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2000억달러 투자 시동…두산 수주 기대

민지형 기자 2026. 9. 23.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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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가스발전·미국 원전 사업 본격화
가스터빈·원전 주기기 최대 13조원 규모


정부의 2000억달러(약 272조원) 규모 대미 전략투자가 첫발을 떼면서 두산에너빌리티가 수혜 기업으로 거론되고 있다. 1호 사업인 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가스터빈과 2호로 추진되는 미국 내 대형 원전 주기기를 동시에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이 자국 기업 제품 사용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져 30조원대 투자가 국내 기업의 수주로 이어질지는 후속 협상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정치권과 관련 부처에 따르면 당국은 전날 대미 투자 프로젝트 협상 결과를 비공개 보고했다. 1호 사업인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에는 총사업비 223억달러(약 30조8000억원)를 투입해 20년간 432억9000만~454억3000만달러를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6.4GW 규모다. 우선 1.4GW 가스터빈 발전소를 지은 뒤 실제 수요와 경제성을 확인하며 나머지 설비를 추가하는 단계적 방식으로 진행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가스발전용 가스터빈과 스팀터빈, 원전 증기발생기를 모두 생산한다. 가스발전소 전체 건설비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가스터빈을 세계 5번째로 국산화했다. 이미 미국 빅테크 기업과 380MW급 가스터빈 2기 공급 계약을 체결해 생산 중이고, 이달 말 첫 제품을 실어 보낼 예정이다. 가스터빈 종주국인 미국에 물량을 공급한 상황이라 텍사스 가슬발전 가스터빈 수주전에서도 유리한 레퍼런스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미국 측이 자국 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 제품 사용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실제 수주 계약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한국 기업 참여와 관련해서는 한국 측에 '추천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추천은 가능하되 발주를 보장받는 구조는 아니라는 의미다. 30조원을 투입하고도 핵심 기자재 물량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에너지 업계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기자재 공급이 이뤄지면 낙수 효과는 협력업체로 확산될 수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가스터빈에는 부속품 4만4000여개가 들어간다. 가스터빈 소재·부품·장비를 공급하는 국내 기업은 200~300개로 부산·울산·경남을 비롯해 호남 지역에 주로 분포해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도 도움을 기대할 수 있다.

선례도 있다. 한국남부발전은 미국 미시간주에 위치한 나일스 LNG 복합발전소를 운영하며 연간 2000억원의 매출과 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다. 특히 건설 과정에서 국산 기자재 조달을 계약에 명문화해 국내 중소기업들이 3년간 290억원어치를 공급했다.

2호 프로젝트인 원전 사업도 마찬가지다. 한미는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6기와 한국형 APR1400 2기 등 대형원전 8기 건설을 논의 중이다. 예상대로 8기가 모두 확정되면 두산에너빌리티 원전 주기기 수주 가능 규모는 7조4000억~9조원, 텍사스 물량을 더하면 최대 13조원 안팎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원전 8기를 하나로 묶지 않고 개별 프로젝트 단위로 상업적 합리성을 따져 투자 여부를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원전 사업이 주 단위로 이뤄져 사업성이 제각각인 만큼 일부만 투자 대상으로 걸러질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조건도 간단치 않다. 한국형 원전을 미국에 지으려면 웨스팅하우스에 기술료와 서비스 비용, 핵연료 등의 명목으로 1기당 20억달러(약 2조7200억원) 안팎을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기면 최대 40억달러다.

원전 사업 자체의 위험도 크다. 대형 원전은 인허가부터 완공까지 통상 13년이 걸린다. 웨스팅하우스는 조지아주 보글 3·4호기 건설 당시 공기 지연과 비용 초과로 2017년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모기업 도시바는 7조원 이상 손실을 입었다. 모듈러 공법으로 3~5년을 목표했던 보글 건설에는 11년가량이 소요됐다. 현재 미국에서 가동 중인 AP1000은 이 2기뿐이다. 체코 원전과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른 국내 신규 원전 건설이 겹쳐 미국에 투입할 건설 인력 확보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수혜 기대는 두산에너빌리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설계·조달·시공(EPC)을 맡을 것으로 거론되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단일 사업으로는 손에 꼽히는 규모의 해외 수주를 기대할 수 있다. 전력계통 안정화용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추가되면 LG에너지솔루션 등 배터리 기업에도 기회가 열린다. 3호로 거론되는 알래스카 LNG는 1300㎞ 배관에 들어갈 강관을 공급하는 철강업계와 LNG 운반선 발주를 기대하는 조선업계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관건은 수익성이다. 텍사스 발전소는 AI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구조지만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을 맺을 수요처는 아직 없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지난 21일(현지 시각) 데이터센터가 전력망에 미칠 영향을 조사하는 동안 주 환경 당국의 신규 허가 발급을 중단하도록 했다.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여러 지역에 중복으로 전력 공급을 신청하는 이른바 '유령 수요' 문제도 제기된다. 정부는 텍사스 전기요금이 상승 추세여서 계약을 늦추는 편이 유리하다며 2027년까지 PPA를 체결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상태다.

민지형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