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크크·기대컨·분좋카···유행어 얼마나 알고 있나요"

강승희 2026. 10. 8.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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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층을 중심으로 줄임말과 신조어·외래어가 일상 대화에 자리 잡으면서 한글 사용 풍경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특히 학교나 공공기관의 안내문, 매장 메뉴판, 프로그램 홍보물 등에서 외래어보다 우리말 표현을 먼저 사용하고 필요한 경우 괄호 안에 외래어를 함께 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채원 전남대학교 국어문화원 우리말 가꿈이 대표는 "과도한 신조어 사용으로 인한 세대 간 언어 장벽이 형성될 수 있다"며 "공공언어와 외래어를 쉬운 표현으로 다듬는 일 역시 시민들이 행정 정보를 이해하고 필요한 정보를 얻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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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100돌 2026 다시 본 한글(상)-사용 실태]
젊은 층 중심 새 용어 급속 확산
줄임말, 결합어, 밈 등 통해 완성
키오스크, 워크숍…외래어 일상화
행정 용어 속 낯선 표현도 많아
“세대간 소통 단절 우려” 지적도
광주특별시 북구 전남대학교 후문 일대 상점들 모습. 양광삼 기자

젊은 층을 중심으로 줄임말과 신조어·외래어가 일상 대화에 자리 잡으면서 한글 사용 풍경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새로운 표현은 재미와 친밀감을 더하지만, 세대와 집단에 따라 소통의 장벽이 되기도 한다.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맞아 달라진 한글 사용 실태와 우리말이 나아갈 방향을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이번 시험 너무 기대하지 마. 기대컨 해야 돼…그나저나 오늘 점심은 뭐 먹지? 점메추 좀.”

점심시간 카페에 들른 직장인 김유진(가명·32)씨는 옆자리 청년들의 대화를 듣고 고개를 갸웃했다. ‘기대컨’은 ‘기대 컨트롤’, ‘점메추’는 ‘점심 메뉴 추천’을 줄인 말이다. 뜻을 알고 나면 이해할 수 있지만, 처음 듣는 사람에게는 낯선 표현이다. 최근에는 더운 날 따뜻한 커피를 쥬마셨다가 친구에게 ‘늙크크’라는 말도 들었다. 한 아이돌 그룹의 곡 ‘영크크’(영 크리에이터 크루)의 반대말인 ‘늙크크’는 최신 유행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의미한다. 김씨는 “요즘은 줄임말이 많고 유행하는 신조어가 빠르게 바뀌는 것 같다”며 “같은 한국말을 쓰는데도 무슨 뜻인지 몰라 대화가 막힐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광주특별시 북구 전남대학교 후문 일대 상점들 모습. 양광삼 기자

신조어가 일상 대화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짧고 간결한 표현은 소통의 편의성과 재미를 더하지만, 세대와 집단에 따라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 간극을 키우기도 한다.

신조어는 기존 단어를 줄이거나 결합하는 등의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완내스(완전 내 스타일)’, ‘스불재(스스로 불어온 재앙)’, ‘분좋카(분위기 좋은 카페)’ 등은 긴 표현을 짧게 줄인 표현들이다. ‘자려하다’는 ‘자연스럽다’와 ‘화려하다’를 합쳐 두 단어의 의미를 함께 담고 있다. 온라인 밈(Meme·특정 사회나 집단에서 모방을 통해 전파되는 문화요소)을 통해 새로운 표현이 확산되기도 한다. ‘밤티’가 대표적이다. 한 모바일 아바타 게임 이용자 ‘밤티’가 다른 이용자가 한 외모비하 발언에 “네”라고 답한 대화 캡처가 밈이 돼 퍼졌다. ‘촌스럽다’, ‘별로다’ 등의 느낌을 나타낼 때 주로 사용된다.

신조어는 유행을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에 친밀감을 형성하고 소속감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반면 표현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대화 맥락을 이해하기 어렵하게 하고, 의미를 별도로 설명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소통의 어려움은 전남대학교 국어문화원 ‘우리말 가꿈이’ 모둠 활동에서도 확인됐다.

‘쉽게 하자’팀이 전남대 후문 인근 카페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 카페 직원은 “손님이 음료를 주문할 때 사용하는 줄임말을 모르면 주문 내용을 다시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고 답했다. 또 다른 직원은 “메뉴판에 적힌 외래어를 손님이 이해하기 어려워 하면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정란과 8인의 병아리’팀은 일상에서 사용하는 외래어에 주목했다. ‘키오스크’, ‘무인 인쇄소’, ‘워크숍’ 등이다. 이들은 외래어를 무조건 없애기보다 사용 대상과 상황을 고려해 의미가 명확한 우리말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학교나 공공기관의 안내문, 매장 메뉴판, 프로그램 홍보물 등에서 외래어보다 우리말 표현을 먼저 사용하고 필요한 경우 괄호 안에 외래어를 함께 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공공기관과 교육 현장에서 사용하는 행정 용어에도 낯선 표현이 적지 않다. ‘빛가꿈이’팀이 관련 용어를 살펴본 결과, ‘공제하다’와 ‘구비하다’ 같은 한자어부터 ‘원스톱 서비스’, ‘TF’ 등 외래어를 활용한 표현까지 확인됐다. 이러한 용어는 다문화 가정과 청소년을 비롯해 행정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시민들이 공공 정보를 이해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빛가꿈이’팀은 ‘공제하다→떼다·빼다’, ‘구비하다→갖추다’, ‘원스톱 서비스→한곳 처리 서비스’, ‘결보 →보충 수업·보강’, ‘TF→전담팀’ 등으로 바꿔 쓸 것을 제안했다.
챗GPT AI 이미지 

신조어의 확산에 대해서는 엇갈린 의견이 나온다. 어휘가 풍부해지고 언어문학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이 있는 한편, 세대 간 대화를 단절시키고 언어 격차를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신조어의 유행 바람을 타고 특정 계층이나 지역 등을 비하하는 용어가 등장하면서 사회갈등을 일으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이채원 전남대학교 국어문화원 우리말 가꿈이 대표는 “과도한 신조어 사용으로 인한 세대 간 언어 장벽이 형성될 수 있다”며 “공공언어와 외래어를 쉬운 표현으로 다듬는 일 역시 시민들이 행정 정보를 이해하고 필요한 정보를 얻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승희기자 wlog@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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