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4사, 역래깅 파고 넘어 냉각시장ㆍ윤활기유 새활로
AI 데이터센터ㆍ가전 등 냉각유ㆍ액침냉각 사업화 ‘탈정유’ 가속…하반기 전망도 맑은 윤활기유 ‘효자’
[대한경제=이근우 기자]정유업계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열관리 기술 수요가 커지면서 냉각유ㆍ액침냉각 시장에 뛰어들며 탈(脫)정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울러 하반기 정제마진 축소(역래깅) 우려 속 고품질과 공급 안정성을 바탕으로 한 윤활기유 사업으로도 새활로를 찾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산하 SK엔무브는 지난해 SK온과 합병한 이후 전기차 배터리 열관리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LG전자와 차세대 냉매ㆍ냉동기유ㆍ액침냉각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두 회사의 협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SK엔무브는 앞서 미국 액침냉각 전문기업 GRC에 전략적 지분을 투자했고, 경기 평택 사업장에서는 LG전자의 냉각수분배장치(CDU)ㆍ칠러, GRC의 액침탱크, SK엔무브의 냉각유를 통합한 솔루션을 실증해왔다.

앞서 15일에는 GS벤처스가 ‘2026 GS벤처스 테크데이’를 열고 쿨마이크로(D2C 액체냉각)ㆍSDT(액침냉각) 등 냉각ㆍ전력ㆍ메모리 스타트업 7곳을 소개하며 밸류체인 저변을 확대하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에쓰오일은 2024년 개발한 액침냉각유 ‘e-쿨링 솔루션’을 앞세워 국산 서버기업 KTNF, 액침냉각 장비업체 GST와 손잡고 실증 테스트 협력을 발표한 바 있다. 서버(KTNF)-냉각유(S-OIL)-장비(GST)로 이어지는 국내 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HD현대오일뱅크는 액침냉각 제품 ‘엑스티어 E-쿨링 플루이드’를 2025~2028년까지 4년간 네이버클라우드에 공급하는 계약을 맺고, 서울대ㆍ한국세라믹기술원과 교차 검증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각사 사업 모두 아직 실증ㆍ초기 공급 단계에 머물러 있다”며 “대규모 상업화ㆍ수익화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한편 냉각유ㆍ액침냉각 사업의 원료가 되는 윤활기유(그룹3) 역시 정유업계의 하반기 실적을 지지하는 버팀목으로 떠올랐다. 정유 4사는 역래깅 우려 속에서도 윤활기유가 고품질과 공급 안정성을 바탕으로 견조한 실적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분기 실적 개선을 주도한데 이어 연간 실적까지 큰 폭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한석유협회 기준 지난 7월 국내 윤활기유 수출액은 5억9630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127.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출 물량은 209만6000배럴로 1.1%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수출액은 2배 이상 급증했다.
국내에서 그룹3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SK엔무브와 에쓰오일이다. 특히 SK엔무브는 글로벌 그룹3 시장에서 점유율 40%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생산능력 기준으로도 세계 1위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중동 지역 정유 설비 타격이 윤활기유와 관련 원료 수급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올해 글로벌 그룹3 생산량이 평년 대비 약 30% 줄고, 내년 1분기까지도 약 8%의 공급 감소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은 정유ㆍ석유화학ㆍ고급 윤활기유 생산과 글로벌 판매망, 첨단 기술력을 함께 갖춘 거의 유일한 국가로서 중동발 공급난에 대응할 수 있는 핵심 대체 공급망으로 부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윤활기유는 지난 2분기 실적 개선을 주도한 효자상품이었던데 이어 하반기에도 역래깅 완충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근우 기자 gw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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