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특집]스크린과 안방 가르는 연기파들의 맞대결…취향대로 고르는 추석 신작 라인업

박정석 기자 2026. 9. 2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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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이 함께 즐길 휴먼 코미디부터
나 혼자 즐기는 서스펜스·퓨전사극까지
스크린서 만나는 시리즈 대미·재개봉작
안방극장으로 이어지는 OTT 콘텐츠 다채
영화 '인턴' 포스터.

추석 연휴가 다시 찾아왔다. 예년에 비해 다소 짧아진 명절 연휴지만, 일상의 분주함을 잠시 내려놓고 밀도 높은 서사에 몰입할 수 있기엔 충분한 시간을 선사한다.

올해 추석 문화계는 짧은 연휴 기간 동안 관객과 시청자의 시선을 매료시킬 다채로운 스펙트럼의 작품들로 가득 차 있다. 세대 간의 공감과 위로를 건네는 휴먼 드라마부터 묵직한 현대사를 다룬 미스터리 추적극, 범죄 오락 시리즈의 대미, 거장의 정통 드라마, 그리고 OTT 플랫폼이 선보이는 파격 사극과 애니메이션까지 가세했다.

대형 스크린의 웅장함부터 안방극장의 편안함까지, 이번 추석 연휴 동안 시선을 사로잡는 극장가 개봉작 다섯 편과 OTT 신작 두 편을 살펴본다.
영화 '인턴' 스틸컷.

◇아날로그의 지혜와 청춘의 열정이 만날 때

지난 16일 개봉해 관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영화 '인턴'은 '82년생 김지영'의 김도영 감독이 연출을 맡아 할리우드의 동명 흥행작을 한국적 정서로 재해석한 휴먼 코미디다. 배우 최민식이 37년 차 경력을 뒤로하고 스타트업의 막내 인턴으로 입사한 '기호'역을, 한소희가 첨단 패션 스타트업을 이끄는 젊은 CEO '선우'역을 맡아 세대를 초월한 흥미로운 호흡을 보여준다.

아날로그 세대가 현대 조직 내부에서 겪는 해프닝을 위트 있게 풀어내는 한편, 영화는 웃음 너머의 정서적 교감에 주목한다. 빠른 성과만을 조급하게 쫓는 현대 사회에서 기호가 삶의 궤적을 통해 축적해온 신중함과 경청의 태도는 젊은 CEO의 불안과 고독을 채워주는 버팀목이 돼준다. 김 감독은 전혀 다른 속도로 살아온 두 사람이 서로를 인정하며 삶의 동반자로 나아가는 과정을 따뜻하게 연출했다. 연휴 기간 온 가족이 모여 부담 없이 즐기기에 더없이 적합하다.
영화 '암살자(들)' 스틸컷.

◇권력의 그늘 속, 거부할 수 없는 사냥의 굴레

추석 연휴를 앞두고 23일 개봉하는 '암살자(들)'는 특유의 세밀한 감정선으로 영화계의 인정을 받아온 허진호 감독이 연출을 맡은 서스펜스 신작이다. 배우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가 출연해 복잡하게 얽힌 정치적 권력 지형과 음모 속에서 저마다의 목적을 품은 인물들의 치밀한 추적과 대립을 그려낸다.

1974년 8월 15일 영부인 저격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모티프로 가져와 그 이면에 작동했던 복잡한 권력 구조와 저마다의 목적을 품고 얽혀든 인물들의 고뇌를 다룬다. 베테랑 암살자를 연기한 유해진의 묵직함과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갈등하는 박해일, 거침없는 행동력을 보여주는 이민호의 연기 시너지가 극을 단단하게 받친다. 허 감독은 냉혹한 운명의 굴레 속에서도 버릴 수 없었던 인간적인 딜레마를 담아냈다. 권력이라는 거대한 기계 장치 속에서 개인이 내리는 선택의 무게를 묻는 작품이다.
영화 '타짜: 벨제붑의 노래' 스틸컷.

◇20년 시리즈의 대미 장식할 마지막 승부

마찬가지로 23일 개봉하는 '타짜: 벨제붑의 노래'는 한국 범죄 오락 영화의 한 축을 담당해온 '타짜' 시리즈의 20주년을 기념하는 4번째 작품이자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신작이다. '국가부도의 날'의 최국희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변요한과 노재원이 주연을 맡아 목숨을 건 서늘한 심리전을 펼친다.

