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라는 배현진, ‘오히려 손해’라는 박진영…패노메논 따져보니

2026. 10. 7.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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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팩트체크] 배현진 “수천억 매출 4개사가 독점”…박 “개별 공연하면 2~3배 더 벌어”
상표권·사업자 선정은 절차 논란 남아…‘JYP 끼워팔기’ 주장은 확인 안 돼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이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으로부터 패노메논 기획 관련 질의를 받고 있다. 연합

“이거 4개 사가 독점해도 되겠습니까?”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10월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진영 대통령 직속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과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던진 질문이다. 배 의원은 정부와 대중문화교류위원회가 추진하는 대형 K컬처 축제 ‘패노메논(FANOMENON)’을 하이브·SM·YG·JYP 등 4대 기획사가 사실상 독점하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정반대의 설명을 내놨다. “이 패노메논 행사 때 4개 사의 대표가수들이 이걸 안 하고 따로 공연을 하면 두 배, 세 배의 수익을 낸다”며 “이걸 희생하게 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YG에 빌고 SM에 빌고 하이브에 빌었다”며 “당장 몇백억원대의 손해가 일어날 일”이라고 주장했다. “특혜를 받는다고 하기에는 좀 그렇다”고도 했다.

누구 말이 맞을까. 두 사람의 주장을 뜯어보면 서로 다른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배 의원은 국가가 관여하는 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왜 4대 기획사가 먼저 얻었느냐를 문제 삼았다. 박 위원장은 4개사가 패노메논에 참여해서 실제 돈을 버느냐를 설명했다.

배 의원은 이날 패노메논의 예상 수익 규모부터 제기했다. 그는 미국 코첼라의 지난해 경제효과가 약 4억300만달러, 우리 돈 약 5500억원이고 매출이 약 2억달러, 2700억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대중문화교류위가 패노메논의 경제효과를 약 1조원으로 전망한 만큼 같은 비율을 적용하면 “5000억 가까운 매출이 날 수 있다는 얘기”라며 “이거 4개 사가 독점해도 되겠습니까”라고 물었다.

여기서 ‘5000억원’은 정부나 패노메논 측이 공식적으로 제시한 예상 매출액은 아니다. 배 의원이 코첼라의 경제효과 대비 매출 비율을 패노메논의 예상 경제효과 1조원에 적용해 산출한 추정치다. 정부가 지난 7월 공개한 수치는 2027년 12월 2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창동 서울아레나와 경기 고양 킨텍스 등에서 행사를 열어 방문객 52만명, 경제효과 약 1조원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의 반박은 이 대목에서 나왔다. 패노메논에서 매출이 발생하더라도 4대 기획사의 대표 가수들이 같은 시간에 단독 공연을 열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형 K팝 그룹이 스타디움급 단독 공연과 월드투어에서 올리는 매출 규모를 고려하면 이런 기회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은 있다.

박진영 대통령 직속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이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그렇다고 박 위원장의 설명이 배 의원의 ‘특혜’ 문제 제기를 바로 해소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기업이 사업 참여로 손해를 감수한다고 해서 그 기업을 선정한 절차가 자동으로 공정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배 의원이 국감에서 집중적으로 제기한 문제도 이 부분이다. 그는 “보통 국가사업을 할 때는 공고를 내고 능력 있는 회사를 문체부가 선정해서 함께 사업을 하는데 이 사업은 시작 단계부터 내부자들, 국내 60% 넘는 영향력을 발휘하는 4개 회사들이 내부정보를 통해 국가사업에 단독으로 진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왜 4개 회사에만 특급 대우를 해야 하느냐”고도 했다.

정부의 설명은 패노메논이 일반적인 정부 발주 사업과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최 장관은 “정부가 하는 행사에 4대 기획사가 어떤 이권을 노리고 들어온 게 아니다”라며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4대 기획사가 힘을 합쳐 새로운 K컬처 행사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도 패노메논을 민간 주도로 운영하기로 결정했고 4개사가 동일한 자본금과 의결권을 갖는 회사를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논란은 지난해 10월 패노메논 상표권을 JYP가 먼저 출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커졌다. 최 장관 설명에 따르면 대중문화교류위원회가 출범한 직후 패노메논 명칭이 공개됐지만 위원회에 전담 행정인력조차 갖춰지지 않아 다른 사업자가 상표를 선점하는 것을 막기 위해 JYP가 먼저 출원했다. 국내 상표권의 50%는 올해 4월 문체부로 이전됐고 JYP가 가진 나머지 지분은 4대 기획사가 설립하는 전담법인으로 넘길 계획이다. JYP가 먼저 출원한 미국·일본 등 해외 상표권도 정부와 전담법인이 나눠 갖는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박 위원장 자신도 상표권 출원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는 “JYP라는 회사가 이미 전담팀이 있으니까 미리 상표권을 출원해 놓고 정부에 넘긴다든지 이런 식의 방법을 취한 게 분명히 정상적이지 않은 면은 있다”고 말했다.

