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 '국가주도 배상' 시작… "기업간 이견으로 배상 지연 안돼"

강승구 2026. 10. 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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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피해 배상 이행 협약' 체결
3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참사 15년 4대 종단 추모문화제에서 한 참석자가 발언하고 있다. / 사진 제공=뉴스1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에 대해 국가와 기업이 함께 책임지는 배상체계가 8일부터 시행된다. 정부가 배상 여부와 금액을 결정하고, 국가와 기업이 배상재원을 분담하는 방식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8일 서울 석탄회관에서 옥시레킷벤키저, SK케미칼, SK이노베이션, 애경산업 등 가습기살균제 참사 관련 기업 15곳과 '가습기살균제 배상 이행협약'을 체결한다.

협약에 따라 기업들은 피해 배상에 필요한 분담금을 납부하고, 정부는 배상재원 마련을 위한 예산 확보에 나선다. 양측은 원료물질 생산부터 제품 폐기까지 화학물질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해 유사한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협력하기로 했다.

분담금 등을 둘러싼 이견은 별도 협의체에서 조율할 방침이다. 정부는 분담금 관련 분쟁으로 배상재원 확보가 늦어지는 일을 줄이고, 피해자와 유족의 불안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분담금을 둘러싼 이견은 협의체에서 먼저 조율해 분쟁에 따른 배상재원 확보 지연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오는 8일부터는 가습기살균제 특별법 개정에 따라 국가 주도 배상체계가 시행된다. 피해자가 배상을 신청하면 건강피해와 노동력 상실률 등을 조사한 뒤 국무총리 소속 가습기살균제 배상심의위원회가 배상 여부와 금액을 최종 결정한다.

배상이 결정된 피해자는 배상금을 한꺼번에 받거나 향후 치료비를 제외한 금액을 먼저 받고 치료비를 계속 지원받는 방식 중 선택할 수 있다. 기존 구제급여를 받던 피해자는 배상금이 지급될 때까지 구제급여를 계속 받을 수 있다. 기존 피해구제 대상자는 별도 신청 없이 배상심의 신청자로 인정되지만 관련 서류는 제출해야 한다. 배상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 피해자는 재심의를 청구할 수 있다.

배상심의위원회는 이달 중 구성되며, 연말까지 배상 기준을 마련해 내년부터 개별 심의에 들어간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배상총액을 산정해 기업별 분담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이번 협약이 배상이 늦어질까 걱정하시는 피해자분들께 안심을 드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국가도 배상 책임의 당사자로서 배상 절차가 신속하고 투명하게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협약이 시행령에 근거한 제도적 장치라는 점도 주목된다. 일회성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배상 과정에서 제대로 작동하도록 정부가 지속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김 장관은 "오늘 협약은 배상 재원을 안정적으로 마련하겠다는 정부와 기업의 약속을 문서로 확인하는 자리"라며 "시행령에 근거한 협약인 만큼 이행 상황을 꼼꼼히 점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분담금 등을 둘러싼 기업 간 이견이 법적 공방으로 번져 장기화하는 일을 막기 위해, 문제가 생기면 협의체를 통해 우선 해소한다는 원칙도 강조했다. 피해자에 대한 신속한 배상과 구제에 역량을 모아 달라는 당부도 이어갔다.

김 장관은 "기업은 책임의 주체로서 협약 내용을 성실히 이행해 주기 바란다"며 "분담금을 기한 내에 성실히 납부하고, 이견이 있으면 협의체 안에서 상호 협의로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떤 경우에도 피해자 배상이 지연돼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함께 지켜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강승구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