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 100일, 길을 묻다] 이한규 전 경기도 행정2부지사에게 듣는 민선 9기 도정의 길

최남춘 기자 2026. 9. 29.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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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행정 시너지 낼 ‘메가 이벤트’ 발굴로 조직 통합 및 강력한 추진력 확보해야
경기북부 규제 완화와 미군 반환공여지 개발은 ‘특별한 희생에 대한 국가적 책무’
복지와 첨단산업 투자의 정교한 균형… 남북 RE100 협력 및 차세대 AI 행정 준비 당부
이한규 전 경기도 행정2부지사가 인천일보 경기본사 인터뷰에서 정치·행정 시너지 낼 '메가 이벤트' 발굴로 조직 통합 및 강력한 추진력 확보 등을 제시하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경기도는 1400만 도민이 살아가는 대한민국 최대 광역지방자치단체이자, 첨단산업과 농배후지, 안보 접경지역과 수변구역이 복합적으로 교차하는 '작은 대한민국'이다. 민선 9기 출범 후 도정 수뇌부 라인업과 정책 방향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행정2부지사를 비롯해 도정의 핵심 보직을 두루 거치며 현장을 지휘해 온 이한규 전 부지사를 만나, 민선 9기 경기도가 나아가야 할 조직 관리 전략부터 경기북부 균형발전, 광역교통 협력, 재정 건전성과 미래 산업 투자, 차세대 AI 행정에 이르는 현안과 해법을 들어보았다.
이한규 전 경기도 행정2부지사가 인천일보 경기본사 인터뷰에서 정치·행정 시너지 낼 '메가 이벤트' 발굴로 조직 통합 및 강력한 추진력 확보 등을 제시하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 정치인 출신 도지사와 행정 전문가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공직사회의 통합을 이끌어내려면 어떤 조직 관리 전략이 필요합니까?

"도민과 경기도청 조직 전체가 하나의 명확한 목표를 향해 달릴 수 있는 '메가 이벤트(Mega-event)'를 발굴해 4년 임기 내에 집중 추진하는 전략이 핵심입니다. 메가 이벤트는 본래 올림픽, 월드컵, 엑스포처럼 대규모 방문객을 유치해 대대적 파급효과를 내는 국제 행사를 뜻합니다. 그러나 이를 행정적으로 넓혀 '경기도와 대한민국의 질적 성장, 도민 삶의 질 향상에 실질적 도움을 주는 대형 전략 사업'으로 정의하고자 합니다. 다양한 방문객 유치, 세계적 관심, 도시 브랜딩, 경제 활성화 효과를 거두면서도 비용 낭비 우려가 없고 도지사의 정체성과 부합하는 이벤트를 기획해야 합니다. 역대 지사들도 이를 통해 도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습니다. 임창렬 지사의 '세계도자기 엑스포', 손학규 지사의 '외국 첨단기업 대규모 유치', 김문수 지사의 '경기국제보트쇼 및 수도권 규제 완화', 이재명 지사의 '계곡 정비, 기본소득, 지역화폐' 등이 대표적입니다. 도민의 관심을 결집하고 세분화된 조직을 하나로 묶어줄 대형 핵심 과제를 제시할 때 공직사회 통합과 강력한 추진력이 완성됩니다."▲ 부지사 재임 시 도의회와의 협치에서 가장 큰 난관은 무엇이었으며, 민선 9기 도정이 협치 기구를 운용할 때 유의할 점은 무엇입니까?

"협의의 절대적 기준점은 언제나 '경기도의 성장'과 '도민의 삶의 질 향상'이어야 합니다. 첫째, 무엇이 도의 성장에 도움이 되고 도민 삶에 이로운지를 두고 합의를 이뤄내야 합니다. 중앙정치의 정쟁 구도를 경기도의회로 그대로 가져오는 행태는 철저히 경계해야 합니다. 치열한 정책 토론은 권장하되, 도민이 빠진 정당 이익 중심의 투쟁은 지양해야 합니다. 둘째, 주요 정책은 기획 초기 단계부터 도의회와 가감 없이 의견을 나누어야 합니다. 과거 집행부가 결정을 다 내려놓고 추인받듯 밀어붙이는 방식은 극심한 갈등을 초래했습니다. 집행부와 의회는 대등한 도정 파트너로서 격식과 예의를 갖추고 서로의 영역을 존중해야 비로소 진정한 협치가 작동합니다."▲ 경기북부 특별자치도 논의는 장기 과제입니다. 민선 9기에서 경기북부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남·북부 간 격차를 줄일 현실적 행정 과제는 무엇입니까?

"가혹한 중첩 규제를 합리적으로 해소하고, 미군 반환공여지를 북부 발전의 가장 강력한 촉진제로 삼아야 합니다. 남북 간 경제 격차는 북부 도민과 공직자의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국가가 안보와 환경보존을 명목으로 수도권정비계획법, 군사시설보호법, 물 관련 규제, 개발제한구역(GB) 등 촘촘한 중첩 규제를 쏟아부은 결과입니다. 국가 차원의 불균형 안보·환경 전략이 초래한 구조적 불평등인 셈입니다. 헌법적 가치인 '특별한 희생에 대한 특별한 보상'이 방치됐던 것이 격차의 주원인입니다. 다행히 국민주권정부 들어 미군 반환공여지 국가 주도 개발 등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고양·의정부 등에서 추진 중인 경제자유구역 지정 사업을 차질 없이 성공시키고 첨단 산업 인프라를 조성해 북부의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삼아야 합니다."▲ 접경지역 및 미군 공여지 활용, 기후테크 기업 유치 등 북부 개발을 위해 중앙정부와 어떻게 협의해야 합니까?

