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영화 ‘네 얼굴로는 울 수 없어’…바뀐 몸만큼 극적인 후반 반전

2026. 10. 5.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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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기미지마 가나타의 데뷔 소설 『네 얼굴로는 울 수 없어』가 원작이다. 하루아침에 몸이 바뀐 두 남녀가 원래대로 돌아가지 못한 채 15년의 시간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익숙한 보디체인지 설정을 가장 현실적인 삶의 질문으로 확장시켰다. 일본 청춘물다운 영상미는 덤이다.

※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열다섯 살 여름, ‘리쿠’(타카하시 카이토)와 ‘마나미’(요시네 쿄코)는 우연한 사고로 몸이 뒤바뀐다. 하루면 끝날 줄 알았던 시간은 어느새 15년이 되고, 첫사랑과 꿈, 취업과 연애까지 가장 소중한 순간들을 서로의 삶으로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15년 후, 다시 찾아온 여름은 두 사람의 운명을 다시 흔들기 시작한다.

영화 ‘네 얼굴로는 울 수 없어’ 스틸컷
‘네 얼굴로는 울 수 없어’는 세상에 오직 둘만이 공유하는 비밀을 나누며, 몸이 바뀐 것이 서로였기에 다행이었던 두 사람의 애틋한 청춘 스토리를 그린 영화다. 기존 보디체인지물의 클리셰였던 코믹한 상황 대신 남이 되어 버린 내 가족과, 진짜 가족으로 돌아갈 수 없는 현재 가족과의 거리감부터, 내가 ‘나’임을 증명할 수 없는 세상 속에서 겪는 지독한 고립감, 진짜 자신의 삶을 잃어버린 상실감 등을 비교적 현실감 있고 어둡게 그려내고 있다.

감독은 ‘보디체인지’라는 소재를 주인공들이 겪는 유쾌한 소동극이나 다시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기 위한 과정에 집중하는 단순한 코미디극으로 소비하지 않고, 두 인물이 겪어내는 보이지 않는 통증과 15년이라는 시간의 무게에 집중해 현실적이고 밀도 높은 휴먼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영화 ‘네 얼굴로는 울 수 없어’ 스틸컷
타인의 성별과 신체, 낯선 가족과 사회적 관계를 감당하며 살아가야 하는 이들의 궤적은 영화를 지극히 현실적이고 묵직한 인생 드라마로 확장시킨다. 타인의 몸으로 학창 시절을 끝마치고 취업, 결혼 등 인생의 거대한 변곡점을 온전히 견뎌내야 하는 두 인물의 서사는 판타지적 설정을 딛고 ‘진정한 나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철학적 공감대를 던진다.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폭넓은 스펙트럼을 입증해 온 요시네 쿄코가 동급생 마나미의 몸으로 15년을 살아가는 ‘리쿠’ 역을 맡아 매 순간 겉도는 듯한 정체성의 혼란과 진짜 자신의 삶을 빼앗겼다는 상실감을 특유의 단단한 눈빛과 절제된 연기로 표현해낸다.

영화 ‘네 얼굴로는 울 수 없어’ 스틸컷
인기 그룹 ‘King & Prince’의 멤버이자 다수의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굳힌 타카하시 카이토가 리쿠의 몸에서 성인으로 성장한 소녀 ‘마나미’ 역을 맡아 인생의 거대한 변화 앞에서의 쓸쓸함을 다정한 미소 뒤에 숨겨진 깊은 감정의 스펙트럼을 연기해낸다.

영화는 끝으로 갈수록 ‘어떻게 원래대로 돌아가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함께 살아가느냐’에 집중한다. 배우들의 단단한 눈빛과 절제된 감정 연기가 오래 기억에 남는다. 감독은 인간의 정체성과 고립, 그리고 타인과의 깊은 연대라는 본질적인 테마를 밀도 있게 직조해낸다. 영화는 나답게 만드는 것은 얼굴일까, 기억일까, 혹은 내가 직접 살아온 시간일까에 대한 질문을 관객들에게 던진다.

영화 ‘네 얼굴로는 울 수 없어’ 포스터
푸른 수영장과 늦여름의 햇살, 짙은 녹음을 뚫고 달리는 자전거 길 등의 영상미가 일본 청춘물 특유의 서정미를 전달하며, 두 사람의 쓸쓸함 뒤로 흐른다. 특히 겉으로는 각자의 삶에 잘 적응해 어른이 된 듯 보이지만, 그 안에 남아 있는 혼란까지 연기해내는 두 배우의 연기가 발군이다. 러닝타임 123분.

[글 최재민 이미지 홀리가든]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50호(26.10.1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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