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유공자 후손 허미미…조부 비석 앞 “금메달” 약속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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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야, 한국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나가렴."
그리고 가족의 든든한 응원에 힘입어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2021년 한국에 온 이듬해인 2022년 태극마크를 달았다.
허미미는 "그 사실을 알고 난 뒤 훈련할 때도 태극마크가 있는 유도복을 입으면 더 힘이 났다"고 했다.
허미미는 2024년 한국 여자 유도 선수로는 29년 만에 세계선수권을 제패하고, 파리 올림픽에서 메달 두 개(개인전 은, 단체전 동)를 땄지만, 금메달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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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허석 의사 5대손 ‘재일교포 3세’
일본 국적 포기 뒤 올림픽 은 이은 쾌거
어깨 수술 부담감 털고 정상 등극
“엄마, 나 1등 했어” 환하게 웃어

“미미야, 한국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나가렴.”
2021년 할머니의 유언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꿨다. 일본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일본 도쿄에서 나고 자란 재일동포 3세인 그가 ‘그곳’에서 유도를 하는 것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유도 선수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8살 때부터 유도를 한 그는 중학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일본 유도계에서 촉망받는 기대주였다. 하지만 할머니의 마지막 한마디에 “한국에서 태극마크를 달아야겠다”는 갈망이 솟구쳤다. 그리고 가족의 든든한 응원에 힘입어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2021년 한국에 온 이듬해인 2022년 태극마크를 달았다.

한국에 와서 할머니의 유언에 담긴 깊은 뜻을 조금 더 짐작할 수 있었다. 알고 보니 그는 독립유공자인 고 허석 의사의 5대손이었다. 허석 의사는 일제강점기 당시 경북 지역에서 항일 격문을 붙이다 옥고를 치른 독립운동가다. 이 사실은 소속팀 경북체육회 김정훈 감독이 혼자서 외롭게 훈련하는 허미미를 위해 한국에 있는 먼 가족이라도 찾아주려다가 알게 됐다. 허미미는 “그 사실을 알고 난 뒤 훈련할 때도 태극마크가 있는 유도복을 입으면 더 힘이 났다”고 했다.
할머니의 유언으로부터 5년 뒤, ‘손주’는 그 ‘뜻’을 이뤘다. 허미미는 1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의 아이치 인터내셔널 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57㎏ 결승에서 리운자야 테르비시(몽골)를 유효로 누르고 우승했다. 이번 대회 유도 첫 금메달이었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따라 부르려고 애국가를 외워갔는데, 은메달을 따면서 부르지 못해 아쉬웠다”던 그는 그때 못 부른 애국가를 나고야 시상대에서 원 없이 읊조렸다. “의미를 하나하나 찾아가며 외웠어요.”

‘뿌리’를 떠나서 유도 선수로서도 다시 힘을 내게 한 값진 금메달이었다. 허미미는 2024년 한국 여자 유도 선수로는 29년 만에 세계선수권을 제패하고, 파리 올림픽에서 메달 두 개(개인전 은, 단체전 동)를 땄지만, 금메달이 없었다. 무엇보다 파리 올림픽 이후 왼쪽 어깨 인대 수술을 하며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그는 “선수 생활을 한 이후 처음 수술대에 오른 터라 ‘다시 운동을 시작할 수 있을까’ 두려웠다. 제 짧은 인생에서 가장 힘든 순간이었다. 지난 6월 몽골 그랜드슬램에서 메달을 못 따서 심리적으로 더욱 힘들었다”고 했다. 이날 대회를 앞두고 “잠을 못 잘 정도”였다고 한다.
파리 올림픽 이후 그가 나서는 대회마다 메달을 딸 거라는 기대감이 커진 데다, ‘독립운동가 후손 재일동포 3세’가 일본에서 아시안게임을 치르는 것에 주목하는 시선도 다소 부담됐다고 한다. “일본에서 치르는 대회라는 생각을 많이 안 하려고 했다. 바라는 대로 되면 좋겠지만, 안 되더라도 ‘마지막 시합’인 것처럼 최선을 다하자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많은 이들이 응원한다는 사실에 감사했고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내고 싶었다”며 승부욕을 감추지 않았다. “부모님이 오시면 부담스러워서 오지 말라고 했다”면서도 “가족이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엄마, 나 1등 했어!”

우승이 확정된 뒤 정성숙 총감독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던 허미미는 경기 뒤 공동취재구역에서는 “너무 기쁘다”며 펄쩍펄쩍 뛰었다. 평소 귀여운 것을 좋아해서 “가방에 주렁주렁 달고 다닌다”는 그의 쿠로미 인형처럼 싱글벙글 ‘귀여운’ 미소를 연신 지었다. 하지만 매트에만 서면 웃음기가 가시고 상대를 냅다 내리꽂으며 승부사로 변하는 그 냉철함으로 이제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금메달”을 바라본다. 파리 올림픽 뒤 대구 군위에 있는 ‘할아버지’ 허석 의사 기적비를 찾아 “다음엔 금메달을 가져오겠다”던 약속도, 할머니에게 금메달을 바치고 싶다던 약속도 모두 지켰다. 그는 “할머니의 그 말이 없었다면 제가 이렇게 한국에 와서 유도를 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며 “할머니께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나고야/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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