7일 국감에서는 정부가 내놓은 설명과 실제 계약 사이에 빈틈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배 의원은 정부가 설명해 온 공익성 확보 조건이 현재 계약서에서 확인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중문화교류위원회에 관련 자료를 요구했지만 “전담법인에 관한 그 어떤 계약서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고도 말했다. 박 위원장은 “정말 확인해 보겠다.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답했다.

최 장관은 앞서 패노메논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다음 행사에 전액 재투자하고, 전체 출연진 가운데 4대 기획사 소속 아티스트 비율을 30% 이내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전담법인에는 필요할 경우 다른 기업도 참여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이러한 장치가 향후 법적으로 구속력 있는 계약이나 정관에 어떤 형태로 들어가는지가 아직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 예산 150억원을 둘러싼 주장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2027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패노메논과 연계된 사업비 약 150억원이 들어가 있다. 문체부는 이 돈이 패노메논 공연 개최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관광 홍보와 패노메논 전시부스에 참가하는 중소기업 지원 등에 사용하는 연계 예산이라는 것이다. 패노메논 본 행사는 입장료와 스폰서십, 글로벌 중계권, 전시부스 판매 등 민간 재원으로 개최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따라서 국비 150억원이 패노메논과 관련해 편성된 것은 맞지만 이를 4대 기획사에 지급하는 공연 개최비로 보는 것은 정부가 공개한 예산 구조와 다르다. 국가가 행사 기획과 관광·중소기업 연계 사업에 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완전한 민간사업이라고 규정하기도 어렵다.

온라인에서는 또 다른 주장이 돌고 있다. JYP 소속 아티스트들의 최근 성적이 좋지 않아 패노메논을 통해 이들을 다른 대형 기획사 가수들과 ‘끼워팔기’하고 헤드라이너로 세우려 한다는 내용이다.

JYP의 올해 2분기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연결기준 매출은 1831억원으로 15.1%, 영업이익은 310억원으로 41.4% 감소했다. 유안타증권은 전년 동기의 높은 실적에 따른 기저효과와 앨범 판매량 등을 원인으로 분석했다. 공연 매출도 전년 동기보다 줄었다.

그러나 그 수치만으로 ‘JYP 아티스트들이 잘 안 나가 패노메논을 만들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2분기 JYP는 스트레이키즈의 남미·일본·북미 스타디움 투어 등에 힘입어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 2분기 감소폭에는 그에 따른 높은 비교 기준도 반영돼 있다. JYP가 공개한 올해 실적과 향후 계획에서도 스트레이키즈는 여전히 핵심 글로벌 공연 IP다.

더 중요한 점은 아직 패노메논의 구체적인 출연진과 헤드라이너 선정 기준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정부 설명대로 4대 기획사 소속 아티스트 비중이 전체의 30% 이하로 제한된다면 JYP 소속 가수들을 대거 집어넣는 방식의 ‘끼워팔기’가 가능한지도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누가 얼마나 출연하는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패노메논을 ‘JYP 수익화 사업’이라고 규정할 근거는 부족하다.

패노메논 논란에서 현재 확인되는 쟁점은 좀 더 구체적이다. 박 위원장의 말처럼 4대 기획사가 패노메논 대신 자사 스타들의 단독공연을 열 경우 당장의 공연 수익이 더 커질 수 있다. 배 의원의 지적처럼 그 회사들이 국가가 관여하는 대형 K컬처 프로젝트의 전담법인에 별도의 공개 경쟁 없이 먼저 참여했고, JYP가 상표권을 선출원한 과정도 존재한다.

‘4대 기획사가 돈을 덜 번다’는 설명과 ‘4대 기획사에 사업 참여 기회가 우선적으로 돌아갔다’는 문제는 동시에 성립할 수 있다. 국감에서 박 위원장이 인정한 ‘정상적이지 않은 면’도 수익 규모가 아니라 상표권을 비롯한 추진 절차에 관한 것이었다.

특혜 여부를 더 정확히 판단하려면 아직 공개되지 않은 자료가 필요하다. 전담법인의 정관과 주주 간 계약, 수익의 재투자를 강제하는 장치, 정부와 법인의 상표권 보유 계약, 출연 아티스트 선정 기준과 실제 수익배분 구조다. 7일 국감에서 드러난 가장 분명한 사실은 패노메논의 경제적 성공 가능성과 별개로 이런 절차와 계약의 상당 부분이 아직 국회에서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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