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결정으로 전류 껐다 켰다…반도체 트랜지스터 닮은 ‘이온 스위치’ 개발

조대인 기자 2026. 10. 5.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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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성 UNIST 교수팀, 나노 통로 내 소금 결정 생성·용해로 이온 흐름 제어
▲소금 결정으로 전류를 켜고 끄는 이온 스위치의 작동 원리.

[수소신문] 소금 결정을 만들고 녹이는 방식으로 전류를 켜고 끌 수 있는 '이온 스위치'가 개발됐다.

반도체 트랜지스터처럼 전류의 흐름을 제어하면서도 전자 대신 이온의 움직임을 이용하는 기술로 향후 뇌 모방 연산회로나 생체 신호 제어 소자 등에 활용될 것이라는 기대다.

김태성 UNIST 기계공학과 교수팀은 나노미터 크기의 통로 안에서 소금 결정을 생성·용해해 이온의 흐름을 조절하는 이온 스위치를 개발했다.

반도체 칩의 트랜지스터는 전류의 흐름을 켜고 끄는 스위치 역할을 한다.

전류가 흐르는 상태를 1, 흐르지 않는 상태를 0으로 구분해 여러 스위치를 조합하면 정보를 저장하거나 연산할 수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이온 스위치 역시 전류의 ON·OFF를 제어하지만 전자 대신 이온을 이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핵심은 높이 약 12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의 미세 통로다. 이 통로에 염화칼륨 또는 염화나트륨 용액을 채우면 용액 속 이온이 이동하면서 전류가 흐른다.

반면 용액 속 물을 증발시켜 농도를 높이면 이온이 모여 소금 결정이 형성되고 결정이 통로를 막으면서 이온의 이동이 차단된다.

이때 전류가 끊기면서 스위치가 OFF 상태가 된다. 다시 물을 공급해 소금 결정을 녹이면 이온이 이동할 수 있게 되면서 전류가 흐르는 ON 상태로 돌아온다.

연구팀은 소금 결정의 생성과 용해를 반복할 수 있도록 이온 통로 위에 질소 기체와 물을 공급할 수 있는 별도의 통로도 구축했다.

두 통로 사이에는 물 분자만 통과할 수 있는 얇은 막을 배치했다.

위쪽 통로에 건조한 질소를 흘리면 아래쪽 용액의 물이 막을 통해 증발하면서 소금 농도가 높아지고 결정이 생성된다.

반대로 물을 공급하면 소금 결정이 다시 녹으면서 통로가 열리는 방식이다.

실험에서는 염화칼륨 용액을 채운 이온 스위치를 32회 연속 작동시킨 결과 ON 상태의 전류가 OFF 상태보다 평균 156배 크게 나타났다. 전류가 흐르는 상태와 차단된 상태가 뚜렷하게 구분된 것이다.

스위치 작동 속도도 확인됐다.

건조한 질소를 공급한 뒤 전류가 차단되기까지 평균 8.6초가 걸렸으며 물을 다시 공급하면 3초 이내에 전류가 흐르는 ON 상태로 전환됐다.

연구팀은 이온 스위치를 활용한 논리회로 구현에도 성공했다.

스위치 2개를 병렬로 연결해 OR 회로를, 직렬로 연결해 AND 회로를 각각 구성했으며 입력 조합에 따라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OR 회로는 두 입력 중 하나라도 1이면 1을 출력하고 AND 회로는 두 입력이 모두 1일 때만 1을 출력하는 방식으로 컴퓨터 연산의 기본 논리회로로 활용된다.
▲김태성 UNIST 교수, 지성준 연구원, 서상진 박사 등 연구진의 모습.

김태성 UNIST 교수는 "소금물이 마르면 결정이 생기고 물을 더하면 다시 녹는 단순한 현상에서 출발해 논리 연산을 수행하는 이온 회로를 만들었다"라며 "반도체 회로에서 트랜지스터가 중요한 역할을 하듯 이온 스위치도 뇌의 정보 처리 방식을 모방하거나 생체 신호를 다루는 이온 회로의 기본 소자로 쓰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생체 내에서는 세포막의 이온 통로가 열리고 닫히면서 신경 신호 전달과 정보 처리가 이뤄지는 만큼 이번 기술은 이온 기반의 생체모사형 전자소자 개발에도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됐다.

UNIST 지성준 연구원과 서상진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김태성 교수가 교신저자를 맡은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 울산과학기술원의 지원을 받아 연구가 수행됐으며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9월 25일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