원작 만화 4부를 바탕으로 온라인 카지노 판에서 모든 것을 빼앗아간 친구와 해외 초대형 도박판에서 다시 만나 벌이는 마지막 승부를 다룬다. 광기와 집념으로 판을 흔드는 인물을 열연한 변요한과 서늘한 악의를 숨긴 노재원의 대립이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최 감독은 단순한 승패의 카타르시스를 넘어 욕망이라는 괴물이 인간의 영혼을 어떻게 파멸로 이끄는지를 정갈한 미장센으로 그려냈다. 시리즈 특유의 강렬한 캐릭터와 배신, 승부의 세계를 기다려온 관객들에게 명절 맞이 장르적 쾌감을 선사한다.
 
영화 '가능한 사랑' 스틸컷.

◇상처의 균열 사이로 마주하는 진실의 얼굴

한국 영화사를 대표하는 거장 이창동 감독이 선보이는 정통 드라마 신작 '가능한 사랑' 역시 23일 개봉해 관객들을 찾아간다. 배우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이 한 자리에 모여 빚어내는 감정의 레이어는 독보적인 몰입감을 선사할 예정이다.

오랜 시간 봉인돼 있던 관계의 상처와 소통의 불가능성을 직시하며, 과연 인간이 타인을 완벽히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네 명의 인물이 주고받는 사소한 침묵, 눈빛의 떨림, 감정의 미세한 균열을 쫓는 이 감독의 시선은 정교하고도 집요하다. 자극적인 사건의 폭발 대신 내면의 밀도 높은 파동을 따라가는 이 작품은, 명절이라는 친밀하면서도 복잡한 관계의 시간 속에서 타인을 향한 진정한 이해의 가능성을 되묻게 만든다.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앙코르' 포스터.

◇거대 스크린으로 다시 만나는 신화

대형 스크린이 선사하는 압도적인 체감을 갈망하는 관객들을 위한 반가운 재개봉 소식도 있다. 루소 형제 감독이 연출한 SF 액션 대작 '어벤져스: 엔드게임 앙코르'가 23일 극장에서 다시 관객을 맞이한다.

인류의 절반이 사라진 위기 속에서 지구의 운명을 걸고 펼쳐지는 히어로들의 마지막 대결과 숭고한 희생을 그린 이 작품은, 모바일이나 TV 화면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스케일과 사운드 시스템을 통해 명장면의 감동을 재현한다. 초반부의 묵직한 고독감부터 후반부 대규모 전투 장면이 주는 웅장함은 시대를 공유했던 대중문화적 기억을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다시 확인하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 포스터.

◇조선 상류층의 위험하고 파격적인 사랑 내기

극장가의 열기 못지않게 글로벌 OTT 플랫폼들 역시 연휴 기간 집 안에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라인업을 준비했다. 지난 18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 '스캔들'은 배우 손예진, 지창욱, 나나가 주연을 맡은 파격적인 로맨스 사극 시리즈다. 정지우 감독이 연출을 맡아 조선 상류층이 벌이는 은밀한 애정 내기와 그 뒤에 숨겨진 치명적인 욕망을 감각적인 미장센으로 풀어냈다.

뛰어난 재능을 가졌으나 시대의 벽에 막힌 '조씨 부인' 역의 손예진과 자유분방한 연애꾼 '조원' 역의 지창욱, 그리고 내기에 얽히게 되는 '희연' 역의 나나가 팽팽한 감정의 줄다리기를 벌인다. 인물의 심리를 투영한 한복의 색채와 전통 종이꽃 '채화' 등 섬세한 미술 소품, 서신을 통한 보이스오버 연출이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억압과 금기의 시대에 엄격한 유교적 격식 뒤에 숨겨진 인간의 솔직한 욕망을 직시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영화 '토이 스토리 5' 스틸컷.

◇디지털 시대, 클래식 장난감들의 반격과 고찰

디즈니 플러스에서는 23일 픽사의 대표 대표작인 '토이 스토리 5'를 스트리밍으로 공개한다. 앤드류 스탠튼 감독이 연출하고 톰 행크스, 팀 알렌 등이 목소리 연기로 참여한 이 작품은, 지난 6월 극장 개봉에 이어 추석 연휴를 맞아 안방극장 시청자들을 찾아온다.

태블릿 PC와 스마트폰 등 첨단 디지털 기기가 아이들의 일상을 지배하게 된 현대 사회에서 우디와 버즈를 비롯한 클래식 장난감들이 마주한 새로운 변화와 모험을 담아낸다. 디지털 화면에 매료돼 실제 장난감과 노는 즐거움을 잊어가는 아이들의 모습과, 그 속에서 존재 의미를 고민하는 장난감들의 이야기는 어른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변함없는 목소리가 주는 향수와 기술력이 어우러져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관계와 추억의 가치를 따뜻하게 되짚는다.
/박정석 기자 pjs@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