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면 동그란 이슬들이 또르르…가을의 신호 한로(寒露)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아침 들길을 걷다보면 바짓단에 닿는 이슬이 차갑다. 24절기 중 열일곱번째인 한로(寒露)는 올해는 10월8일이다.
한로는 추분(秋分)과 상강(霜降) 사이에 드는 절기로, 이 무렵 속담에는 철새를 언급한다.
'한로 상강에 겉보리 간다'는 속담이 있는데, 북부 산간지방에서는 보리가 안전하게 겨울을 나도록 한로 때 파종을 시작해 늦어도 상강(10월23일경) 전에 마치라는 뜻을 담았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추위에 제비는 중국, 기러기는 한국으로
논물 빼고 잡은 미꾸라지 ‘추어탕’ 별미
밀과 보리 시기 맞춰 심어야 할 시기

아침 들길을 걷다보면 바짓단에 닿는 이슬이 차갑다. 24절기 중 열일곱번째인 한로(寒露)는 올해는 10월8일이다. 이름 그대로 찬 이슬이 맺히는 시기로, 이 무렵 농민에게는 들녘의 이슬보다 가을걷이할 작물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이같은 속담은 한로 즈음이 추위가 시작되는 시기임을 넌지시 알려준다. 제비는 따뜻한 곳을 좋아하기에 중국 남쪽인 강남으로 향하고, 기러기는 추운 곳을 좋아하기에 한반도를 향하는 것이다. 선조들은 기러기들이 서로 간에 신의가 깊고 계절을 알린다고 여겨 신조(信鳥)라고도 불렀다.

조선시대에는 ‘밋구리탕’이나 ‘추두부탕(鰍豆腐湯)’이라고 불렀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대체로 농민이나 서민이 즐겼는데, 조선시대 선비이자 실학자인 이규경은 그의 저서 ‘오주연문장전산고’를 통해 추두부탕을 ‘성균관 주변에서 살던 천민들이 즐겨 먹던 별미’라고 썼다.
오늘날 추어탕은 누구나 즐기는 음식으로, 1974년 출판된 윤오영 수필가의 ‘방망이 깎던 노인’을 보면 “나는 노인을 찾아가 추탕(鰍湯)에 탁주라도 대접하며”라는 문장이 있다. 미꾸라지도 논이 아니라 양식장에 키워 어느 계절이건 쉽게 맛볼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보물 ‘김홍도 필 풍속도 화첩’(단원풍속도첩)에는 풍속화 25점이 실려 있다. 그중 ‘벼타작’은 상의를 풀거나 소매를 걷은 젊은 농부들이 통나무에 볏단을 내려치며 알곡을 거둬내는 모습을 담고 있다. 그림 오른쪽 아래 노인도 싸리비를 들어 낟알을 모으고 있다.
반면 상단에 갓을 쓰고 도포를 입은 남자는 돗자리에 누운 채 긴 담뱃대를 물고 일하는 이들을 바라보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 그림에 대해 “신분 차이로 대립하는 처지의 인물들을 한 화면에 담고도 날 선 긴장감 대신 해학과 중용의 시선을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경기·충청 등 내륙 일부 지방에서도 여전히 지리적 높이(표고)에 따라 이 무렵에 보리를 심기도 한다. 다만 기상별 여건에 따라 시기를 살펴 파종해야 하는데, 너무 이르게 심으면 웃자라 저온 피해를 입기 쉽기 때문이다.
◇도움말=‘24절기 이야기’(한호철 지음, 지식과교양), 농촌진흥청,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국립중앙박물관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