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LAW] 조종당한 몸으로 살인했다면… 영화 ‘옵세션’의 형사책임

유병훈 기자 2026. 10. 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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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옵세션'은 친구 니키(인데 나바레테 분)를 짝사랑하던 베어(마이클 존스턴 분)가 "나를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게 해 달라"는 소원을 빌면서 벌어지는 공포극이다. 소원은 현실이 되고, 니키는 베어에게 병적으로 집착하며 주변 사람들까지 위협한다.

원 변호사는 "베어가 소원이 실제로 니키의 의사를 지배한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해제하거나 위험을 줄일 수 있었다면 자신이 만든 위험을 제거할 의무가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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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옵세션 공식 트레일러/유니버설 픽처스 제공

영화 ‘옵세션’은 친구 니키(인데 나바레테 분)를 짝사랑하던 베어(마이클 존스턴 분)가 “나를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게 해 달라”는 소원을 빌면서 벌어지는 공포극이다. 소원은 현실이 되고, 니키는 베어에게 병적으로 집착하며 주변 사람들까지 위협한다.

급기야 니키는 사람을 죽인다. 하지만 살인을 저지른 것은 니키의 몸일 뿐, 그의 의지까지 니키 자신의 것이었다고 볼 수 있을까. 모든 일을 시작한 베어 역시 누구를 죽이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 영화 속 사건을 한국 형법에 대입하면 살인 책임은 예상보다 복잡해진다.

◇몸까지 지배됐다면 니키에게 ‘행위’ 있었나

먼저 따질 것은 살해 당시 니키의 움직임을 형법상 자신의 행동이라고 볼 수 있느냐다. 법무법인 YK 원희영 변호사는 “니키의 신체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완전히 지배됐다면 고의나 책임능력을 따지기에 앞서 형법상 ‘행위’ 자체가 있었는지를 봐야 한다”고 했다.

형법에서는 외부의 힘이 사람의 몸을 완전히 지배해 자신의 의지가 전혀 개입하지 못한 경우를 ‘절대적 폭력(vis absoluta)’이라고 한다. 다른 사람이 팔을 붙잡아 강제로 제3자를 때리게 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몸은 움직였지만 스스로 선택해 움직인 것이 아니어서 피강요자의 행위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대로 소원이 니키의 몸을 직접 조종한 것이 아니라 사랑과 집착이라는 감정만 극단적으로 증폭시킨 것이라면 달라진다. 니키가 왜곡된 감정에 따라 스스로 살인을 선택했다면 살인의 고의와 책임능력을 따져야 한다.

원 변호사는 “결국 니키의 몸까지 지배된 것인지, 아니면 감정과 판단만 왜곡된 것인지가 핵심”이라며 “외형상 신체가 움직였더라도 본인의 의사에 따른 행동이 아니라면 피강요자에게 형법상 행위 자체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옵세션 스틸컷 /유니버설 픽처스 제공

◇베어가 원인 만들었지만…곧바로 살인범은 아냐

소원을 빈 베어에게 곧바로 살인죄를 물을 수도 없다.

형법에는 다른 사람을 사실상 도구처럼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간접정범’이라는 개념이 있다. 하지만 베어가 처음 빈 소원은 니키의 사랑을 얻으려는 것이었지 제3자를 죽이라는 내용은 아니었다.

원 변호사는 “나중에 소원의 효력을 알았다고 해서 처음 소원을 빌 당시까지 살인의 고의가 소급되지는 않는다”며 “영화에 나타난 사정만 보면 간접정범보다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나 과실치사가 더 직접적인 쟁점”이라고 했다.

◇첫 살인 뒤에도 못 막았다면 책임 달라져

베어의 형사책임이 본격적으로 문제 되는 것은 소원의 위험성을 알아차린 뒤다.

형법 제18조는 자기 행위로 위험을 만든 사람이 그 위험을 막지 않은 경우 일정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한다. 이른바 ‘부작위범’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도 2015년 세월호 사건에서 부작위 책임을 인정하려면 단순히 위험을 막을 의무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제 상황을 통제할 수 있었는지와 행동했다면 결과를 막을 수 있었는지 등을 함께 따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원 변호사는 “베어가 소원이 실제로 니키의 의사를 지배한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해제하거나 위험을 줄일 수 있었다면 자신이 만든 위험을 제거할 의무가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특히 첫 살인이 벌어진 뒤에는 추가 범행 가능성을 예상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다만 영화 속 베어는 소원을 풀 방법을 찾고 주변 사람들에게 위험을 알리기도 한다.

원 변호사는 “당시 가능한 조치를 충분히 취했는데도 두 번째 살인이 발생했다면 결과만으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며 “반대로 해제 시도나 경고가 형식적인 수준에 그쳤다면 첫 번째 살인 이후 높아진 위험을 알고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책임이 문제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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