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대항마’ AMD 리사 수 방한…韓 AI반도체 동맹 넓힌다

심화영 2026. 10. 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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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 수 AMD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7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AI반도체 기업 라운드테이블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

‘엔비디아 대항마’ AMD 리사 수 방한…韓 AI반도체 동맹 넓힌다

삼성전자와 HBM4 협력 이어 국내 AI반도체·SW 기업 13곳과 접점 확대

한국에 수백명 규모 AI 연구거점 설립…ROCm 기반 개방형 생태계 구축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엔비디아 대항마’로 꼽히는 AMD가 한국을 AI 반도체 공급망을 넘어 글로벌 AI 컴퓨팅 생태계의 핵심 거점으로 끌어올리는 행보에 나섰다. 지난 3월 삼성전자와 HBM4 등 차세대 메모리 협력을 논의한 데 이어 이번에는 국내 AI 팹리스와 소프트웨어·클라우드 기업까지 직접 만나 협력을 모색했다. 한국에 수백명 규모의 AI 연구인력을 두는 연구거점 설립 계획도 구체화했다.

AMD 리사 수 회장은 7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과 면담한 뒤 국내 AI반도체·AI 생태계 기업 13곳과 ‘한국 AI반도체 & 스타트업 라운드테이블’을 가졌다. 지난 3월 이후 약 7개월 만의 방한이다.

이번 만남은 지난 7월 과기정통부와 AMD가 체결한 인공지능(AI) 분야 협력 양해각서(MOU)의 후속 조치다. 양측은 AMD의 중앙처리장치(CPU)·그래픽처리장치(GPU)와 국산 AI반도체(NPU)를 결합한 이기종 컴퓨팅 인프라를 국내에서 실증하고, 이를 글로벌 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레퍼런스 모델로 발전시키기로 했다.

이번 방한에서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AMD가 한국 내 협력 범위를 반도체 공급망에서 AI 생태계 전반으로 넓히고 있다는 점이다. 간담회에는 퓨리오사AI, 하이퍼엑셀, 딥엑스, 모빌린트 등 AI 팹리스뿐 아니라 망고부스트, 파네시아, 디노티시아, 모레, 노타AI, 래블업, 파두, 엘리스그룹, 업스테이지 등 소프트웨어·네트워크·클라우드·AI 모델 관련 기업들이 참여했다.

리사 수 회장은 간담회에서 AMD가 AI와 게이밍 생태계에 집중하고 있다며 최근 AI 기술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AMD의 협력 원칙으로 ‘개방형 생태계’를 강조했다.

실제 이날 국내 기업들은 AMD의 CPU·GPU와 국산 AI반도체를 결합하는 방안뿐 아니라 AMD의 개방형 AI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ROCm 생태계 참여와 글로벌 시장 진출 방안을 제안했다. 리사 수 회장도 CPU와 다양한 가속기를 연결하는 협력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AMD는 한국에 수백명 규모의 AI 연구인력을 확보하는 연구거점 설립 계획을 구체화했다. 리사 수 회장은 AI 기술 고도화와 한국 AI 생태계 지원을 위해 한국에서 AI 연구원 수백명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기정통부와 AMD는 AI 연구센터(CoE)를 연내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실무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다음 달 운영위원회에서 구체적인 입지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AMD의 한국 CoE는 기존 거점과도 차별화된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AMD의 기존 CoE는 통상 투자 등 전략적 필요성이 있는 시장을 중심으로 설립됐지만, 이번 한국 CoE는 이런 전제 없이 신설되는 첫 사례다. 연구거점 구축에 필요한 하드웨어 등은 AMD가 투자할 예정이다.

이는 AMD가 한국을 단순히 AI 반도체를 판매하거나 메모리를 조달하는 시장이 아니라 연구개발과 인재 확보, 스타트업 협력까지 가능한 전략적 거점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AMD가 한국 AI 생태계와의 접점을 넓히는 배경에는 엔비디아와의 경쟁 구도 변화도 있다. AI 컴퓨팅 시장의 경쟁이 GPU 성능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CPU·GPU·가속기·메모리·네트워크·소프트웨어를 하나로 묶는 시스템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이 같은 ‘개방형 생태계’가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퓨리오사AI·하이퍼엑셀·모빌린트 등 NPU 기업들은 AI 추론 워크로드가 다양해지는 만큼 여러 유형의 AI 가속기가 필요하다며 개방형 생태계 참여 방안을 물었다. 리사 수 회장은 ROCm을 통해 사용자가 GPU뿐 아니라 다양한 가속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AMD의 철학이라며 CPU와 다양한 가속기를 연결하는 협력에 열려 있다고 답했다.

정부도 AMD와 국내 기업의 협력을 국내 AI 인프라 구축 사업과 연결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과기정통부는 내년 국산 NPU 등을 활용한 대규모 레퍼런스 구축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며, 단순히 칩을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프트웨어까지 포함한 풀스택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AMD 역시 특정 기업을 배제하지 않는 만큼 향후 사업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와의 협력 확대 여부도 관심사다. 리사 수 회장은 지난 3월 방한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나 AI 반도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와 AMD는 차세대 AI 가속기 ‘인스팅트 MI455X’에 탑재되는 HBM4를 비롯해 서버용 DDR5 등 메모리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당시 AMD의 차세대 반도체를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생산하는 방안도 협력 대상으로 거론됐다.

다만 이날 공개된 협력 내용에서는 삼성전자와의 신규 계약이나 추가 협력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이번 방한의 무게중심은 특정 반도체 기업과의 협력을 넘어 국내 AI반도체·소프트웨어 기업을 AMD의 글로벌 생태계에 연결하는 데 맞춰졌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2차관은 “지난 7월 MOU를 계기로 시작된 AMD와의 협력이 리사 수 회장의 이번 방한을 통해 우리 기업들과의 직접적인 만남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갔다”며 “AMD의 글로벌 역량과 우리 기업의 기술력이 결합해 새로운 AI 기술과 사업이 만들어지고 국내 AI반도체 생태계가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리사 수 회장은 한국을 AMD의 중요한 협력 파트너로 꼽으며 “한국이 AI 분야의 경쟁력을 높여가는 과정에서 국내 우수 기업들과 AMD가 함께 새로운 협력 기회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리사 수 회장은 이날 오전 같은 장소에서 하정우 국가AI전략위원회 상근부위원장과도 비공개 회동했다. 지난 3월 첫 방한 당시 청와대 AI미래수석으로 리사 수 회장을 만났던 하 부위원장은 이번 회동에서 향후 AI 분야 협력 방향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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