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는 실패”… 영국의 EU 재가입 카드 꺼내든 버넘 총리의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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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현재 국내총생산(GDP)은 유럽연합(EU)에 잔류했을 때보다 4~5% 손실된 것으로 추산된다."
달라진 영국 민심, 절반이 EU 재가입 찬성브렉시트 이후 10년간 영국이 맞이한 7번째 총리인 버넘 총리가 취임 2개월 만에 폭탄선언을 하자 노동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대의원들은 깜짝 놀라면서도 대체로 동의했다.
영국 언론들은 버넘 총리가 브렉시트를 놓고 현 상태 유지, EU 관세동맹 가입, 단일시장 참여, EU 재가입 등 4개 선택 방안을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맨체스터 시장 재직 시절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 영국이 EU에 복귀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피력했던 버넘 총리는 5월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자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를 존중한다"며 재가입에 선을 그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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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독립 경제연구기관인 국립경제사회연구소(NIESR)가 6월 23일(이하 현지 시간)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10년을 맞아 내놓은 보고서의 핵심 내용이다. 이 보고서의 결론은 브렉시트가 실패했다는 것이다. 영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경제학자들과 연구기관들도 이구동성으로 브렉시트 10년에 대해 비슷한 평가를 내렸다. 영국·EU 관계를 연구하는 싱크탱크 유럽개혁센터(CER)에 따르면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EU에 대한 상품·서비스 수출은 12%, EU로부터의 수입은 16% 줄었다. 니컬러스 블룸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연구팀이 전미경제연구소(NBER)를 통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브렉시트가 영국의 GDP를 6~8% 감소시킨 것으로 추정했다. 심지어 영국 정부 독립 재정기구인 예산책임청(OBR)도 브렉시트가 영국의 잠재생산성을 4%나 떨어뜨렸다고 추산했다.
앤디 버넘 영국 총리가 9월 29일 리버풀에서 열린 집권 여당인 노동당 전당대회에서 연설을 통해 각종 연구기관들의 평가를 인용하면서 "브렉시트는 득보다 실이 더 컸다"면서 "브렉시트를 놓고 국가적 토론을 벌이자"고 공식 제안했다. 영국에선 10년 전인 2016년 6월 23일 극심한 국민적 분열 끝에 국민투표로 EU 탈퇴를 결정했기 때문에 이 문제를 놓고 정치권이 논쟁을 벌이는 것을 금기시해왔다. 당시 영국 국민들은 국민투표에서 탈퇴 51.9%, 잔류 48.1%로 브렉시트를 선택한 바 있다.
달라진 영국 민심, 절반이 EU 재가입 찬성
브렉시트 이후 10년간 영국이 맞이한 7번째 총리인 버넘 총리가 취임 2개월 만에 폭탄선언을 하자 노동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대의원들은 깜짝 놀라면서도 대체로 동의했다. 버넘 총리는 "지난 10년간 저성장이 이어지면서 우리의 입지는 약해졌고 경제에 대한 통제력 일부도 잃었다"면서 "영국이 남은 21세기를 향해 나아가려면 최대 시장인 유럽과 장기적으로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버넘 총리는 9월 30일 공영방송인 BBC와의 인터뷰에서 국민들에게 "영국이 EU에 재가입할 수도 있다"면서 "EU 관세동맹·단일시장 가입, 캐나다식 EU 준회원국 지위 확보를 넘어 EU 전면 복귀까지 영국과 EU의 관계 개선을 위한 모든 선택지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언론들은 버넘 총리가 브렉시트를 놓고 현 상태 유지, EU 관세동맹 가입, 단일시장 참여, EU 재가입 등 4개 선택 방안을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맨체스터 시장 재직 시절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 영국이 EU에 복귀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피력했던 버넘 총리는 5월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자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를 존중한다"며 재가입에 선을 그은 바 있다. 버넘 총리는 7월 20일 총리에 취임할 당시에도 국내 현안에 집중하겠다며 EU 재가입 논의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보인 바 있다. 노동당은 불과 2년 전인 2024년 총선에서 영국의 재가입은 물론 단일시장과 관세동맹 복귀, 이동의 자유 복원까지 배제하며 EU 복귀와는 거리를 뒀었다.

