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경찰의 엘리트다” 투철했던 경찰판 사관학교…평생직장 개념부터 옅어졌다 [新수사의 시대, 경찰대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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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5년간 경찰 중간 간부를 배출해 온 경찰대학.
경찰대를 나온 한 경찰 고위 간부는 "법의 큰 틀은 그대로지만 지금 학교에 다니는 후배들은 우리의 20대와는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 자체가 다른 인종 아니겠나"면서 "사회 분위기나 정치적, 문화적 환경도 달라졌기에 지금의 경찰대생 육성은 메커니즘 자체가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때 의경 소대장으로 전환복무를 마친 경찰대 출신 경위들은 간부후보생들과 더불어 일선 경찰서 조사계(현 통합수사팀)에 배치됐다.
서준배 경찰대 교수는 "(이탈 경찰대생 문제는) 개인의 충성심 부족이 아니라 계급 중심 조직문화와 경력 인센티브의 문제"라고 해석하며 "경찰대의 법학과·행정학과 구조를 과학수사·사이버수사·금융수사학 등 특화하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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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사’처럼 일했던 1~2세대 시대 지나
직업윤리 달라진 ‘신인류’ 3세대 등장
신세대 특징에 걸맞는 교육모델 절실
![1985년 4월 경찰대학에서 열린 1기생 졸업 및 임관식 모습. [국가기록원]](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24/ned/20260924164720032mtpk.jpg)
[헤럴드경제=박준규·정주원·전새날 기자] 정부가 1998년 국립세무대학을 폐지하려고 하자 진학을 준비하던 고등학생과 재학생·동문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청구인들은 헌법상 교육받을 권리의 침해라고 주장했는데, “경찰대학 등 다른 특수 국립대학은 그대로 두고 세무대학만 폐지하는 건 합리적 이유 없이 세무대학을 차별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헌재는 고심 끝에 2001년 세무대학 폐지는 헌법에 어긋남이 없다고 판단(99헌마613)했다. 정부 계획대로 세무대학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경찰대는 여전히 존재한다. 헌재는 당시 결정문에 이런 설명을 적었다.
“경찰대학은 세무대학과 달리 일반 대학의 다른 학과에 의해 대치될 수 없는 성격의 특수대학이다. 국가치안 업무를 담당할 경찰공무원을 교육 훈련한다는 점에서 세무대학과 차이점을 갖는다.”
다음 달 검찰청은 폐지되고 검사사무에서 수사는 빠진다. 80년 유지된 형사사법체계의 일대 변혁이다.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 입장에선 수사 책임도 커진다. 경찰대 출신인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은 “현재 경찰대학 교육이 (헌재 설명대로) 과연 대체 불가능한, 꼭 필요한 전문 치안 교육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신임 경위ㆍ경감 경찰관들이 17일 충남 아산 경찰대학에서 열린 임용식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축사를 듣고 있다. 2026.3.17 [연합]](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24/ned/20260924164720273vfwv.jpg)
1979년 마련된 제정법 1조와 비교하면 ‘내무부장관 소속 하에’란 표현이 ‘경찰청장 소속으로’로 바뀌었을 뿐 40년 넘게 같은 문장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의 면면은 같은 세월 사이 크게 달라졌다.
경찰대를 나온 한 경찰 고위 간부는 “법의 큰 틀은 그대로지만 지금 학교에 다니는 후배들은 우리의 20대와는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 자체가 다른 인종 아니겠나”면서 “사회 분위기나 정치적, 문화적 환경도 달라졌기에 지금의 경찰대생 육성은 메커니즘 자체가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헤럴드경제가 접촉한 15명의 전현직 경찰대 출신 인사들은 1~3세대로 나눠 볼 것을 주문했다. 1세대는 1981년 입학한 1기부터 10년 사이의 기수생을 아우른다. 신군부 정권과 6월 항쟁, 직선제 개헌 민주화를 경험한 세대다. 2세대는 1990~2000년대 초반 입학자들이다. 3세대는 대략 2010년대 이후 입학한 최근 20~30대 출신자들이다.
이 같은 분류는 학문적으로 인정받거나 공식화된 방법론은 아니나 경찰대 출신자들을 시대별로 나눠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분석 틀이다.
1~2세대는 ‘파격 대우’로 공부했다. 4년 학비 전액 국가 지원, 졸업 후 경위 자동 임용, 군 전환복무 등의 특별 대우에 끌린 전국의 수재들이 몰렸다. ‘경찰판 사관학교’였다. 1980년대 경찰대를 다닌 한 경찰 인사는 “너희는 경찰의 엘리트다. 경찰 수사권 독립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교수, 교관들의 이야기를 4년 내내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다”고 기억했다.
특히 경찰대를 졸업하고 경위로 경찰 조직에 들어온 1세대는 경찰의 염원 ‘독립성’을 추구했다. 검찰과 대등한 수사기관, 정치로부터 독립은 그들의 공유하는 당면과제였다. 상징적 인물은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경찰대 1기)이다. 그는 1980년대 후반 민주화 격동 속에서 경찰대 동기, 후배들과 의기투합해 경찰의 정치적 중립을 외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게다가 기존 내무부 소속 치안본부에서 외청인 경찰청으로 확대 개편(1991년)한 것도 그들을 고무시켰다.
