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유공자 후손 허미미, 일본서 여자 유도 57㎏ 금메달

‘독립운동가’ 후손으로 알려진 한국 여자 유도 간판 허미미(24·경북체육회)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 한국 유도의 첫 금메달이자, 1994 히로시마 대회 이후 32년 만에 나온 여자 57㎏급 금메달이다.
허미미는 1일 일본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유도 여자 57㎏급 결승전에서 테르비시 아리운자야(몽골)를 누르고 우승했다. 허미미는 시작 11초 만에 업어치기로 유효를 얻어냈다. 이후로도 소매를 놓지 않으며 공격을 계속 주도했다. 허미미는 1분 5초를 남기고 지도를 받았지만, 남은 시간 상대 공격을 잘 봉쇄해 금메달을 땄다.
앞서 허미미는 16강에서 조에마리 하트 라파엘(필리핀)을 소매 업어치기 절반과 누르기 절반을 묶은 한판승으로 28초 만에 꺾었다. 8강에선 타오유밍(중국)을 1분30초 만에 누르기 한판승으로 잡았다. 준결승에서는 슈쿠르존 아미노바(우즈베키스탄)를 반칙승(지도 3개)으로 눌렀다.
재일교포 3세인 허미미는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의 5대손이다. 허 선생은 일제강점기 때 경북 지역에서 항일 격문을 붙이다 옥고를 치렀다. 허미미는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일본 도쿄에 태어났다. 일본에서도 유도 기대주였으나 2021년 세상을 떠난 할머니가 “한국에서 올림픽에 나갔으면 좋겠다”는 유언을 남기자,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건너왔다.
허미미는 2024년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뒤 그해 파리 올림픽에서 개인전 은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어깨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고 이후 긴 재활 과정을 거쳤다. 오랜 기간 실전 경기를 뛰지 못해 컨디션이 악화됐고,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예전 기량을 되찾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승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허미미는 “수술 후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아서 걱정을 많이 했다”며 “‘다시 올라설 수 있을까’라는 생각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뒤 많은 기대를 받았는데 이번 대회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그래도 주변에서 ‘금메달이 아니어도 된다’라고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허미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금메달을 갖고 할머니 영전을 찾겠다고 다짐했는데, 이를 지키게 돼 기쁘다”라고 했다. ‘할머니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나’라는 물음에는 “‘그 말씀이 없었다면 내가 이렇게 한국에 와서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행복한 순간을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최영배 기자 c1y0b5@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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