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싱 피해자 1137명, 가상자산거래소에 묶인 약 263억 돌려받아

박찬희 기자 2026. 9. 29.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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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에서 지게차 기사로 일하는 강아무개(49)씨는 지난해 5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범죄 사실을 파악한 가상자산거래소가 피해금 일부를 동결했지만, 정작 피해자인 강씨의 정보를 몰라 방치돼 있었던 탓이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대장 김근준)는 지난 15일 기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 동결된 보이스피싱 피해금 약 263억원을 피해자 1137명에게 돌려줬다고 29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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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싱 피해금이 은행 등 금융회사로 이전된 경우와 가상자산 거래소로 이전된 경우 환급 구조 비교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제공

거제도에서 지게차 기사로 일하는 강아무개(49)씨는 지난해 5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은행에서 일하는 ‘김대리’를 사칭한 보이스 피싱 사기였다. ‘저금리 대출을 받으려면 기존 대출금을 지정한 계좌로 보내라’는 말에 속은 강씨는 가족과 지인에게서 빌린 3400만원을 송금했다. 뒤늦게 사기였다는 걸 깨달았지만, 피해금은 이미 가상자산 거래소와 연결된 은행계좌로 빠져나간 뒤였다. 졸지에 신용불량자가 된 강씨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피해금 회수는 쉽지 않았다. 범죄 사실을 파악한 가상자산거래소가 피해금 일부를 동결했지만, 정작 피해자인 강씨의 정보를 몰라 방치돼 있었던 탓이다.

보이스피싱 피해를 본 피해자 1100여명이 최근 가상자산거래소에 동결돼 있던 피해금을 돌려받았다. 강씨도 경찰을 통해 피해금의 절반가량인 1500만원을 환급받았다. 오는 1일부터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안이 시행되며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 피해금을 신속히 구제받을 길도 열린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대장 김근준)는 지난 15일 기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 동결된 보이스피싱 피해금 약 263억원을 피해자 1137명에게 돌려줬다고 29일 밝혔다.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가 동결해놓은 피해금이다. 경찰은 지난 2023년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와 피싱 방지 대응책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정보를 알 수 없어 동결됐던 피해금을 파악했다. 이후 최근까지 가상자산거래소 전자지갑 1050개와 은행계좌 16만3000개에 대한 자금추적을 통해 피해자를 특정하고, 이를 가상자산 거래소에 공유해 환급을 진행했다고 한다.

가상자산거래소에 10년 가까이 범죄 피해금이 동결된 채 방치됐던 건 범죄 피해 정보 공유가 제한된 제도적 사각지대 때문이다. 보이스피싱 등 범죄로 인한 피해금이 은행 계좌로 이전된 경우, 사기 피해 접수에 따라 계좌가 지급 정지되고 은행 간 정보공유로 피해자를 파악해 돈을 돌려주게 된다. 하지만 가상자산거래소의 경우 피해자 구제 신청이나 다른 금융사로부터의 정보 제공, 지급정지 요청·피해환급금 지급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었다. 그 결과 가상자산거래소는 은행 등에서 피해자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고 자체 약관을 통해 피해금만 동결해 보관해 왔다. 경찰은 특히 최근 들어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들이 수익을 빼돌리는 창구로 가상자산거래소를 활용하는 경우가 늘면서, 이곳들에 예치된 피해금도 늘어났을 거로 보고 있다.

이번 환급은 경찰의 적극적인 수사를 통해 이뤄졌지만, 오는 1일부터 개정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 시행되며 앞으로는 피해 구제 절차가 좀 더 원활해질 전망이다. 피싱 피해금이 은행 계좌를 거쳐 가상자산거래소로 입금된 경우에도 피해자 정보를 신속히 공유해 피해금을 환급받을 길이 열리는 것이다. 피해자 역시 거래소로부터 피해금 입금 사실을 통지받고 환급을 요청할 수 있게 된다.

경찰은 이번 환급과 함께 가상자산거래소가 보관하고 있던 피해금을 임의로 처분한 사례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가상자산거래소 피해금은 최대 6개월간 입·출금이 차단되는데, 이 동결 기간이 지난 뒤 이를 통보받은 계정 명의자 130명이 피해자에게 돌아가야 할 30억4000만원을 임의로 처분한 것이다. 경찰은 계정 명의자들에 대해 범죄수익은닉규제법위반 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반사회적 민생침해범죄인 보이스피싱 가담자 및 범죄조직에 대한 철저한 수사는 물론, 가상자산으로 은닉된 범죄수익금도 끝까지 추적하여 실질적인 피해회복이 이루어지도록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찬희 기자 ch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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