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허위 기재 딱 걸려
11명이 52만 5000원 업무추진비 결제 기재
법률신문 이수형 대표 "7명이 식사" 확인해줘
가장 싼 메뉴 일인당 6만 5000원으로 알려져
출입처 기자들과 대표라 청탁금지법 위반 분명
법사위, 조 대법원장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
본인도 "국감에서 필요하면 공보관 통해 전달"
법원행정처장 "조 원장 격노한 사실 없고
재제청 방안만 골라 보고한 것도 아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업무추진비를 무분별하게 썼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가운데 법률신문사 대표와 기자 등에게 고가의 식사를 제공해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는 의심이 제기됐다. 지금까지는 대법원 직원들이나 재판 연구관들에게 격려 차원의 식사 대접에 업무추진비를 집행한 것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이다. 특히 법원행정처가 조 대법원장의 청탁금지법 위반 의심을 사지 않도록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허위로 신고했다는 사실이 28일 뉴스타파 보도로 알려졌다.
조 원장은 지난 1월 15일 법률신문 이수형 대표 등과 오찬을 가졌다. 식사 장소는 '미슐랭 가이드'에 오른 서울 강남의 고급 한정식 전문점이었다. 당일 식사 비용은 조 대법원장이 지불했는데 개인 돈이 아니었다. 국민 세금인 업무추진비로 식사 비용을 결제한 것이었다.
뉴스타파는 더불어민주당 김기표 의원실을 통해 대법원에서 작성한 '대법원장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확보했는데 해당 자료에는 11명이 모두 52만 5000원어치의 식사를 한 것으로 기재돼 있었다. 그런데 문제의 한정식 전문점 일인당 식사 비용은 최소 6만 5000원이었다. 이 금액 아래로는 아예 주문할 수 있는 메뉴 자체가 없다.

동아일보 법조기자 출신이며 2022년 5월 11대 사장으로 취임한 이수형 대표는 뉴스타파 취재기자에게 당시 식사 참석 인원을 직접 확인해줘 눈길을 끈다. 이 대표는 지난 22일 '사실관계 확인해서 답변 보내드립니다'로 시작하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참석 인원은 대법원에서 대법원장 포함해 토론회 행사를 주관한 분 등 4명 참석했고, 법률신문에서 대표이사와 OOO 당시 편집국장, 법원팀장인 OOO 기자가 참석했음. 이상입니다'를 보내왔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확인한 대로 7명이 식사를 해놓고 대법원은 식사 참석 인원이 11명이라고 허위로 적어 넣은 것이다. 뉴스타파는 대법원이 조 원장의 업무추진비 자료를 허위로 작성할 분명한 동기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률신문은 국내 유일의 법조 전문 언론이다. 대법원과 그 아래 소속된 각급 법원에 대한 기사도 중요하게 다룬다. 조 대법원장이 식사를 제공한 법률신문의 대표, 편집국장, 법원팀장은 대법원장의 직무와 관련된 인사, 즉 청탁금지법의 적용 대상으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
앞서 확인한 것처럼 조 원장이 법률신문 대표 등에게 제공한 식사는 일인당 최소 6만 5000원인데 청탁금지법 허용 기준인 5만원을 벗어난다. 식사 참석 인원을 11명으로 기입하면, 조 원장이 제공한 식사 비용은 일인당 약 4만 7000원으로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벗어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조희대 대법원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국민의힘은 여당이 일방적으로 조 대법원장을 증인 명단에 포함했다고 항의하며 의결 전에 퇴장했다. 통상 대법원장은 대법원 국정감사 때 인사말을 한 뒤 이석하는 것이 관례였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구를 거부한 경위 등을 질의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국민의힘은 사법부 독립 침해라고 맞받았다. 민주당 김기표 의원은 "법원행정처에서 제청하는 게 맞는다고 하니까 대로(大怒)하면서 재제청을 안 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라며 "대법원장을 불러서 '왜 당신은 거부한 것인지'를 물어보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인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법원행정처장이 (기존) 대법관 후보자들에게 전화해 사퇴를 종용했다"며 "(대법원장을) 불러서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퇴장 전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이 헌법적 근거와 사유도 없는 재제청을 요구한 것이 문제이기 때문에 이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태규 의원은 "대법원장을 창피 주고 압박 줘서 사직하도록 만들겠다는 의도 외에 명분이 없다"며 "대법원장을 불러 신문하는 선례는 없었고, 명백한 사법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이날 법사위 현안질의에 나와 '조희대 대법원장이 재제청을 수용해야 한다는 법원행정처 의견을 격노하며 묵살했다'는 여권발 의혹과 관련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노 처장은 더불어민주당 박균택 의원의 관련 질의에 "대법원장이 저에게 격노하신 적은 없다"며 "화를 내신 적도 없고 행정처에서 어떤 특정한 의견을 보고드린 적도 없다"고 말했다.
다만 노 처장은 청와대의 대법관 재제청 요구와 관련해 "여러 의견을 냈다"며 재제청을 하자는 의견도 여러 방안 중의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앞서 민주당은 당초 법원행정처 내부에서 재제청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는 검토 의견을 마련해 보고했으나, 조 대법원장이 이를 묵살하고 재제청을 거부하는 방향으로 다시 정리하라고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행정처는 재제청 요구와 관련해 여러 방안을 보고했을 뿐, 특정 방안만을 제시했다거나 이를 조 대법원장이 거부한 적은 없다는 게 노 처장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청와대의 요구를 어떤 의미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대법원장의 재제청 가능 여부가 달라진다는 취지로도 답변했다. 노 처장은 "대통령이 임명 제청을 반려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제청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대법원장에게 '스스로 제청을 철회하고 다른 분을 제청해달라'는 뜻으로도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법원장 스스로 제청을 철회하고 나머지 3명 중 1명을 (제청)하라는 취지로 해석된다면 헌법에 근거가 없어서 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면서 "반려했다고 해석이 되면 어떻게 할지는 또 세 가지로 해석이 나뉜다"고 덧붙였다.
조 대법원장은 대법관 후보 제청을 놓고 청와대와 접점을 찾지 못하자 지난달 18일 청와대와 합의 관행을 깨고 손봉기 후보자를 임명 제청했다. 청와대는 열흘 뒤인 지난달 28일 "실질적 협의 없는 일방적인 서면 제청"이라며 손봉기 후보자 서면 제청을 사실상 반려하고 재제청을 요구했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은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 25일 만인 지난 22일 취재진에 "재제청 요청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의 재제청 요청 관련 문서에 재제청을 요청하는 구체적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적히지 않았고, 달리 재제청 요청을 정당화할 헌법적 근거와 사유를 찾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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