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선점한 드러켄밀러…이번엔 ‘의외의 AI 수혜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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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폴리오가 공개될 때마다 특히 시장의 관심을 받는 이름이 둘 있다.
드러켄밀러는 2022년 말 엔비디아에 크게 베팅하며 인공지능(AI)이 이끄는 강세장에 일찌감치 올라탔고, 이후로도 AI 관련주 투자를 이어왔다.
그렇다면 AI를 중심에 두고 투자해 온 드러켄밀러는 왜 휴대폰 대리점 같은 회사에 베팅했을까.
AI 도입 확대→ 장비·보안·네트워크 교체 수요 증가드러켄밀러가 CDW에 투자한 이유는 그의 투자 철학인 "현재가 아니라 미래의 변화를 보고 투자하라"와 맞닿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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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년 연평균 30% 수익 드러켄밀러…CDW 매수
● 재판매 중심 사업에서 AI 구축 플랫폼으로 변신 중
● AI 도입 확대→장비·보안·네트워크 교체 수요 증가
● PSR 0.81배…시장 평가는 아직 ‘성장주’와 거리
● 변신 성공하면 재평가…수요 예측 빗나가면 부담

30년 동안 단 한 해도 손실을 보지 않은 투자자는 어떤 주식을 매수했을까. 2분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주식 보유 현황 공시(13F)를 통해 공개된 그의 매수 종목 가운데 눈에 띄는 게 있으니 CDW다. 드러켄밀러는 2022년 말 엔비디아에 크게 베팅하며 인공지능(AI)이 이끄는 강세장에 일찌감치 올라탔고, 이후로도 AI 관련주 투자를 이어왔다. 이번 분기에는 브로드컴을 전량 매도했고, 샌디스크 보유량을 일부 줄이는 한편, 알파벳과 아마존을 매수했다. 이들 빅테크와 함께 포트폴리오에 담은 종목이 CDW였다.
재판매 중심 사업에서 AI 구축 플랫폼으로 변신 중
CDW는 IT 제품과 서비스를 재판매하는 회사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의 소프트웨어부터 PC·노트북, 서버·데이터 저장장치, 네트워크 장비 등 각종 하드웨어를 고객에게 판매한다. 한마디로 '휴대폰 대리점' 같은 회사다. 소프트웨어의 경우 중개 역할을 하는데, 고객이 SaaS 프로그램을 구독하면 수수료를 받는 식이다. 반면 하드웨어는 CDW가 제품을 직접 매입한 뒤 마진을 붙여 고객에게 되파는 구조다. 2분기 매출에서 하드웨어의 비중은 74.6%, 소프트웨어는 17%, 기타 서비스는 7.9%다. 하드웨어에서 대부분의 매출이 발생하지만, 판매 방식의 차이 때문에 수익성은 소프트웨어가 더 높다.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하드웨어는 물론 구독형 소프트웨어도 고객이 직접 구매하면 되는데 굳이 CDW를 거쳐야 할 이유가 있을까. CDW가 재판매업체에 머물지 않으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회사는 고객의 IT 환경과 기술 수준, 장비 교체 주기, 예산 등을 파악해 최적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세팅해 주는 플랫폼을 목표로 한다. 고객 입장에서도 수많은 제품을 일일이 비교해 구매 및 유지·관리하는 것보다 CDW에 맡기는 편이 편할 수 있다.
그렇다면 AI를 중심에 두고 투자해 온 드러켄밀러는 왜 휴대폰 대리점 같은 회사에 베팅했을까. CDW는 본질적으로 재판매 회사인 만큼 이른바 성장주로 분류되는 기술 중심의 테크 기업과는 성격이 다르다. 시장이 CDW를 바라보는 기준도 비교적 단순하다. 제품에 적정한 마진을 붙여서 원활히 재판매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최근 몇 년간 CDW는 이를 해내지 못했다. 주가가 2년 넘게 부진했던 이유다(그래프1 참조).

