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유학생, 취업하려면 1억원 내라”···연장 땐 4천만원 추가 부과

정유진 기자 2026. 10. 8. 07:2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토안보부, OPT 수수료 부과 발표
최대 3년 연장···내달 9일까지 의견 수렴
대학·기업서 소송 땐 시행 지연 가능성도
마크웨인 멀린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외국인 유학생의 미국 내 취업 기회를 사실상 제한하는 고액 수수료 부과 방안을 추진한다.

미 국토안보부(DHS)는 7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학생비자(F-1)를 소지한 비이민 유학생이 ‘선택적 실무연수’(OPT)에 참여하려면 7만달러(약 9380만원)의 수수료를 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약 500달러인 수수료가 140배가량 폭증하는 것이다. OPT 참여를 추가 신청할 때도 3만달러(약 4000만원)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OPT는 미국 대학 학부나 대학원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한 외국인 유학생이 별도의 취업비자 없이 F-1 학생 신분을 유지한 채 전공 분야와 관련된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임시 취업 허가제도다. 학위 단계별로 최대 1년간 일할 수 있으며,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전공자는 2년을 연장해 최대 3년까지 일할 수 있다.

DHS 대변인은 수수료 신설 이유에 대해 “이민세관단속국(ICE) 산하 ‘학생 및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SEVP)이 OPT 관련 사기·남용 사례를 적발한 데 따른 것”이라면서, OPT가 돈 내고 체류를 연장하는 수법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OPT는 미국 노동시장으로 들어가는 뒷문도, 값싼 노동력에 대한 보조금도, 제도를 악용하는 이들에게 주는 보상도 아니다”라면서 “미국 노동자들은 저임금 외국인 노동력을 공급하는 통로로 전락한 프로그램과 경쟁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제도가 학교들이 F-1 비이민 학생을 OPT에 추천할 때 더 엄격한 감독과 선별 기준을 적용하도록 유도해 사기 행위를 줄이고 프로그램의 무결성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규정안은 ‘학교가 필요한 수수료를 납부하지 않을 경우 이민국(USCIS)은 F-1 비이민 학생에게 취업 허가를 부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수수료 납부 대상을 ‘학교’로 규정했다. 그러나 대학들이 OPT 프로그램 지원자 수수료를 대납해줄 가능성이 낮아 이 수수료는 사실상 학생이나 유학생을 고용하려는 기업이 부담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번 규정안은 다음 달 9일까지 30일간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뒤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미국 대학 총장들을 대표하는 최대 고등교육 단체인 미국교육협의회의 사라 스프라이처 부회장은 “OPT는 유학생들이 미국에서 공부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면서, 규정이 시행될 경우 미국 내 유학생 등록률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대적인 이민자 추방·체포 작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유학생까지 무차별 표적이 되면서, 지난해 가을 미국의 신규 유학생 등록률은 17%나 감소했다. 스프라이처 부회장은 “올가을 통계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일부 대학에서는 30~40%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대학이나 기업 관련 단체가 소송을 제기할 경우, 규정의 시행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때 USCIS에서 수석 고문을 지낸 더그 랜드는 H-1B 취업 비자에 대한 10만달러 수수료 인상이 법원에서 무효 판결을 받은 것처럼 “이번 수수료도 무효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AP통신에 말했다.

그는 “우리가 대학에서 유학생들을 교육하고, 그들이 졸업 후 이곳에서 재능을 발휘하기를 원한다면 당연히 그들을 환영해야지 터무니없는 수수료로 쫓아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