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들고 어디로”…추석 밥상머리 오른 강남 재건축 ‘이주 고민’ [집슐랭]

정혜진 기자 2026. 9. 25.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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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추석 강남권 재건축 조합원들의 밥상머리에는 집값 만큼이나 '이주'가 주요 화두로 오를 전망이다.

최근 강남권 대형 정비사업 수주전에서는 이주비 지원 규모가 주요 경쟁 조건으로 떠오르면서 건설사들이 LTV 100~150% 수준의 추가 이주비를 잇따라 제시하고 있다.

4424가구 규모 대치 은마아파트와 1960가구 규모 개포주공6·7단지 등 대규모 재건축 사업도 내년 중 이주를 계획하고 있다.

이주자금을 확보한 강남권 재건축 조합원들이 기존 생활권에 남기 위해 신축·준신축 전세를 우선 흡수할 경우 기존 임차 수요가 송파구 다른 지역이나 서울 동남권, 나아가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연쇄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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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5단지 내년 3분기 이후 2100여가구 이주
20억 자금 가능하지만 잠실 전세 실매물 528건
학군 남을까·외곽 갈까…‘구매력 있는 수요’ 이동 촉각
은마·개포도 뒤이어…강남 넘어 서울 전세시장 변수

올 추석 강남권 재건축 조합원들의 밥상머리에는 집값 만큼이나 ‘이주’가 주요 화두로 오를 전망이다.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수천 가구가 살던 집을 비우고 새로운 거처를 찾아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어서다. 자녀의 학교와 직장, 익숙한 생활권을 생각하면 인근에 남고 싶지만 전셋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서울 외곽이나 경기 지역으로 옮기자니 출퇴근과 통학 등 생활 전반을 다시 짜야 한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다. 3930가구 규모인 이 단지는 내년 3분기 이후 이주를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비거주 조합원 약 1800명을 제외하면 2100여 명의 거주 조합원이 새 거처를 마련해야 한다.

조합이 최근 내놓은 이주비 방안만 보면 선택의 폭은 넓다. 종전자산평가액이 40억 원인 조합원이 보증금 20억 원짜리 전셋집으로 옮길 경우 기본 이주비 6억 원에 시공사 보증을 통한 추가 이주비 14억 원을 더해 보증금 전액을 조달할 수 있다. 현재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84㎡의 종전자산평가액은 40억 원 안팎으로 책정되고 있다.

기본 이주비는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한도에 따라 최대 6억 원까지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종전자산평가액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100% 범위에서 실제 이주하는 주택의 임차보증금을 한도로 추가 이주비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추가 이주비 금리는 기본 이주비보다 1%포인트 이상 높게 형성되는 만큼 대출을 많이 받을수록 금융비용도 커진다. 결국 조합원 입장에서는 돈을 더 빌려 기존 생활권에 남을지, 대출 부담을 낮추고 외곽으로 이동할지를 선택해야 하는 셈이다.

20억 있어도 문제는 ‘갈 집’…84㎡대 310건

지난 7월 재건축을 앞두고 있는 아파트 단지를 포함한 강남 일대 전경. 연합뉴스
잠실에 남기로 한다면 자금 측면에서는 선택지가 적지 않다. 현재 잠실르엘 전용 84㎡ 전세 호가는 18억 원대, 잠실래미안아이파크는 14억~16억 원, 엘스·리센츠·트리지움은 13억~15억 원 선이다. 조합이 제시한 20억 원 사례를 기준으로 하면 기존 생활권을 벗어나지 않고 잠실의 신축·준신축 아파트로 이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문제는 가격보다 매물이다. 부동산 데이터업체 콕집이 네이버부동산에 등록된 매물에서 동일 주소의 중복 광고를 제거해 집계한 결과 이달 19일 기준 잠실르엘·잠실래미안아이파크·잠실엘스·리센츠·트리지움·파크리오·레이크팰리스 등 잠실 주요 7개 단지의 전세 실매물은 총 528건이었다. 이 가운데 전용 84㎡대 실매물은 310건에 그쳤다.

단지별로 들여다보면 선택지는 더 좁아진다. 전용 84㎡대 전세 실매물은 잠실르엘 23건, 잠실래미안아이파크 4건, 리센츠 21건, 트리지움 4건이었다. 상대적으로 매물이 많은 잠실엘스와 파크리오도 각각 127건, 111건 수준이다. 신축인 잠실르엘의 경우 실매물은 33건, 잠실래미안아이파크는 56건으로 집계됐다.

잠실주공5단지 이주가 전세시장에 미칠 영향을 가르는 것은 단순히 2100여 가구라는 숫자만이 아니다. 20억 원 안팎까지 전세보증금을 마련할 수 있는 ‘구매력 있는 이주 수요’가 어디로 향하느냐가 관건이다. 일부만 학군과 직장 등 기존 생활권을 유지하기 위해 잠실에 남더라도 신축·준신축을 비롯한 선호 단지의 전세 매물에 수요가 집중될 수 있다.

잠실주공5단지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체 대표는 “학군이나 생활권 때문에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주변 단지를 찾는 분들이 있겠지만 연세가 있는 분들은 기본 이주비에 자금을 조금 보태 서울 외곽이나 경기 지역으로 나갈 가능성도 있다”며 “금융비용에 따라 이주할 곳이 달라지겠지만 소화할 매물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은마·개포도 이주 준비…‘구매력 있는 수요’ 어디로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이 같은 고민은 잠실주공5단지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강남권 대형 정비사업 수주전에서는 이주비 지원 규모가 주요 경쟁 조건으로 떠오르면서 건설사들이 LTV 100~150% 수준의 추가 이주비를 잇따라 제시하고 있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합에서 이주비 조건을 우선순위에 두고 요구하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LTV 150% 수준까지 넉넉하게 제안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4424가구 규모 대치 은마아파트와 1960가구 규모 개포주공6·7단지 등 대규모 재건축 사업도 내년 중 이주를 계획하고 있다. 은마아파트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체 대표는 “은마의 경우 내년초 관리처분 인가를 계획하고 있어 대치동에서는 가장 빠르게 이주를 내다보고 있다”며 “추석 연휴가 지나면 조합원들이 본격적으로 이주 고민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주자금을 확보한 강남권 재건축 조합원들이 기존 생활권에 남기 위해 신축·준신축 전세를 우선 흡수할 경우 기존 임차 수요가 송파구 다른 지역이나 서울 동남권, 나아가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연쇄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이주비가 부족해서 못 들어가는 상황보다 그 수요를 흡수할 물량이 남아 있느냐가 문제”라며 “과거에는 한정된 지역에서 이주 수요가 발생했다면 이제 인접 지역 수요가 밀려나 젠트리피케이션처럼 외곽 도시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추석 이후에는 이 같은 이주 수요와 맞물려 임대차시장의 움직임이 매매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효선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매매시장에 대한 금융 규제가 강화될수록 임대차시장의 중요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전세가격과 전세 매물의 움직임에 따라 일부 실수요자는 매매시장으로 이동하고, 반대로 매수 여력이 부족한 수요자는 월세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혜진 기자 made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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