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인하 대가로 韓에 거액 투자 압박.. '끝없는 청구서' 논란

정용진 2026. 10. 7.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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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가 프로젝트 앞세워 조선업 투자 1500억달러 부각
나머지 2000억달러는 원전·에너지 사업에 투입 예정
알래스카 LNG까지 압박…한국 기업 부담 확대 우려
[지데일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무역합의에 따른 한국의 대미 투자 약속을 다시 꺼내 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관세 인하 대가로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를 재차 압박했다. 조선업 1500억달러와 마스가 프로젝트를 강조한 데 이어 알래스카 LNG 500억달러 투자까지 거론하며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픽사베이

관세 인하를 위해 한국이 대가를 지급했다는 주장을 반복하면서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가운데 조선업 투자 1500억달러를 집중적으로 언급했다. 여기에 한국 정부가 추가 협의를 남겨둔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까지 투자 대상으로 거론하면서 양국 간 합의 해석을 둘러싼 긴장도 커지는 모습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6일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방위산업용 조선소에서 열린 연설에서 한국이 미국에 1500억달러를 제공했으며 해당 자금이 조선업에 투입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자국에 적용되는 관세를 낮추기를 원했고, 자신은 이를 위해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한국의 대미 투자 약속을 미국의 관세 인하와 직접 연결해 설명한 셈이다.

1500억달러는 한미 무역합의에 포함된 총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가운데 조선 분야에 배정된 금액이다. 이른바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미국 조선산업의 생산 기반과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한화그룹의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 투자도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미국이 중국에 크게 뒤처진 조선 경쟁력을 회복하고 군함과 상선 생산능력을 키우려는 전략과 맞물려 있다.

나머지 2000억달러는 에너지와 원전 등 전략산업에 투입된다. 양국은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을 첫 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으며 대형 원전 8기 건설도 계획에 포함했다. 한국과 미국은 이들 사업의 구체적인 부지와 일정, 상업적 조건 등을 추가로 조율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가 자리 잡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알래스카 LNG 사업을 포함시켰고, 미국 상무장관은 투자 규모가 500억달러를 웃돌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입장은 다르다. 알래스카 LNG 사업은 상업적 타당성과 국내법적 요건을 충족하는지를 검토한 뒤 추진 여부를 판단하는 단계라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알래스카 LNG 사업에 조속히 합의하지 않으면 한국에 대한 청구금을 두 배로 올릴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내놓았다. 미국이 한국의 투자 약속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업까지 사실상 이행 대상으로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투자 규모가 커질수록 한국 기업과 정부가 떠안게 될 경제적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내 조선·에너지·원전 사업은 시장 확대와 공급망 확보라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수익성과 사업성에 대한 검증 없이 정치적 요구에 맞춰 투자가 추진되면 기업의 자본 부담과 투자 위험이 커질 수 있다. 

특히 알래스카 LNG처럼 장기간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사업은 에너지 가격, 건설비, 규제, 수요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알래스카는 상원의원 선거가 치열하게 진행되는 지역으로, LNG 사업은 지역 경제와 에너지 가격을 앞세울 수 있는 주요 성과로 활용될 여지가 크다.

한미 무역합의는 관세율 조정에서 끝나지 않고 거액의 대미 투자 이행을 둘러싼 후속 협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미국의 산업 재건에 참여해 시장을 확대할 기회와 함께 투자 수익성, 국내 기업 부담, 합의 범위를 둘러싼 위험까지 함께 따져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