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보다 군 면제".. 양민혁 병역 혜택 발언·박승수 전역모 세레머니 논란 확산
“군대 안 갑니다”·‘전역모’ 인증에 또다시 형평성 논쟁 점화
예술·체육요원 제도 병력 감소 속 축소·폐지 논의까지 급부상
스포츠 성과와 병역 의무 사이 사회적 합의 다시 마련해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4연패라는 값진 성과가 나온 직후, 한국 대표팀을 향한 축하 분위기가 병역특례 논란으로 급속히 식고 있다. 일부 선수들이 금메달의 의미보다 병역 혜택을 강조하는 듯한 발언과 행동을 보이면서다.
한국 U-23 대표팀은 지난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승에서 일본을 1-0으로 꺾고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4회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엄지성이 결승골을 터뜨리며 대회 4골 4도움으로 맹활약했고, 대표팀은 전술 완성도에 대한 대회 초반의 우려를 딛고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경기 직후 나온 발언이 논란의 불씨가 됐다. 양민혁은 인터뷰에서 메달이나 트로피가 중요하지 않았으며 병역 혜택을 보고 경기에 임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기혁 역시 금메달을 들어 보이며 “저 군대 안 갑니다”라고 외쳤다. 대표팀 막내 박승수는 우승 직후 이른바 ‘전역모’를 쓴 사진을 SNS에 올렸다.
문제는 이 같은 언행이 개인적인 기쁨의 표현을 넘어 병역특례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과 맞물렸다는 데 있다. 특히 박승수는 대회에서 교체로 세 경기에 출전해 16분을 뛰었다는 점에서 논란이 더욱 커졌다. 반면 결승골을 포함해 4골 4도움을 기록한 엄지성은 금메달을 목표로 뭉친 결과라며 소속팀에서 역할을 다하겠다는 소감을 남겼다.
야구대표팀도 비슷한 논란의 시선을 받고 있다. 한국은 일본과의 조별리그에서 0-5로 패한 뒤 결승에서 3-1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따냈다. 대표팀 24명 가운데 16명이 병역특례 대상이 됐다. 대회 직전 부상을 입고도 출전을 강행한 김도영을 두고 병역 혜택과 연결한 뒷말이 나온 것도 제도를 둘러싼 국민적 시선이 예민하다는 방증이다.
정확히 말하면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에게 주어지는 것은 ‘군 면제’가 아니다.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돼 4주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뒤 34개월 동안 해당 분야에서 활동하고 544시간의 공익복무를 수행하는 보충역 제도다. 국위선양을 명분으로 마련됐지만 시대 변화와 함께 형평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병역 자원 감소는 제도 존폐 논의를 더욱 거세게 만들고 있다. 병무청은 보충역을 단계적으로 줄이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예술·체육요원 규모를 크게 축소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병력 부족이 현실적인 국가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특정 분야의 성과를 이유로 병역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타당한지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스포츠의 국제 경쟁력과 병역 의무 사이의 균형도 과제다. 국가대표 선수에게 병역 문제가 선수 생활과 해외 진출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사안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국민에게 병역은 여전히 민감한 의무이며, 같은 연령대 청년들이 군 복무를 수행하는 현실도 외면하기 어렵다. 특히 병역 혜택을 받게 된 선수들이 이를 공개적으로 희화화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면 제도의 정당성까지 흔들릴 수 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선수 개인의 실수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어떤 국제대회에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선수에게 병역 혜택을 줄 것인지, 국가대표로서의 공헌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지 사회적 합의를 다시 마련해야 한다. 제도에 대한 신뢰가 유지되려면 혜택을 받는 선수들에게도 그 취지와 책임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는 목소리가 크다.
축구와 야구의 금메달은 분명 한국 스포츠가 거둔 성과다. 하지만 금메달의 가치가 병역 혜택의 크기로 평가되는 순간 스포츠가 국민에게 주는 감동은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이번 논란은 선수들의 언행을 둘러싼 논쟁을 넘어, 시대가 달라진 만큼 예술·체육요원 제도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 사회가 다시 답해야 할 시점임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