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고령농·임대차 농지 ‘전수조사 처분’에서 제외
정부가 농지 전수조사에서 확인된 경미한 불법 임대차·소유에 대해선 농지은행에 맡기지 않더라도 처분하지 않기로 했다. 투기가 아니라는 사실관계만 확인되면 조사를 종결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경미한 불법 농지는 농지은행에 임대·관리권을 위탁하면 처분을 유예하기로 했던 기존 방침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또 처분 ‘유예’라는 표현 때문에 언젠가는 다시 정부가 땅을 빼앗을 수 있다는 농민들 공포가 계속되자 경미한 위반은 ‘처분을 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지난달 21일 당정 협의로 대대적인 처분 유예 사례를 발표했는데도 불구하고 농심(農心)이 들끓자 명백한 투기를 제외한 농촌 관행은 농지은행이라는 제도권에 들어오지 않더라도 처분 대상에서 ‘제외’키로 한 것이다.

◇농지은행 이용은 ‘선택’
농림축산식품부 송미령 장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농지 특별조치법(특조법)’을 연내 제정하겠다고 8일 밝혔다. 특조법을 통해 처분하지 않기로 한 대표적인 사례는 관행적인 불법 임대차다. 고령으로 직접 경작하지 못하거나, 이웃·친척 등이 대신 경작하는 경우라면 처분하지 않기로 했다. 농지은행에 위탁할 지는 소유주 선택이다. 현재 상태 그대로 두더라도 처분하지 않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지은행 이용이나 농지 실경작자와의 서면 임대차 계약을 권장하기는 하지만 필수는 아니다”라고 했다.
상속농지와 관련한 경미한 불법은 아예 처분하지 않는다. 당초 소유 상한(1ha)을 초과한 상속 농지는 초과분을 농지은행에 위탁하면 처분을 유예해주기로 했는데, 특조법에선 상속으로 인한 위반이라는 점이 확인되면 그 자체로 처분하지 않기로 했다.
종중·사찰·미등기 상속 등 소유관계가 복잡한 농지도 마찬가지다. 농지은행에 위탁하면 처분을 유예하기로 한 것에서 물러나 투기가 아니라는 점이 확인되면 처분하지 않기로 했다.
상속으로 인한 휴경, 맹지 또는 경사지라 농사 짓기 어려워 묵히고 있는 휴경 농지도 처분하지 않는다. 스스로 농사를 짓거나 농지은행에 관리권을 위탁하지 않더라도 처분하지 않는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농지은행 위탁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 처분이 진행되지 않는 방향”이라며 “만일 농지은행에 임대·매도하고 싶다면 농업인이 선택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명백한 투기는 여전히 처분 대상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 농사를 짓겠다고 영농계획서를 제출하여 농지를 취득하고도(상속은 제외) 농사를 짓지 않고 무단 방치하거나 임대하는 경우, 경매 등으로 농지 지분을 사서 가격이 올랐을 때 되팔 목적으로 허위 영농계획서를 제출하여 농지를 취득하고 무단 방치하거나 임대하는 경우, 농업법인을 만들어서 농지를 쪼개 팔거나 임대하면서 부동산 수익을 올리는 경우 등 세 가지가 투기에 해당한다. 농식품부는 이 같은 농지는 소명 절차를 거친 뒤 현행 농지법에 따라 처분 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대통령과 엇박자?
농식품부는 최근 현장에서 청취한 농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전수조사 후속 조치 방안을 내놨지만,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메시지와 혼선을 빚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농지 전수조사를 향한 반발을 정면돌파하겠다는 대통령 뜻과 처분 예외 조건을 넓혀 농민을 달래려는 농식품부 행보가 다소 엇갈리지 않느냐는 것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X(옛 트위터)를 통해 “농지 투기 방지와 제대로 된 농지활용을 위해 농지 전수조사는 꼭 필요하다”며 “저항과 반발 때문에 모든 정부가 회피했지만 저는 회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농지투기를 위해 ‘농사짓겠다고 신고하고 산 농지’를 땅값 상승만을 기다리며 방치하거나 불법임대하는 경우 강제 매각시키라는 것이 국민과 국회가 정해준 법”이라며 “지키지 않을 법이라면 만들지 말든지 폐지해야 마땅하다”고 설명했다.
송 장관의 발언도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전날 국회에서 진행된 농식품부 국정감사에서 송 장관은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비경작 농지와 수도권 투기 용지 중심으로 농지 전수조사를 대전환할 용의는 없느냐”고 묻자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장관으로서 그 부분도 알아보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이었지만, 현장에선 농지 전수조사 범위가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며 혼선이 있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공연장서 프로그램 폈다가… ‘관크’ 지적에 얼어붙다
- 돈가스와 돈카츠…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두 요리의 세계
- 우리 몰래 집을 내놨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 ‘거리의 속임수’ 폄하받던 차력… 알고 보니 역도·호국 무술의 뿌리
- 트럼프, ‘경유딜’ 비판한 젤렌스키에 “우크라이나 새 대통령 필요”
- 與 “딸 사건 수사 덮었나”… 한동훈 “망상이자 떼거지 마타도어”
- “오늘이 마지막…팬들께 죄송” 김경문 감독, 한화 떠난다
- 트럼프 유세장에 등장한 타이슨… 전용기 함께 타고 와 무대에도
- [오늘의 운세] 10월 11일 일요일 (음력 9월 1일 戊午)
- 부천 발전소 공사장서 크레인 무게추 사고... 1명 숨지고 1명 다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