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포로, 20개월만에 한국行... 韓정부 아닌 젤렌스키가 발표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3조에 따른 한국 국민인 북한군 포로 2명을 최근 한국으로 보냈다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밝혔다. 젤렌스키는 23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연설에서 “최근 북한군 전쟁 포로 2명을 대한민국으로 보냈다”며 “왜 북한 사람들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목숨을 바쳐야 하나”라고 했다.
지난해 1월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됐다가 생포된 북한군 포로 2명은 이후 조선일보 인터뷰 등을 통해 ‘한국으로 가고 싶다’는 의사를 지속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이들이 한국으로 오는 데는 20개월이 걸렸고, 한국 국민이 한국으로 향했다는 사실 역시 외국 정상의 발표로 처음 공개된 셈이다.
그는 “북한군 포로 중 한 명은 포로가 된 뒤 자살을 기도했고 운명이 자신을 죽도록 두지 않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북한에서는 사람들을 이렇게 키운다”며 “그들의 자유와 선택할 권리를 빼앗는다”고 말했다. 젤렌스키는 “그런 바보에게 전쟁하는 법을 배울 시간을 더 줘야 하나”라고 했다.
젤렌스키는 “김정은은 그들을 마치 화폐처럼 이용하고 그 대가로 무언가를 얻고 있다”며 “아시아 전역의 국가들은 이미 북한의 향상된 탄도미사일과 크게 발전한 드론 역량을 알아차렸을 것”이라고 했다. 젤렌스키는 “아마 평양에서 전사자들을 기리는 장면이 방송되는 것을 봤을 것”이라며 “이 역시 미친 짓”이라고 했다.

이어 “북한 지도자는 러시아군의 취약한 부분을 지원하기 위해 자신의 병력을 러시아에 보냈고 북한군 역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는 “러시아가 제때 처벌받지 않은 전쟁이 계속 확산하면서 악도 함께 퍼뜨리고 있다”고도 했다.
북한군 포로 2명은 지난 2025년 1월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됐다. 이들은 같은 해 2월 조선일보 단독 인터뷰에서 “포로로 잡힌 것은 변절과 같다”며 “우선은 난민 신청을 해서 대한민국에 갈 생각”이라고 했다. 이후 국내 탈북민 단체에 전달한 자필 편지 등을 통해 한국으로의 귀순 의사를 밝혔다. 이후 우크라이나 내에선 ‘한국 정부가 자국 국민인 포로 신병 처리에 미온적이다’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과 젤렌스키는 지난 7월 튀르키예 앙카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 북한군 포로 문제와 관련, “당사자들의 자유의사를 존중하여 국제법과 인도주의 원칙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고 청와대가 밝힌 바 있다. 양국 외교부 역시 “한국행을 신속 추진한다” “한국행에 양국이 공감대에 도달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은 지난 7월 이후 본격 추진됐고, 한국 정부는 이 과정에 모두 관여하며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 등을 미리 파악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 국민인 북한군 포로들의 한국행 사실은 이재명 대통령이나 한국 정부의 공식 발표가 아니라, 북한과 교전 중인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와 북한을 비판하는 유엔 연설에서 공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공개된 미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현재 상황에서 비핵화를 목표로 삼는다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을 것”이라며 “별다른 실효성이 없는 제재와 추가 핵무기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개발 중단을 맞바꾸는 것은 상당한 가치가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같은 날 유엔 총회 연설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과제는 한반도의 오래된 전쟁을 종식하고 평화 체제를 구축하는 일”이라며 “우선 북측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중단시키고, 중기적으로 축소를 거쳐, 장기적으로 ‘핵 없는 한반도’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은 북한이 거부하는 비핵화 협상보다는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추진을 우선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같은 대북 유화 기조가 엄연한 한국 국민인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이 외국 정상에 의해 발표된 상황과 연관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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