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농지 전수조사' 재강조.. 투기 뿌리 뽑나
투기성 농지는 강제매각…고령·상속 농지는 처분 대상서 제외
농지 투기 세력 공격 주장…당정, 임대차 허용 등 보완책 마련
전수조사 기준·재산권 침해 논란…세밀한 제도 설계가 관건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현지시간 2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농지 투기 방지와 농지의 올바른 활용을 위해 농지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농사를 짓겠다고 신고해 농지를 취득한 뒤 경작하지 않고 땅값 상승을 기다리거나 불법 임대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강제매각 등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언의 핵심에는 헌법상 ‘경자유전’ 원칙이 자리 잡고 있다. 농지는 농업인이 소유하고 직접 경작하는 것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대로 지키기 위해 정부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이 대통령은 법을 지키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고 법망을 피한 사람이 농지를 통해 이익을 얻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도 내놨다.
다만 농지 전수조사가 모든 농지 소유자를 대상으로 한 일률적인 처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농사를 짓다가 고령으로 더 이상 경작하기 어려워진 농지나 상속을 통해 취득한 농지는 처분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여당 역시 투기 목적이 아닌 농지법 위반에 대해 일괄적인 강제처분을 하지 않는 방향을 마련하고 있다.
상속 농지와 고령 농업인의 농지는 농지은행 등을 통한 임대 위탁 방식으로 관리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농지를 당장 매각하도록 압박하기보다 소유자의 사정을 고려하면서 농지가 묵혀지지 않도록 활용하는 방식을 찾겠다는 취지다. 이는 농촌의 고령화와 농업 인력 부족이라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요구와도 맞닿아 있다.
문제는 전수조사의 기준과 집행 과정이다. 농지 소유자의 나이, 상속 여부, 경작 실태, 임대 관계, 농지 취득 과정 등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지 명확하지 않으면 현장에서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고령 농업인이나 상속인이 농지를 보유하게 된 사정은 제각각인 만큼 일률적인 행정 잣대가 적용되면 재산권 침해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농지를 취득한 뒤 경작하지 않거나 불법 임대를 통해 시세 상승을 기다리는 행위까지 관행으로 방치하면 농지 제도의 취지가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지가 주거·개발 목적의 투자 대상으로 변질되면 농업인의 농지 확보가 어려워지고 농촌의 생산 기반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반발도 변수다. 이 대통령은 농지 투기 제재를 피하려는 세력이 정부 정책에 대한 공격을 벌이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반면 반대 측에서는 전수조사의 범위와 처분 기준이 충분히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 추진 의지만 앞서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할 수 있다. 이에 향후 논쟁은 전수조사 자체의 찬반보다 어떤 농지를 어떤 절차로 조사하고, 위반 판정 이후 어떤 구제와 처분 절차를 적용할지에 집중될 가능성이 클 전망이다.
정부가 농지 전수조사를 추진하려면 투기 근절이라는 목표와 농업인의 재산권 보호 사이에서 세밀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사 대상과 제외 대상, 이의제기 절차, 처분 유예 기준, 농지은행 활용 방안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통령이 직접 추진 의지를 밝힌 만큼 향후에는 구호보다 현장에서 적용될 구체적인 제도와 절차가 정책의 신뢰도를 좌우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