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164분보다 긴 여운 남겼다…'가능한 사랑', 한 문장으로는 정리 불가능 [TEN리뷰]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 문장으로 정리되지 않는 영화를 만났다. '가능한 사랑'(감독 이창동)은 164분의 러닝타임보다 영화가 끝난 뒤 여운을 느끼는 시간이 더 길다.
'가능한 사랑'은 '밀양', '버닝' 등을 연출한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선보인 장편 영화다. 작품은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은사자상(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고, 이창동 감독은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한국 감독 최초로 에버트 감독상을 받았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텐아시아=박의진 기자]

한 문장으로 정리되지 않는 영화를 만났다. '가능한 사랑'(감독 이창동)은 164분의 러닝타임보다 영화가 끝난 뒤 여운을 느끼는 시간이 더 길다. 좋고 나쁨을 떠나 곱씹을 점이 많아 쉽게 결론 내리기 어려운 작품이다.
'가능한 사랑'은 '밀양', '버닝' 등을 연출한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선보인 장편 영화다. 작품은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은사자상(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고, 이창동 감독은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한국 감독 최초로 에버트 감독상을 받았다. 개봉 전부터 전해진 글로벌 수상 소식은 작품을 향한 관심도를 끌어올렸다.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 호석(설경구 분)과 그의 아내 미옥(전도연 분)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에 담는 데서 시작된다.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조여정 분)와 그의 남편 상우(조인성 분)까지 두 쌍의 부부는 이 과정에서 자신의 결핍과 욕망을 마주한다.

이창동 감독 특유의 연출 방식은 이번 작품에도 짙게 배어 있다. 이 감독은 사건보다 인물들의 관계를 조명하며 충분한 여백을 둔다. 상호작용하는 인물을 통해 계층의 간극, 노동, 질투와 동경, 열등감 등 다양한 감정들을 보여준다. 관객 역시 이들의 감정에 동화되면서 묘한 불편함과 공감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카메라, 자동차 창, CCTV 등을 통해 관찰자로서의 시선을 유지하다가도 한순간 특정 인물의 입장에서 담아내는 등 시선의 주체도 계속해서 바뀐다. 누구에게 공감하고 누구를 비난할지는 관객의 몫으로 남겨둔다.
제목이나 줄거리 소개만 보면 두 부부 사이에서 벌어지는 치정극이나 불륜 소재로 보이지만, 영화는 그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는다. 부부 관계뿐만 아니라 자본가와 노동자 계층, 제작자의 윤리 등 영화가 건드리는 주제는 여러 가지다. 굵직한 주제가 여럿 담겼다는 점은 다소 산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다양한 측면에서 생각할 거리를 제시한다는 의미도 있다.
다만 8년 만에 이창동 감독이 내놓은 신작임에도 작품의 첫인상은 다소 익숙하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배우진이다. 전도연과 설경구는 이미 이창동 감독과 호흡을 맞춘 적이 있는 데다, 두 사람은 여러 작품에서 함께했던 조합이라 캐스팅에서 오는 새로움은 적다. 조인성과 조여정이 합류하며 새로운 결을 더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익숙한 감독과 배우들이 각자 잘하는 것을 다시 보여준다는 인상이 남는다.
그런데도 전도연의 연기는 깊은 울림을 남긴다. 표정과 눈빛만으로 극의 중심을 단단하게 잡는다. 해고 노동자의 아내인 자신과 다른 삶을 사는 예지를 동경하면서도 그에게서 느끼는 박탈감과 질투 등 서로 충돌하는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네 인물 모두 각자의 결핍과 욕망을 품은 채 상대를 대한다. 결정적인 순간 이들의 욕망이 드러나며 설명하기 어려운 불편함과 불쾌함을 함께 안겨준다. 중요한 대화마다 눈을 번쩍이며 카메라를 세팅하는 예지나 그런 예지를 응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의 태도를 비꼬는 남편 상우, 해고 노동자로서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호석까지 모든 인물이 입체적이다.
164분의 짧지 않은 러닝타임 동안 체감 시간은 더 길다. 최근 개봉한 비슷한 분량의 '호프'나 '오디세이'(감독 크리스토퍼 놀란)는 액션이나 시각적인 볼거리, 장르적 재미가 많아 긴 러닝타임에도 관객의 시선을 붙잡는 장치가 많았다. 반면 '가능한 사랑'은 인물의 감정과 관계를 조용히 따라가는 작품이라 시간이 훨씬 천천히 흐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장면마다 호흡이 길어 지루하게 느껴지는 구간도 있다. 하지만 앞서 충실히 쌓아둔 여백이 후반부에 힘을 발휘한다. 인물들의 감정이 터지는 순간의 힘을 키우고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영화는 끝에 다다른다. 느린 호흡이 가장 큰 진입장벽이면서 동시에 '가능한 사랑'이 마음에 오래 남게 하는 힘인 셈이다.
영화는 이달 23일 일부 극장에서 개봉하며 넷플릭스에서는 11월 6일 공개된다. 오는 10월 개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한다.
박의진 텐아시아 기자 ejin@tenasia.co.kr
Copyrigh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유재석, 결국 고개 숙였다…"질문 수준 너무 낮아" 안정환에 대신 사과 ('놀뭐') | 텐아시아
- 채정안, 단추 어디까지 푼 거야…란제리도 빼꼼 | 텐아시아
- 아이들 소연, 노브라에도 과감…복고 패션 시선강탈 | 텐아시아
- "돈 밝히는 것 추해" 비난 쏟아졌다…전원주, '3인 1잔' 민폐→출연료 인상 요구 도마 위 | 텐아시
- '위고비 중단' 조현아 맞아?…62kg까지 늘었다더니 초미니스커트로 뽐낸 아찔 각선미 | 텐아시아
- '현빈♥' 손예진, '44세' 안 믿기는 역대급 미모…아슬아슬 시스루 한복도 소화 | 텐아시아
- "보고 싶어요. 아주 많이"…최지우, 부친상 4개월 만에 맞은 명절, 외동딸과 납골당 방문 | 텐아시
- '세계 미녀 1위' 로제, 초근접 샷에도 모공 하나 없어…도자기 피부 부러움만 | 텐아시아
- [단독] "못 서면 '아시아 탑 아티스트' 아냐"…이무진, ATA 재출연에 안도 ('ATA') | 텐아시아
- 수백억 신작 안 부럽다…20년 전 '대장금' 다시 꺼낸 웨이브의 승부수 [TEN스타필드] | 텐아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