2025년 들어 상황은 반전됐다. 기업들이 AI 도입을 본격화하면서 하드웨어 판매가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마진이었다. 늘어난 판매의 상당 부분이 노트북과 데이터 저장장치 등 상대적으로 마진이 낮은 하드웨어에 집중되면서 매출총이익률은 오히려 하락한 것이다. 결국 2022년 이후 CDW는 매출이 좋아지면 마진이 나빠지고, 마진이 좋아지면 매출이 줄어드는 엇박자를 반복했다. 주가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던 배경이다.
AI 도입 확대→ 장비·보안·네트워크 교체 수요 증가
드러켄밀러가 CDW에 투자한 이유는 그의 투자 철학인 "현재가 아니라 미래의 변화를 보고 투자하라"와 맞닿아 있을 것이다. CDW는 단순 재판매업체에서 벗어나 AI 컨설팅 및 시스템 구축 기업으로 거듭나려 하고 있다. CDW가 6월 발표한 'AI 제로 트러스트: 에이전틱 AI는 도구가 아닌 행위자다' 보고서에도 이러한 방향성이 담겨 있다.에이전틱 AI는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스스로 판단하며 여러 작업을 수행한다. 이에 CDW는 에이전틱 AI 시대가 열리면 보안 시스템도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기존의 보안은 외부에서 침입하는 공격자를 막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에이전틱 AI 시대에는 외부 공격이 없어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스스로 판단하고 작업하는 AI가 환각 등으로 실수를 저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데이터베이스를 삭제할 권한을 가진 AI 에이전트가 테스트 환경과 실제 고객에게 서비스하는 운영 환경을 혼동한다면 어떻게 될까. 해커가 침입하지 않아도 순식간에 치명적 사고가 벌어질 수 있다. 더구나 AI는 인간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작업한다. 한 번의 잘못된 판단이 삽시간에 전파되면서 작은 오류가 대형 사고로 번질 수 있다.
그래서 CDW가 내세우는 해법이 '제로 트러스트'다. 사람과 기계를 가리지 않고 어떤 행위자도 신뢰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CDW는 에이전틱 AI 시대에 맞는 제로 트러스트 보안 체계 원칙과 구축 방안을 수립했다. 검색증강생성(RAG)의 보안 설정부터 워크로드를 분리하는 방식, 어떤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가 적합한지까지 포괄하는 내용으로 꽤 전문적이다.
AI는 특정 산업에만 쓰이는 기술이 아니다. 특히 인간을 대신해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틱 AI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서버와 네트워크, 데이터, 보안 체계를 손봐야 하고 그 과정마다 전문적 능력이 필요하다. CDW처럼 스스로 에이전틱 AI용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지점에서 CDW가 노리는 시장이 보인다. CDW의 주요 고객은 직원 수 5000명 이하의 중소·중견 조직이고, 비(非)IT 기업도 다수다. 이들 기업이 AI를 업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 및 구축해 주겠다는 것이다.
현재 AI 시장에서는 여러 기업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비교적 분명하다. 기업들의 AI 도입 수요 자체는 늘어날 것이란 사실이다. AI 랠리가 시작된 이후 자주 등장한 비유가 '곡괭이와 청바지'다. 성공이 불확실한 금광에 직접 투자하기보다, 금을 캐려는 사람들에게 곡괭이와 청바지를 파는 편이 낫다는 얘기다. CDW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수많은 곡괭이와 청바지 가운데 어떤 제품이 고객에게 맞는지 골라주고, 실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드러켄밀러는 CDW가 노리는 이 변화에 베팅한 것이다.
PSR 0.81배…시장 평가는 아직 '성장주'와 거리
드러켄밀러는 변화가 현실화하기 직전에 투자하는 것을 중시한다. 그렇다면 CDW 역시 변화의 초입에 있는 상태일까. 이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 가운데 하나가 주가매출비율(PSR·시가총액÷연 매출액)이다. 매출은 기업의 성장성을 알려주는 가장 직관적 지표다. PSR은 매출 성장이 중요한 성장주를 평가할 때 자주 활용된다. 현재 CDW의 PSR은 0.81배 수준이다. PSR이 1보다 낮다는 것은 연 매출보다 시가총액이 작다는 뜻이다. 높은 성장성을 인정받는 기업이 높은 PSR을 인정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CDW가 성장주 대접을 받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장은 CDW를 'AI 시대의 성장 기업'이라기보다 'IT 재판매업체'에 가깝게 평가하고 있는 셈이다.그런데 CDW가 AI 시스템 구축을 돕는 AI 수혜주로 거듭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CDW가 성장주로 인정받으면 주가는 두 측면에서 수혜를 보게 된다. '실적 성장'과 '멀티플 확대'다. 가령 연 매출이 100억 원인 기업의 시가총액이 100억 원이라면 PSR은 1배다. 그런데 같은 매출에 시장이 PSR 2배를 부여하면 시가총액은 200억 원이 된다. 이후 매출까지 200억 원으로 성장한다면, PSR 2배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시가총액은 400억 원이 된다. 멀티플 확대와 실적 성장의 동반 효과다.
S&P500의 9월 PSR은 약 3.81배, 장기 평균은 약 1.81배 수준이다.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CDW가 S&P500의 장기 평균 수준만 인정받아도 멀티플이 2.2배 높아진다. 현재 S&P500 수준까지 올라간다면 증가 폭은 약 4.7배에 달한다. 여기에 AI 도입 확산에 따른 매출 성장까지 더해진다면 상승 여력은 더 커질 수 있다. 이것이 드러켄밀러가 예상하는 변화일 것이다.
물론 리스크도 있다. 첫째는 CDW가 목표로 하는 AI 시스템 구축 기업으로 변신하는 데 실패하는 경우다.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 시장에서 압도적 승자가 등장해 고객들이 굳이 여러 제품을 비교하고 조합할 필요가 없어질 수 있다. 둘째는 AI 수요를 겨냥한 베팅이 지나쳤을 수 있다는 점이다. 2024년부터 올해 2분기까지 CDW의 이자부 차입금(이자를 내야 하는 부채)은 거의 늘지 않았지만, 총부채는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입채무가 약 51% 늘어났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AI 도입 확대를 예상하고 미리 하드웨어 물량을 대거 사들인 결과다. CDW의 재무 상태가 위험한 수준은 아니지만, 재무 부담을 감수하면서 베팅하고 있는 만큼, 예상이 빗나갈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드러켄밀러는 투자 시간 지평을 대체로 1년 반에서 3년 정도로 설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CDW 역시 1년 반에서 3년 사이에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투자했을 것이다. 나아가 드러켄밀러가 투자의 핵심으로 '손익비'를 꼽았다. 틀렸을 때 잃을 수 있는 돈과 맞았을 때 벌 수 있는 돈을 비교해 후자가 압도적으로 큰 곳에 베팅해야 한다는 것이다. CDW 역시 같은 관점에서 판단했을 것이다. 드러켄밀러의 베팅은 이번에도 성공할까.

●1990년 출생
● 前 인공지능 스타트업 EVE 대표
● 前 업라이즈 콘텐츠팀 리서처
● 前 뉴로퓨전 매크로팀 선임연구원
이윤수 에릭의 거장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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