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다시 날아오른 딸… 해설하다 울어버린 아버지

나고야/양승수 기자 2026. 9. 24.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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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 여홍철 딸 여서정, 도마 금 ‘부전여전’
24일 오후 일본 나고야 종합체육관 레인보우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기계 체조 여자 도마 결승에서 여서정이 금메달 확정 후 활짝 웃고 있다. /박성원 기자

여서정(24·제천시청)이 다시 아시아 정상으로 날아올랐다. 16세였던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지 8년 만이다.

여서정은 24일 일본 나고야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에서 1·2차 시기 14.483점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예선에서도 14.466점으로 전체 1위였던 여서정은 결선에서도 가장 높은 자리를 지켰다. 여서정은 경기 뒤 “8년 만에 다시 금메달을 따게 돼 정말 행복하고 감격스럽다”며 “열심히 준비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와 더 기쁘다”고 말했다.

세 번째 주자로 나선 여서정은 웃으며 관중석을 향해 인사한 뒤 도마를 바라봤다. 한 차례 크게 심호흡한 뒤 힘차게 도움닫기를 시작했다.

24일 오후 일본 나고야 종합체육관 레인보우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기계 체조 여자 도마 결승에서 여서정이 경기를 펼치고 있다. /박성원 기자

첫 번째 시기부터 승부수를 던졌다. 난도점수 5.4점짜리 핸드스프링 계열 기술로 공중에서 한 바퀴 반을 비틀었다. 도마를 짚고 튀어나오는 과정에서 몸이 조금 밀렸고 착지 순간 무게 중심도 오른쪽으로 쏠렸지만 끝까지 버텼다. 큰 실수는 없었다. 점수는 14.466점. 예선에서 기록했던 최종 점수와 같은 높은 점수가 한 차례 연기에서 나왔다.

여서정은 잠시 몸을 풀고 다시 도움닫기 선 앞에 섰다. 두 번째는 예선에서도 선보였던 난도 5.0점 연기였다. 공중에서 두 바퀴를 돈 뒤 두 팔을 들어 올리며 착지를 잡았다. 착지 뒤 몸이 살짝 뒤로 밀렸지만 흔들림은 크지 않았다. 14.100점. 두 차례 연기를 마친 여서정은 후련한 듯 웃으며 코치와 경쟁 선수들의 손을 차례로 마주쳤다. 최종 14.483점이 됐다.

24일 일본 나고야 종합체육관 레인보우홀에서 열린 2026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 기계 체조 여자 도마 결승에서 북한 안창옥이 1차 시기 연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여서정 바로 다음에는 북한의 안창옥(23)이 나섰다. 지난 6월 아시아선수권에서도 여서정과 금메달을 다퉜던 경쟁자였다. 2023년 열린 항저우 대회에서 도마와 이단평행봉 금메달리스트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선 도마 4위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 예선에서 2위(13.900점)로 결선에 진출했다.

안창옥은 첫 시기부터 여서정보다 높은 난도 5.6점 기술을 꺼내 들었다. 공중에서 무릎이 다소 굽혀지고 자세가 완전히 펴지지 않았지만 착지는 안정적이었다. 14.300점이 나왔다.

승부를 뒤집으려던 안창옥은 두 번째 시기에도 난도 5.4점의 고난도 기술에 도전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착지에서 크게 흔들렸다. 매트 밖으로 벗어날 듯 몸이 쏠릴 정도였다. 두 번째 시기 점수는 13.033점에 그쳤고, 최종 점수는 13.666점이었다. 높은 난도로 여서정을 추격하려 했지만 연기의 완성도에서 차이가 났다. 안창옥은 2위를 차지했다.

24일 오후 일본 나고야 종합체육관 레인보우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기계 체조 여자 도마 결승에서 북한 안창옥이 착지 후 넘어지고 있다./박성원 기자

이후 남은 선수들도 여서정의 14.483점을 넘지 못하면서 여서정의 금메달이 확정됐다.

8년 만에 되찾은 아시안게임 정상이다. 여서정은 2018 자카르타 팔렘방 대회 도마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여자 체조의 간판으로 떠올랐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도마 동메달을 따 한국 여자 기계체조 사상 최초의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2023 세계선수권에서도 동메달을 추가했다. 여서정은 “첫 번째 금메달 때는 어린 나이에 나가서 잘했다는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여러 생각도 많이 했고 부상을 이겨내고 다시 올라온 과정이 있었다”며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셔서 더 의미가 깊은 금메달인 것 같다”고 했다.

24일 일본 나고야 종합체육관 레인보우홀에서 열린 2026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 기계 체조 여자 도마 결승에서 여서정이 1차 시기 연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2024 파리 올림픽에선 연습 도중 오른쪽 어깨를 다친 여파로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여기에 지난해 3월 오른쪽 아킬레스건 부상을 입으면서 두 차례 수술대에 올랐다. 긴 재활을 거쳐 올해 돌아온 여서정은 지난 6월 중국 쭌이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에서 14.349점으로 안창옥(13.949점)을 제치고 우승했다. 복귀 첫 국제대회에 이어 아시안게임까지 제패하면서 다시 아시아 도마의 정상에 섰다.

2018년 3월 20일 충북 진천선수촌 체조장에서 조선일보 인터뷰때 포즈를 취한 여홍철(아래)과 딸 여서정./김지호 기자

여서정의 아버지인 여홍철은 1994 히로시마 대회와 1998 방콕 대회 남자 도마에서 2연속 금메달을 땄다. KBS 중계를 하던 여홍철은 여서정이 금메달을 확정짓자 눈물을 흘렸다. 여서정은 “아빠가 ‘어제도 잘했고 오늘도 잘할 거다.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줬다”고 했다. 귀국 뒤 가장 먹고 싶은 음식으로는 웃으며 “아빠에게 소고기를 사달라고 해야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아빠와 기록을 나란히 할 수 있게 됐다는 생각이 든다”며 “아빠가 걸었던 길을 똑같이 걷고 있다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앞서 열린 남자 마루 결선에선 류성현(24)이 14.366으로 4위에 올라 메달을 놓쳤다. 카를로스 율로(필리핀)가 14.666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함께 출전한 김재호(24)는 13.600으로 5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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