영국 정치컨설팅업체인 메시나그룹(TMG)이 9월 12~24일 1만146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EU 재가입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49%로 반대 28.5%를 크게 웃돌았다. EU와의 현재 관계를 유지하면서 무역장벽을 최대한 낮추는 방안에는 48.2%가 찬성했고, 관세동맹 가입은 47.1%, 단일시장 가입은 45.1%의 지지를 받았다. 반면 EU와 현재보다 더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응답은 27.9%에 그쳤다. 브렉시트 결정이 잘못됐다는 응답도 52.4%로, 옳았다는 응답 29.7%보다 높았다. 브렉시트가 실패했다는 응답은 54.9%였고 성공했다는 응답은 12.2%였다. 이런 조사 결과들이 나온 이유는 영국 경제가 연구기관과 경제학자들의 지적처럼 나빠졌기 때문이다.
경제·무역·이민에서 브렉시트 그늘 드러나
실제로 브렉시트 이전 영국의 경제성장률은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국가들)의 평균치를 웃돌았지만, 브렉시트 이후엔 낮아졌다. 1인당 구매력도 낮아졌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올해 구매력평가(PPP) 기준 영국의 1인당 GDP를 6만7585달러(약 9071만 원)로 전망했는데, 이 수치는 선진국 그룹 평균치(7만7843달러)보다 중진국인 폴란드(6만2685달러)에 가까운 수준이다.향후 전망은 더 어둡다. 2031년엔 선진국들과의 격차가 1만3484달러까지 벌어지는 반면 폴란드와의 격차는 3241달러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영국이 브렉시트 이후 선진국 그룹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는 셈이다. 통상 분야에서도 최대 시장인 EU에 대한 수출이 통관 서류, 원산지 규정, 검역 절차, 세관 신고 절차 등 비관세 장벽으로 크게 줄었다. 영국 런던 정경대 경제성과센터(CEP)에 따르면 브렉시트 이후 2만여 개 중소기업들이 EU로의 상품 수출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민 문제에서도 브렉시트 이후 EU 출신 노동자 유입은 줄었지만 전체 이민자 수는 늘었다. 브렉시트 이전 연평균 20만~30만여 명 수준이던 이민자 수는 최대 94만 명까지 증가했다. 특히 인도, 중국, 파키스탄 등 비EU 출신 이민자들이 학생·보건·돌봄 등 분야의 공백을 메웠다.

영국 언론들은 20%대로 추락한 노동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강경 우파인 영국개혁당의 약진을 막으려 버넘 총리가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개혁당은 5월 136개 지방의회 선거에서 경제난과 반이민 정서에 힘입어 총 1453석을 확보해 압승했다. 전체 의석의 29%를 휩쓸었고 단 2석을 얻었던 4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1451석이나 늘어났다. 14개 지방의회에선 과반 의석도 확보했다. 이에 따라 영국에서 양당제 시대가 끝나고 다당제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유럽 주요국은 환영… 최대 변수는 국민 여론
개혁당을 이끌고 있는 나이절 패라지 대표는 반이민·반유럽통합을 내세운 유럽의 대표적인 강경 우파 포퓰리스트다. '영국판 트럼프'로도 불려온 패라지 대표는 브렉시트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쳐왔고 2018년 11월 개혁당 전신인 브렉시트당을 창설했다. 버넘 총리로선 자칫하면 차기 총선(2029년)에서 개혁당에 정권을 빼앗기는 것을 막기 위해 노동당을 결집시키고 자유민주당과 녹색당 등에 흩어진 중도·좌파 유권자들과 일부 보수당 지지층까지 끌어들이기 위해 영국의 EU 재가입 카드를 꺼내들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버넘 총리가 차기 총선에서 노동당이 공약으로 영국의 EU 재가입을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면서 "버넘 총리가 유권자들에게 대형 승부수를 띄웠다"고 지적했다.유럽에선 일단 버넘 총리의 EU 재가입 카드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영국인들이 돌아오기를 원하고 버넘 총리가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면 이는 영국과 유럽에 모두 아주 좋은 소식"이라고 밝혔다. EU 주요국 입장에선 EU가 미·중·러 등 강대국들과 맞서려면 영국처럼 경제와 군사력에서 힘을 가진 국가가 합류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국의 EU 재가입은 간단하지 않다. 마크롱 대통령도 영국이 EU의 혜택만 골라 취할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영국이 신규 회원국으로 신청해야 하고 EU 전체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와 유럽의회 승인도 필요하다. 또 영국이 과거 누렸던 유로화 미채택, 솅겐 조약(회원국 내 6개월 무비자 체류) 불참 등의 특혜가 재가입 시 보장될 가능성도 낮다. EU 회원국들이 훨씬 까다로운 재가입 조건을 요구할 수도 있다. 우선 영국의 EU 재가입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결국 국민 여론이 될 것이다.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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