 절차에 따라 출시가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상품 출시 이후 주가 변동성이 확대된 데 대해서도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영향도 있겠지만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며 글로벌 반도체 업종의 변동성 확대와 국내 증시의 반도체 종목 집중도 상승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야당은 이 같은 해명에도 상품 도입을 결정한 주체와 정책 책임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며 관련 인사들의 증인 채택을 거듭 요구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지방선거 일주일 전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졸속 출시되면서 국민 피해가 54조원에 달했다"며 "고위험 금융상품 출시에 청와대가 관여하고 출시를 서둘렀다는 의혹이 제기되는데 왜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이었던 김용범 전 실장을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핵심 증인 채택을 가로막고 진실 규명을 거부하며 방탄·맹탕 청문회로 만들려는 여당의 시도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김용범 전 실장과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황성엽 금융투자협회장 등의 증인 채택을 요구했다. 그러나 여야 간 이견으로 관련 증인 채택은 불발됐다.

박준태 의원은 지난 1월 금융위 주재 회의에서 금융투자협회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을 건의했지만 정작 회원사 가운데 이를 요청한 곳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이재명 대통령과 청와대가 주범이고 금융투자협회와 금융위원회가 공범이라고 잠정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의 사임에 대해서도 "꼬리 자르기"라고 규정하며 "이대로라면 아무도 책임질 사람이 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은 야당이 제기한 투자자 피해 규모가 부정확하다며 반박했다.

박홍배 민주당 의원은 54조원 손실 주장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공식 입장을 확인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해당 추정치가 공식 자료가 아닌 비공식 시장 논평에 근거하고 있으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뿐 아니라 전체 레버리지 상품을 대상으로 하는 등 산정 범위가 넓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또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10개 증권사의 지난 8월 14일까지 매매손실이 약 2조30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기초자산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했고 여기에 레버리지가 적용됐으니 피해액은 절반 정도로 보는 게 맞지 않느냐"고 말했다.

청와대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음모론적으로 몰고 가는 측면이 있다"며 해외에서 이미 국내 주식 기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거래되고 있었다는 점을 거론했다. 박 의원은 "해외와의 규제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도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여당에서는 한국거래소의 시장 감시 기능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김현정 민주당 의원은 고빈도 알고리즘 매매(HFT) 업체들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장 마감 무렵 리밸런싱 거래를 이용해 차익을 얻고 있다며 거래소의 관리·감독 부실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올해 1~5월 월평균 HFT 거래대금이 2700조원이었지만 상품 상장 이후인 6~8월에는 4200조원으로 약 52%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또 고빈도매매 업체들의 거래 행태를 전수조사하고 거래소의 공적 감시 기능을 별도 독립기구로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불공정거래 발생 가능성은 거래소가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더 엄격하게 살펴보고 위법행위가 발견되면 즉시 대응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