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LNG’ 못 박은 美... 김정관 “강하게 항의”

정라진 기자 2026. 10. 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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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韓 대미투자에 ‘알래스카’ 일방 발표
대미투자 팩트시트에는 ‘검토 착수’
“상업적 합리성 확보되지 않으면 추진 안해”
알래스카의 원유 수송 파이프라인. AFP연합뉴스

한국 정부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로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가 공식 선정됐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아직 ‘조건부 검토’ 단계인 대형 원전 8기 건설과 알래스카 LNG(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까지 한국의 확정 투자처로 기정사실화해 발표하면서 한미 양국 간 온도차가 드러났다. 특히 그간 사업성이 낮아 글로벌 기업들조차 손을 뗐던 알래스카 사업에 대해 미국 측이 구체적인 투자 금액까지 언급하면서 정부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1일 산업통상부가 공개한 대미투자 팩트시트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전략적 투자 사업인 ‘프로젝트 스타(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 한미 원전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파워’,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인 ‘프로젝트 노스’를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양국 발표의 간극이 컸다. 한국 정부는 223억 달러 규모의 텍사스 엔시날 복합화력발전소 건설만 확정했을 뿐, 원전과 알래스카는 경제성과 법적 요건을 추가로 따져봐야 하는 ‘조건부 검토’ 과제로 명확히 선을 그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한국 정부가 최대 2000억 달러를 투자해 6GW(기가와트) 규모 발전 시설과 8기의 신규 대형 원전, 알래스카 LNG 파이프라인을 건설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알래스카 프로젝트에 대해 “500억 달러가 넘는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구체적인 수치를 못 박았다.

이 때문에 알래스카 LNG 사업이 뜨거운 감자로 꼽혔다. 알래스카 북부 유·가스전에서 남부 앵커리지와 니키스키까지 약 1300km 길이의 가스 배관을 깔아 2029년 내수 공급, 2032년 수출을 목표로 하는 대공사다. 그러나 혹독한 기후 환경, 인프라 부재로 인한 천문학적 공사비와 운송비, 지지부진한 인허가 탓에 메이저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조차 이미 발을 뺀 상태다. 트럼프 행정부의 거센 관세 압박에 우리 정부가 지난해 현지 실사까지 벌였으나 당시에도 “상업적 합리성이 없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미국 측의 성급한 ‘투자 확정’ 발표에 우리 정부는 유감을 표명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미국은 (투자 성과를) 국내적으로 활용하고 싶어하는 것이 보였다. 그런 부분에 대해 오늘 아침 러트닉 장관에게 강하게 이의제기했다”며 “(미국 측은) 한국 측의 우려를 이해한다는 반응과 함께 (사업이) 제대로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알래스카 사업의 문을 완전히 닫지 않고 ‘조건부 검토’에 나선 배경에는 에너지 안보가 있다. 중동 전쟁의 장기화로 가스 수급선 다변화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알래스카 프로젝트의 사업권이 민간 사업자에서 미국 상무부와 연방정부 주도로 양도되는 변화가 있었다. 미국 정부가 직접 나서 인허가 문제를 해결하고, 세금·관세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상업성 계산이 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팩트시트에는 ‘상업적 합리성 및 국내법적 요건 충족’을 전제로 검토에 착수하되, 한국 기업의 우호적 참여 지원과 경제성 있는 가격의 구매 계약(Offtake) 보장, 생산 LNG에 대한 한국의 우선 접근권 부여 등이 명문화됐다.

정부는 철저히 ‘실리’로 맞서겠다는 방침이다. 김 장관은 “정부의 판단 기준은 단 하나, 상업적 합리성이다. 이에 따라 판단하고, (상업적 합리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추진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한국과 미국이 합의한 조인트 팩트시트에 나와 있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 정상이 대규모 투자를 공언한 이상 한국의 결단을 압박하는 미국의 통상 청구서는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 선거를 앞두고 성과를 과하게 부풀린 경향도 있다”면서도 “정부가 내건 상업적 합리성이 방패막이가 될 수 있을지는 지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일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에서 대미투자 사후 브리핑에 참석했다. 사진=산업부 제공.

세종=정라진 기자 realjin03@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