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통수칠 줄 알았던 대대장, 알고 보니···‘간부는 주적’ 군대 클리셰, 기분 좋게 배신했다
이현균·오대환 배우 전작 이미지 참고
‘빌런’으로 오해하게 했지만 ‘좋은 간부’
윤기영 작가 “현실에 없지만 실제 있으면 좋겠다”

갓 전입 온 신병에게 선임병이 묻는다. “우리의 주적은 누구냐?” “북한입니다.” 뻣뻣하게 답한 신병에게 선임병은 농을 친다. “틀렸어. 우리의 주적은 간부다.”
자신의 잇속, 혹은 자존심을 위해 병사나 하급 간부에게 몹쓸 짓을 서슴지 않는 군대 간부를 비꼰 ‘군대 클리셰’ 중 하나로 회자되는 이야기다. 군대를 소재로 한 창작물이라면 장르 불문 이런 간부가 묘사돼 왔다.
29일 종영을 앞둔 ENA 드라마 <신병 4: 사보타주>에서는 신화부대 대대장 ‘변혁진’(이현균)이 그런 인물인가 했다. 속내를 알 수 없는 무표정과 덤덤한 말투, 여기에 전 시즌 <신병 3>에서 병사들에게 인간적 면모를 선보였던 2중대장 ‘조백호’(오대환)와 엇갈리는 듯한 행보. 변혁진 캐릭터는 그의 본모습이 무엇인지, 언제쯤 정체를 드러낼지 조마조마하게 만들며 극의 흥미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부대 내 2중대에서 공포탄 격발 사고가 벌어지자, 변혁진은 조백호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않고 상부에 낸 경위서에 “본인에게 책임이 있다”고 적는다. 6회에서 변혁진은 조백호와 술잔을 기울이며 마음을 터놓는다. 변혁진의 정체는 군대 클리셰를 뒤집고 ‘좋은 간부’로 드러나며, ‘반전 선역’ 캐릭터를 선보였다.

<신병 3>에서의 조백호도 ‘반전 선역’ 캐릭터였다. 부임과 함께 경례 구호를 ‘충성, 사랑합니다’로 바꾸고, 아침 점호 중 뜀걸음을 생략하는 등 부대를 융통성 있게 굴리지만, 언젠가 병사와 시청자들에게 뒤통수를 칠 것만 같은 불안감이 있었다. 영화·드라마에서 악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오대환이 연기했기에 더욱 그랬다. 그러나 병사가 친 사고의 책임을 대신 짊어지고, 당시 대대장의 비리를 신고하는 등 끝내 선역으로 남았다.

<신병 3>와 <신병 4> 극본을 쓴 윤기영 작가는 28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두 캐릭터가 “어디선가 있을 것 같지만 내 옆에는 잘 없는 캐릭터들”이라며 “판타지일 수도 있지만, 실제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 인물을 이번 시즌에 많이 녹였다”고 말했다.
신병 시리즈를 연출한 민진기 감독은 “드라마 안에서는 좋은 간부들을 그리고 싶었다. 한편으로는 반전을 위한 장치로도 사용했다”고 말했다. 변혁진을 연기한 이현균은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에서 주인공을 압박하는 얄미운 인사팀장 역할을 찰떡같이 소화하며 시청자들의 감정이입을 이끌어내는 연기로 호응을 얻었다.
민 감독은 “캐스팅할 때 배우의 전작 이미지를 참고했다. 그 이미지를 연결해, 대중들이 ‘빌런일 것이다’라고 생각하게끔 했다”며 “이현균·오대환 배우가 평범함과 빌런의 느낌을 함께 낼 수 있는 배우라, 배우를 믿고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윤 작가는 “이 사람의 말이 선의인지, 악의인지 알 수 없던 점이 캐릭터를 쌓아올리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동명 웹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신병> 시리즈는 어느덧 4번째 시즌을 선보이며 원작에 없는 내용으로 나아가는 오리지널 콘텐츠가 됐다. 원작 캐릭터와 똑 닮은 배우들에 반전 선역 간부들까지 어우러져 <신병 4>는 시리즈 역대 최고 전국 시청률 4.8%(10회·닐슨코리아 기준)를 달성했다. 탄탄한 배우들의 연기에 더해 실제 벌어졌던 ‘양구 고등학생 군인 집단폭행 사건’을 다룬 에피소드, 출연 배우 김동준과 닮은 한가인의 카메오 등장 등이 화제성을 끌어올렸다.
민 감독은 “시즌이 거듭되는 콘텐츠는, 뒷 시즌이 앞 시즌을 뛰어넘어야 한다. 어떤 재미를 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이 시리즈가 지속돼야 할 이유가 생긴 시즌이 돼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신병’은 제 이야기도, 작가의 이야기도 아닌 시청자 여러분의 이야기”라며 “시즌 4는 시청자들에게 ‘월요병을 치료해주는 맥주 한 잔 같은 위로’로 남길 바란다”고 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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