"'특별한 희생에 대한 특별한 보상'은 단순한 배려가 아닌 국가적 정의와 공정의 문제입니다. 미군 반환공여지 국가 주도 개발과 과감한 규제 완화가 그 구체적 실천 방안입니다. 의정부시는 재정자립도가 남부 주요 도시(화성·성남 50% 이상)의 절반 이하이자 전국 시 평균(29.5%)을 밑도는 19.41%까지 급락했습니다. 시 전역이 '과밀억제권역'으로 묶여 대학 신설이나 대기업 유치, 공장 총량 규제로 첨단기업 유치가 법적으로 봉쇄되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규제 완화와 반환공여지 활용은 지방에 대한 시혜가 아닌 국가적 책임입니다.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가 반환공여지를 자체 예산으로 매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므로, 정부가 직접 개발하거나 무상 양여·장기 대여하는 법적·제도적 결단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중앙정부가 보통교부세 기준재정수요 산정 시 북부의 차별적 규제 여건을 가산 반영하도록 적극적으로 이끌어내야 합니다."▲ GTX 연장 및 광역버스 노선 확충 등 수도권 광역 교통 협업 방안은 무엇입니까?

"과거 수도권교통본부의 한계를 교훈 삼아 서울시·인천시와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정례적 상시 대화 채널을 가동해야 합니다. 2005년 서울·경기·인천이 공동 설립한 '수도권교통본부'는 15년간 존속했으나 지자체 간 첨예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기에는 권한의 한계가 명확했습니다. 2019년 출범한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 역시 지자체 고유 이익이 충돌할 때는 실질적 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 문제에 단번에 통하는 단 하나의 정답은 없습니다. 지자체 간 자율적 협의에만 맡기면 성과를 내기 어려우므로 경기도가 강력한 행정력과 정무적 역량을 동시에 발휘해야 합니다. 현안이 발발한 후 수동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수도권 수뇌부 및 실무진 간 정기 상시 협의체를 가동해 사전 의견 조율과 노선 타협을 일상화해야 합니다."▲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AI·반도체 등 미래 첨단산업 투자를 지속하기 위한 원칙은 무엇입니까?

"복지 지출 등 고정성 예산과 경제 성장을 위한 미래 투자 예산 간의 정교한 균형 감각이 요구됩니다. 2026년 공시 기준 경기도의 재정자립도는 44.40%, 재정자주도는 44.42%이며, 통합재정수지는 4855억 원 적자입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도세 수입의 절반을 차지하는 취득세가 급감한 반면 복지 수요 등 이전재원 의존도가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다만 예산 대비 채무비율(약 11.95%)이나 자산 대비 부채비율(15.3%)은 정상 범위 내에서 관리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복지 고정지출 증가로 채무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점입니다.

정치학자 데이비드 이스턴은 정치를 '자원의 권위적 배분'이라 했습니다. 경기도는 '복지정부'와 '기업가형 정부'의 역할을 동시에 추진해야 합니다. 복지에만 치중하면 양질의 일자리 동력이 떨어지고, 개발에만 올인하면 소외 계층의 삶이 흔들립니다. 선진 복지 정책을 펴는 동시에 반도체·AI 등 초일류 첨단기업을 공격적으로 유치하는 '균형 잡힌 재정 배분'을 유지해야 합니다."▲ 반도체·AI 산단 조성 시 도청의 재정 배분 기준과 지원 원칙은 무엇이어야 합니까?

"네 가지 원칙을 엄격히 세워야 합니다. 첫째, 예산 편성 전 중앙정부, 경기도, 기업,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대타협 토론회를 거쳐 낭비성 예산을 사전 차단해야 합니다. 둘째, 도로·용수·전력 등 핵심 인프라 건설과 주민 갈등 조정 등 민간이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공공 영역에 재정을 집중 투입해야 합니다. 셋째, 예산을 나눠주기식으로 선심성 배분하지 말고 산업 생태계가 공고히 형성되도록 특정 핵심 분야에 집중 지원해야 합니다. 넷째, 민간 지원 시 기업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되 상응하는 사회적·경제적 책임성을 엄격히 물어야 합니다."▲ 후배 공무원들과 새 부지사진에게 당부하고 싶은 행정 철학은 무엇입니까?

"'성과 중심', '외부 환경의 끊임없는 관찰', '조직 구성원의 잠재 역량 개발'을 가슴에 품기를 당부합니다. 아울러 남북관계 긴장 완화와 차세대 AI 행정 대응이라는 두 가지 시대적 과제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첫째, 남북관계 평화 유지는 경기북부 발전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입니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경기도가 추진했던 개성양묘장 건립, 평양 당곡리 벼농사 협력, 문화교류, 말라리아 공동방역 사업 등은 언제든 재개할 수 있는 모범 사례입니다. 나아가 경기도의 '경기 RE100' 정책을 남북 협력으로 확장하는 '그린 데탕트 프로젝트'를 준비해야 합니다. 북한의 전력난을 신재생에너지 협력으로 푼다면 경기도만의 독보적 평화 경제 모델이 될 것입니다. 둘째, AI 정부 시대에 맞춰 행정을 선제적 예측 구조로 전환해야 합니다. 단순 반복 업무는 AI와 로봇에 맡기고, 공무원은 도민과의 정서적 교감과 고차원적 정책 디자인에 집중해야 합니다. 다만 AI 의사결정 시 발생할 수 있는 알고리즘 편향과 블랙박스 문제에는 민주적 통제 장치와 책임 제도를 철저히 마련해야 합니다. 취약계층의 디지털 격차 역시 중대한 사회적 위험임을 인식하고, 형평성 있는 따뜻한 AI 행정을 펼쳐주길 바랍니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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