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건강에 쓰는 돈은 '비용'이 아닙니다 [건강 격차➂]

글렌다박 기자 2026. 9. 26.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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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돌볼 의료 인력이 갈수록 부족해지고 있다.

"두 표현 중 하나가 더 정확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서로 하는 역할이 다릅니다. 건강 형평성(Health Equity)은 모든 아이가 자신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건강을 누릴 공정한 기회를 갖는 상태, 다시 말해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입니다. 반면, 건강 격차(Health Disparity)는 서로 다른 집단 사이에서 건강 상태나 의료서비스에 실제로 존재하는 차이를 말합니다. 형평성이 우리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를 보여준다면, 격차는 우리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를 보여주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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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깊게 묻고 듣다 3편
조인하 전 보스턴대 의대 교수
현장서 마주한 건강 격차 3편
같은 병이라도 치료환경 달라
소득·인종 따라 의료격차 발생
아이 건강 위한 사회적 책임 필요

아이를 돌볼 의료 인력이 갈수록 부족해지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조인하 전 보스턴대 의대 교수는 소아과와 1차의료에 투자를 늘리고, 의료인력의 근무여건과 보상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아이의 건강을 가족과 의료진에게만 맡겨선 안 된다. 학교와 지역사회도 책임을 나눠야 한다. 조 교수는 이를 '건강 형평성'과 '건강 격차'란 용어를 들어 설명했다. 인터뷰 마지막 편이다.

아이들의 건강권은 가족이나 의료인에게만 맡길 문제가 아니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 교수님은 이번 인터뷰의 주요 화두로 '건강 형평성'과 '건강 격차'를 꼽았습니다. 비슷해 보이는 두 개념을 구분해서 바라봐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두 표현 중 하나가 더 정확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서로 하는 역할이 다릅니다. 건강 형평성(Health Equity)은 모든 아이가 자신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건강을 누릴 공정한 기회를 갖는 상태, 다시 말해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입니다. 반면, 건강 격차(Health Disparity)는 서로 다른 집단 사이에서 건강 상태나 의료서비스에 실제로 존재하는 차이를 말합니다. 형평성이 우리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를 보여준다면, 격차는 우리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를 보여주는 셈입니다."

✚ 둘의 차이를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건강 형평성을 추구한다'는 목표에는 누구나 동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목표에 동의한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나는 건 아닙니다. 건강 격차를 들여다보면 무엇이 다른지, 누구와 누구 사이에서 다른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그리고 그 차이가 실제로 줄어들고 있는지를 물어야 합니다."

✚ 그 '격차'를 실제 의료현장에서도 경험하셨나요? 여러 근무지를 경험하면서 같은 질환을 치료하는 환경에서 어떤 차이를 발견했나요?
"제게 이 문제는 여러 근무지를 경험하면서 훨씬 구체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경력 초기에 일했던 의료기관은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환자가 많은 곳이었습니다. 소아당뇨를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당뇨관리·교육 전문인력과 의료기술 지원인력이 부족했고, 한동안은 영양사조차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런 인력은 단순히 '있으면 좋은' 부가적인 존재가 아니니까요."

