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정원에서 만나요

김명희 기자 2026. 10. 1.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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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순해지고 바람이 선선해지는 계절, 서울의 문화 공간들이 일제히 밖으로 나오고 있다.

정원까지 힙한 서울숲2005년 문을 연 서울숲은 성수동을 품은, 서울에서 가장 힙한 숲이다. 올해는 여기에 '2026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더해지면서 누적 방문객 1000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사랑받고 있다.

서울숲은 자작나무와 메타세쿼이아가 우거진 길부터 단풍과 열매를 바라보며 계절을 느끼기 좋은 곳까지 다양한 정원이 조성돼 있어 언제 걸어도 좋지만, 숲을 좀 더 깊이 음미하고 싶다면 정원도슨트가 동행하는 '가을 정원 깊이 읽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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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순해지고 바람이 선선해지는 계절, 서울의 문화 공간들이 일제히 밖으로 나오고 있다.

서울숲 가족마당 잔디밭에 마련된 야외 극장. 

정원까지 힙한 서울숲

2005년 문을 연 서울숲은 성수동을 품은, 서울에서 가장 힙한 숲이다. 올해는 여기에 '2026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더해지면서 누적 방문객 1000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사랑받고 있다. 
거울연못에 설치된 미디어파사드.
가을의 낭만은 역시 영화. 서울숲 가족마당 잔디밭은 매주 금요일 혹은 토요일 오후 7시에는 '시네마 천국’이 된다. 상영작은 '쿵푸팬더 3’(10월 2일), '인생은 아름다워’(10월 10일), '웡카’(10월 16일), '말할 수 없는 비밀’(10월 24일) 등이다. 입장료도, 예약도 필요 없다. 영화가 끝난 뒤 스크린을 걷어낸 자리에 남은 가을밤의 숲과 하늘이 영화의 여운을 더한다.  

주말에는 장터와 음악까지 더해진다. 10월 3일에는 농부시장 마르쉐가 열리고, 17~18일에는 여러 지자체가 참여하는 직거래 장터가 마련된다. 같은 기간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도심 승마 체험에도 참여할 수 있다. 거울연못에는 가로 8m, 세로 4.5m 규모의 AI 미디어파사드가 설치된다. 수면에 반사되는 미디어아트와 조명을 결합한 퍼포먼스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서울숲은 자작나무와 메타세쿼이아가 우거진 길부터 단풍과 열매를 바라보며 계절을 느끼기 좋은 곳까지 다양한 정원이 조성돼 있어 언제 걸어도 좋지만, 숲을 좀 더 깊이 음미하고 싶다면 정원도슨트가 동행하는 '가을 정원 깊이 읽기’를 추천한다. 회당 10명이 참여하는 소규모 프로그램으로 공식 홈페이지에서 사전 신청을 해야 한다. 

퐁피두센터 한화 정원 프로젝트 ‘새겨지는 것들’ 전경, 2026, 퐁피두센터 한화 제공

정원으로 나온 미술관
퐁피두센터 한화

신미경, Celestial Whisper 51 Angel A, 2024, 퐁피두센터 한화 제공
1985년 완공된 63빌딩은 한때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빌딩으로 오랫동안 서울의 풍경을 대표했다. 최근에는 지난 6월 문을 연 퐁피두센터 한화가 이곳을 다시 찾게 만드는 새로운 이유가 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대표적인 국립 근현대미술관인 퐁피두센터와 한화문화재단이 손잡고 만든 공간으로, 20세기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비롯해 다양한 근현대미술을 소개한다. 개관전으로 열리고 있는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10월 4일)에 하루 최대 7000명이 몰리며 새로운 문화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파리 루브르박물관 리모델링과 LVMH 사옥 설계 등으로 유명한 프랑스 건축가 장 미셸 빌모트가 설계한 갤러리는 직선과 곡선이 조화를 이루며 공간에 깊이감을 더한다. 작품을 둘러싼 하얀 벽을 따라 걷다 보면 시선이 자연스럽게 다음 공간으로 이어지고, 건축 자체가 작품 감상의 경험을 확장한다. 

오묘초, 아모르포, 2026, 퐁피두센터 한화 제공
건물 밖으로 나오면 세계적인 조경 디자이너 피트 아우돌프가 설계한 '63 아우돌프 가든’이 펼쳐진다. 이 정원에서는 현재 정원 프로젝트 '새겨지는 것들(Imprinting Time)’이 열리고 있다. 김윤신, 신미경, 오묘초 등 여성 작가들이 자연과 시간이라는 공통의 주제를 각자의 언어로 풀어낸다. 김윤신은 나무를 깎아 만든 형태를 금속으로 떠내고 색을 입힌 조각을 선보인다. 신미경은 비누로 만든 천사 조각을 정원에 놓았다. 바람과 빗물, 공기에 노출된 조각은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닳고 형태가 달라진다. 오묘초는 식물과 신체의 경계를 넘나드는 비정형 조각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바라본다.

정원 프로젝트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HAY·루밍·로파서울 등 리빙 브랜드와 편집 숍, 고메스트리트, 한강공원까지 이어지는 동선도 가을 나들이 코스로 손색없다.

계단과 광장, 객석이 되다
예술의전당

예술의전당에 갈 때면 공연장이나 전시장으로 곧장 향하기 바빠 무심코 지나치던 광장과 계단이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8월에는 시장이 열려 농부와 시민이 제철 먹거리와 이야기를 나눴고, 9월에는 K-클래식과 K-패션을 결합한 야외 패션 퍼포먼스가 광장을 채웠다. 가을엔 계단이 객석이 되고, 넓은 광장이 서재와 공연장이 된다.
지난 8월 예술의전당 야외광장에서 열린 농부시장.  
10월 31일까지 매주 금·토요일에는 계단에 앉아 예술의전당의 뮤지컬과 연극, 음악회 실황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티켓을 구하지 못했거나 공연을 조금 더 편안한 방식으로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반가운 자리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사라진 야외에서 공연을 바라보는 경험도 색다르다. 10월 2~18일엔 광장이 서재로 변신한다. '북 페스티벌: 광장 서재’가 총 10회 열리며, 특히 10월 17일 CJ토월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토월정통연극 '유리동물원’의 원작을 미리 읽어볼 수 있다. 10월과 11월에는 야외 버스킹이 예정돼 있으며, 11월부터는 대형 트리와 크리스마스 콘텐츠가 광장을 채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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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서울시 예술의전당 핑피두센터한화 

김명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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