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임단협 부결.. 조선 호황에도 임금 갈등 지속

정용진 2026. 10. 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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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일 협상 끝 마련한 잠정합의안, 조합원 투표서 52.14% 반대로 부결
월 기본급 12만원·일시금 1100만원에도 고정급 인상 요구는 여전
조선업 호황 속 성과 배분 놓고 노사 간 임금체계 갈등 재점화
합의안 부결로 재교섭 불가피…생산 차질과 갈등 장기화 우려
[지데일리] HD현대중공업 임단협이 120일간의 줄다리기 끝에 잠정합의까지 갔지만 조합원 투표의 벽을 넘지 못했다. 조선업 호황에 따른 성과 배분을 놓고 노사가 어렵게 마련한 합의안이 과반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서 올해 임금협상은 다시 원점에서 재논의될 처지에 놓였다.
사진=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2일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반대 3932표, 찬성 3588표로 부결됐다고 밝혔다. 전체 조합원 8100명 가운데 7541명이 투표에 참여해 투표율은 93.10%에 달했다. 

반대 비율은 52.14%로 찬성 47.58%보다 4.56%포인트 높았다. 무효표는 21표였다. 높은 투표율 속에서 과반의 반대가 나온 만큼 조합원 내부에서 잠정합의안에 대한 불만이 상당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앞서 노사는 지난 6월 2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120일 동안 교섭을 이어갔다. 지난달 29일에는 제22차 본교섭을 열고 14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 끝에 다음 날 새벽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노조는 교섭 과정에서 모두 7차례 부분파업을 벌이며 임금 인상과 고용·복지 개선을 압박했다.

잠정합의안에는 호봉승급분을 포함한 월 기본급 12만원 인상과 일시금 1100만원, 기본급의 200% 지급, 성과급 등이 담겼다. 출산 축하휴가를 기존 10일에서 20일로 늘리고 장기근속자 포상을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생산기술직 신규 채용과 조합원 해고 시 60일 전 예고 등 고용·복지 관련 조항도 마련됐다. 

회사 측은 기본급 인상분과 일시금, 성과급 등을 합산하면 조합원 1인당 평균 4056만원의 지급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 교섭보다 1061만원 증가한 규모다.

그럼에도 합의안이 부결된 핵심 배경에는 임금의 구성 방식에 대한 노사 간 시각 차이가 자리 잡고 있다. 노조는 조선업 호황으로 수주와 실적이 개선되는 흐름에 맞춰 기본급과 상여금 같은 고정급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반면 회사는 격려금과 성과급 등 변동급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보상 규모를 키우는 방안을 제시했다. 총액 기준으로 상당한 보상이 제시됐더라도 조합원 입장에서는 매달 받는 고정적인 임금 수준을 높이는 문제와 일시적 보상 규모가 서로 다른 문제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번 부결은 회사가 제시한 전체 보상 규모만으로 현장의 임금 요구를 설득하기 어려웠다는 점도 보여준다. 특히 조선업 호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생산 현장의 노동 강도와 숙련 인력의 가치에 비해 고정급 인상폭이 충분한지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커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회사 입장에서는 고정비 성격이 강한 기본급을 크게 높일수록 향후 업황 변동 때 인건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고민도 피하기 어렵다.

노사는 새로운 합의안을 마련하기 위한 재교섭에 나서야 하며, 구체적인 교섭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번 투표 결과가 장기적인 노사 갈등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고정급과 변동급의 간극을 좁히는 새로운 절충점으로 연결될지는 향후 협상에 달렸다. 

무엇보다 이미 120일을 소요한 교섭을 다시 시작하는 만큼 노사 모두 추가적인 생산 차질과 갈등 비용을 줄이면서 조합원이 납득할 수 있는 임금체계를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