김순용 법무법인 대명 변호사(경찰대 6기)는 “경찰 조직의 민주화 등이 큰 이슈였고 개인적인 발전이 나의 인생 설계보다 더 중시됐을 때였다”고 기억했다.
경찰대 출신 젊은 간부들은 빠르게 조직 곳곳에 스며들고 고속 승진하며 주요 자리로 나아갔다. 이들이 세를 불리며 수사권 독립 같은 민감한 주제에 목소리를 높였다. 서슬 퍼런 ‘수사 지휘권’을 휘두르던 검사들과 기싸움도 마다치 않았다.
![강신명 전 경찰청장(경찰대 2기). 그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경찰대 출신 최초의 경찰청장으로 지명돼 2년 임기를 지냈다. [연합]](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24/ned/20260924164720538rnnp.jpg)
경찰대 출신 한 현직 경찰은 “경찰을 아랫사람 취급하는 검사한테 젊은 주임(경위)들이 들이박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검찰은 2000년대 초반 ‘위헌 소지가 큰 경찰대학을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내부 문건을 작성하는 등 견제했다.
특히 이때 의경 소대장으로 전환복무를 마친 경찰대 출신 경위들은 간부후보생들과 더불어 일선 경찰서 조사계(현 통합수사팀)에 배치됐다. 민원성 고소·고발을 다루는 조사계는 부실수사나 유착 같은 비위가 많았기에 젊은 간부들로 일신하자는 취지에서다.
1990년대 후반 경위로 입직한 한 총경은 “사명감 같은 가치를 워낙 학교 때부터 많이 들어서 모든 걸 일로 쏟아냈다. 조직에서의 승진이 주요 인생 경로였던 시절”이라고 말했다.
경찰대 1~2세대는 나름대로 1990년대까지 신생 조직인 경찰청의 기반을 닦고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는데 이바지했다고 평가받는다.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빠르게 요직을 차지했고 ‘순혈주의’란 비판이 따라붙기 시작했다. 2000년대 이후의 경찰대 출신 중에선 사법고시에 도전하는 등 다른 길을 모색하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2010년 이후 경찰대에 들어온 이들은 선배들과는 ‘다른 인류’다. 집단적 정체성보다는 개인의 전문성과 경력설계를 중시한다. ‘경찰이 내 유일하고 최종적 목표인가’에 대해 의문도 갖는다. 자연스럽게 법조계와 민간에서 활약할 여지를 찾고 실행한다.
경찰청 집계를 보면 경찰대 졸업생 중에 의무복무 기간을 채우지 않고 떠나는 이들은 지난해 29명, 2024년 25명, 2023년엔 41명이었다. 2016~2020년 5년 평균(17.2명)과 견줘 조기퇴직자 규모는 늘었다. 이들은 대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진학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찰대를 졸업하고 경위로 입직한 지 5년 차에 접어든 한 수사관은 “동기생 80%는 학교 다닐 땐 경찰에서 뭔가 해보고 싶단 의지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보이는 세상도 있는 듯하다”며 “직업을 도구로서 생각하는 경향은 사실 비단 경찰대생뿐 아니라 젊은 세대의 특성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고 말했다.
3세대 경찰대생의 직업의식은 달라졌고 세상은 경찰에게 전문성과 더불어 고도의 청렴성, 윤리의식을 강하게 요구한다. 순혈주의에 벗어나 다양성과 유연함도 갖춰야 한다. 형사사법체계 변혁으로 경찰의 수사가 보다 가혹하게 견제받고 비판받는 시절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경찰대 개혁 드라이브 영향으로 2019년 이후 입학생들은 군대에 가야 하고 학비· 기숙사비도 내야 한다. 특히 일반대학·현직경찰관 편입학 제도가 도입돼 고교 졸업생이란 동질성은 줄고 다양성이 두드러졌다. 교수요원들도 개방성이나 포용성을 강조한다.

이를 두고 한 현직경찰은 “고교 졸업생과 편입생 그룹으로 나뉘어 이질적 상황이다. 이럴 거면 경찰대 없애자는 말도 나온다”고 전했다. 경찰대 사정을 잘 아는 다른 경찰은 “이젠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진 학생들이 섞이는 일반대학이 됐다. 과거의 선후배 문화는 사라지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고 엇갈린 평가를 했다.
핵심은 앞으로다. 경찰대는 시대마다 폐지 시비에 휩싸였으나, 현재 모델로 존속하는 이상 믿을만한 경찰 인재를 키워내는 역할을 멈출 순 없다. 경찰청은 “공중 윤리, 인권 의식을 강화하는 쪽으로 내년 커리큘럼을 준비 중이다. 현장형 실습 중심의 교육도 늘려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키워낸 인재를 온전히 품어내는 ‘그릇’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인재들이 많이 나간 건 큰 틀에서 보면 경찰의 인재 관리 실패”라며 “우수 인재에게 매력적인 경력 경로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준배 경찰대 교수는 “(이탈 경찰대생 문제는) 개인의 충성심 부족이 아니라 계급 중심 조직문화와 경력 인센티브의 문제”라고 해석하며 “경찰대의 법학과·행정학과 구조를 과학수사·사이버수사·금융수사학 등 특화하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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