✚ 인력 부족의 문제를 중요하게 봐야 한다는 거군요.
"네 맞습니다. 주요 소아당뇨 진료지침에서도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함께 환자를 돌보는 것을 중요하게 봅니다. 하지만 필요한 사람이 없다고 해야 할 일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결국 그 몫은 의사와 간호인력에게 돌아갑니다. 저 역시 간호사와 약사의 도움을 받아 인슐린펌프 사용법을 가족들에게 직접 교육했습니다. 이로 인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건 환자와 가족입니다. 충분한 인력을 갖춘 의료기관에서 받을 수 있는 것보다 교육시간이 짧아지고 체계적인 도움을 받기도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 그럼 지금 상황은 어떤가요?
"지금 제가 근무하는 의료기관은 상황이 다릅니다. 당뇨관리·교육 전문인력을 포함한 진료진을 갖추고 있습니다. 근무지를 옮긴 뒤 다시 확인한 것은 질병도 같고 진료지침도 같은데, 이를 뒷받침하는 인력과 자원이 달라지면 실제 진료과정과 결과 역시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 그렇다면 건강 격차는 병원 안의 문제만은 아닐 텐데요. 태어나고 자란 환경에 따라 치료받을 기회까지 달라지는 현실을 어떻게 줄여나갈 수 있을까요.
"의료진의 입장에서 몇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체류자격과 관계없이 이민자 가정의 아이들이 의료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의료보험인 메디케이드(Medicaid)에서 연속혈당측정기나 인슐린펌프 같은 기기를 좀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이 중요합니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 미국에선 인종이나 소득에 따라 의료 서비스를 받는 게 그만큼 다른가요.
"그렇습니다. 인종이나 경제적 여건에 따라 당뇨 치료기술을 적용하는 게 다르다는 걸 입증한 연구 결과는 많습니다. 일례로, 흑인이나 히스패닉계 아이들에겐 상대적으로 인슐린펌프를 덜 사용하고, 공공의료보험에 가입한 아이들은 연속혈당측정기를 늦게 사용하기 시작하거나 아예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가족이 관련 서비스를 원하거나 원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나요?
"그렇게만 보긴 어렵습니다. 이런 차이를 단순히 가족이 무엇을 선호하느냐의 문제로만 보긴 힘듭니다. 실제로 미국에선 저소득층 공공의료보험의 연속혈당측정기 보장을 확대하자 이용률이 크게 높아졌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일부 인종·민족 집단의 격차도 줄었습니다. 결국 비용과 보험, 제도가 가족에게 주어진 실제 선택의 폭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겁니다."

✚ 말씀을 듣다 보면 소아비만이나 당뇨를 겪고 있는 아이의 건강을 의사와 가족의 노력만으로 지키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와 지역사회, 의료체계가 함께 나눠야 할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정부와 학교, 지역사회, 가족 모두 건강한 아이를 키운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책임을 개별 가족에게만 맡겨선 안 됩니다. 특히 학교는 아이들이 하루 중 상당한 시간을 보내는 곳입니다. 신체활동을 할 시간을 충분히 보장하고 건강하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장기적인 건강과 만성질환 예방에 미치는 영향은 진료실을 한번 방문하는 것보다 클 수 있습니다."

✚ 의료체계도 중요해 보입니다.
"당연한 요소입니다. 소아과와 1차 의료에 재정을 투자하고 부족한 의료인력을 늘려야 합니다. 젊은 의사들이 이런 분야를 선택할 수 있도록 근무여건과 보상, 지원책을 함께 개선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의료역량을 갖추는 것 자체가 예방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 한국은 더 많은 아이가 태어나도록 막대한 사회적 자원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그에 앞서 '이미 태어난 아이'를 건강하게 키울 준비는 충분한지 되묻게 되는데요. 부모와 교사·의료진, 그리고 아이들의 미래를 논의할 분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인가요.
"부모와 아이를 돌보는 분들에게 먼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린 시절은 평생 이어질 생활습관과 심리적인 회복력을 만드는 아주 중요한 시기입니다. 저는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것 가운데 이것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모가 완벽할 필요는 없습니다. 안정적이고 지지해주는 관계를 만들고, 아이가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이 조금이라도 쉬워지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이미 가장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겁니다."

✚ 교사와 의료진의 역할은 어떤가요?
"교사와 의료진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어떤 아이에게는 이들이 삶에서 꾸준히 곁을 지켜주는 몇 안 되는 어른일 수 있고, 그런 관계 하나가 아이가 성장하는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일을 감당하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료와 교육체계가 함께 풀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미래의 정책을 논의할 분들에게 의사로서 한 가지는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환경은 아이들이 어떤 어른으로 성장하느냐를 결정하는 변수 중 하나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 무엇인가요?
"아이들의 건강에 쓰는 돈을 단순한 의료비용으로 봐선 안 된다는 겁니다. 아이의 건강은 한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회의 미래와 연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결국 그 사회가 만들어놓은 환경 속에서 성장합니다.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때 받을 수 있는지, 아이를 돌볼 소아과 의료진이 충분한지, 가정이 안정적인지, 건강하게 성장할 생활환경을 갖추고 있는지가 그 아이가 어떤 어른으로 성장할지를 좌우합니다. 그런 환경을 만드는 데 쓰는 자원은 비용이라기보다 국가의 미래를 위한 장기투자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렌다박 더스쿠프 기자
glendapar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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