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톤·MCT·간헐적 단식, 미토콘드리아 ‘연료 전환’ 돕는다

[스포츠경향 강석봉 기자] 비만과 당뇨병을 비롯한 대사질환이 증가하면서 단순히 섭취 열량을 줄이는 것을 넘어 세포가 어떤 연료를 사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지에 주목하는 ‘대사치료(metabolic therapy)’가 관심을 받고 있다. 케톤식과 중쇄중성지방(MCT), 간헐적 단식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접근법의 공통점은 포도당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지방산과 케톤체를 활용하는 대사 전환을 유도한다는 데 있다. 특히 세포의 에너지 발전소 역할을 하는 미토콘드리아가 소모할 기질 이용과 에너지 대사를 조절한다는 점에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케톤식(ketogenic diet)은 탄수화물 섭취를 크게 제한하고 지방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는 식사법이다. 예컨대 탄수화물을 하루 열량의 5~10%, 약 20~50g으로 제한하는 게 케톤식의 전형이다. 탄수화물 공급이 줄어들면 간은 지방산을 분해해 아세토아세테이트(acetoacetate), β-하이드록시부티레이트(BHB), 아세톤 등 케톤체를 생성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케톤체는 뇌와 심장, 골격근 등 여러 조직에서 포도당을 보완하는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케톤체 가운데 혈중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BHB는 단순한 에너지원에 그치지 않는다. BHB 역할을 크게 3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혈액 속의 BHB는 말초조직으로 이동한 뒤 다시 아세토아세테이트를 거쳐 acetyl-CoA로 전환되고, 이는 TCA 회로와 산화적 인산화에 들어가 ATP 생산에 사용된다. 즉 미토콘드리아를 움직이게 하는 대체 연료가 된다.
둘째 BHB는 세포핵에서 히스톤 탈아세틸화효소(histone deacetylase, HDAC)의 활성을 조절한다. 히스톤은 DNA를 감고 있는 단백질인데, HDAC가 활성화돼 히스톤의 아세틸기가 제거되면 일반적으로 염색질이 조밀해져 특정 유전자의 전사가 억제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반대로 히스톤 아세틸화가 증가하면 일부 유전자가 발현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다. BHB는 HDAC 활성과 히스톤 아세틸화를 조절해 산화스트레스 방어와 관련된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즉 항산화 스위치를 켤 수 있는 역할을 한다.
셋째 BHB는 선천면역 반응에 관여하는 NLRP3 인플라마솜 활성화를 억제한다. NLRP3 인플라마솜은 대식세포·단핵구 같은 선천면역세포 내부에 있는 일종의 염증 감지·증폭 장치인데, BHB는 염증 스위치를 끄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임상적으로 케톤식의 근거가 가장 확립된 영역 가운데 하나는 약물로 충분히 조절되지 않는 뇌전증이다. 아울러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 등 신경퇴행성질환과 각종 대사질환에서 케톤을 대체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들 신경퇴행성질환에서는 초기부터 뇌세포가 포도당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데, 케톤체(특히 BHB)는 혈액뇌장벽을 통과한 뒤 신경세포와 교세포에 들어가 acetyl-CoA로 전환돼 TCA 회로에서 ATP 생산에 사용될 수 있다.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은 “케톤식은 몸이 사용하는 주 연료를 바꾸어 세포의 에너지 환경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접근”이라며 “신속한 케톤체 생성을 돕는 방법으로 중쇄중성지방(medium-chain triglycerides, MCT)이 각광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MCT는 일반적인 장쇄지방산과 흡수·대사 과정이 다르다. 소화관에서 흡수된 뒤 문맥을 거쳐 간으로 비교적 빠르게 이동하며 지방산 산화와 케톤 생성을 촉진한다. 특히 탄소수가 8개인 카프릴산(C8)과 10개인 카프르산(C10)은 케톤 생성 능력이 높은 MCT로 꼽힌다.
심 원장은 “MCT는 고유한 화학적 특성 덕분에 엄격한 케톤식을 시행하지 않더라도 혈중 케톤 농도를 일시적으로 높이는 효율적인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일부 연구에서 경도인지장애 등 인지기능 저하 환자에서 MCT 보충 또는 케톤식이 증상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설명했다.
MCT를 많이 섭취하면 설사와 복통, 오심 등 위장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처음에는 소량으로 시작해 점차 섭취량을 늘리는 방식을 취하는 게 바람직하다.
간헐적 단식(intermittent fasting)은 일정 시간 음식 섭취를 중단함으로써 간의 글리코겐 이용을 증가시키고 이후 지방산 산화와 케톤 생성의 비중이 커지는 이른바 ‘대사 스위칭(metabolic switching)’을 유도한다.
대표적인 방식은 하루 중 일정 시간에만 음식을 섭취하는 시간제한식(time-restricted eating)이다. 16시간 공복과 8시간 식사 시간을 두는 ‘16:8’ 방식이 널리 알려져 있다. 일주일 중 2일의 열량 섭취를 크게 제한하는 ‘5:2’ 방식이나 격일 단식도 있다.
단식은 세포의 에너지 상태를 감지하는 AMP 활성화 단백질키나아제(AMPK)와 영양소 감지 경로인 mTOR 등에 영향을 주고 자가포식(autophagy)과 연결될 수 있다. 자가포식은 손상된 단백질과 세포소기관을 분해·재활용하는 세포의 항상성 유지 기전이다.
심영기 원장은 “대사 치료의 핵심은 단순히 적게 먹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세포가 어떤 연료를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도록 할 것인지에 있다”며 “포도당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대사 환경에서 벗어나 지방산과 케톤체를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대사 유연성을 회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케톤식이나 MCT, 간헐적 단식을 모든 사람에게 획일적으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며 “환자의 혈당 변동과 인슐린 저항성, 기저질환, 복용 약물 등을 먼저 살펴보고 식사 구성과 공복 시간을 단계적으로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인슐린이나 혈당강하제를 사용하는 당뇨병 환자가 임의로 탄수화물을 크게 줄이거나 단식하면 저혈당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신장질환이나 췌장질환 등 기저질환에 따라 케톤식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어 의료진의 평가가 필요하다.
운동은 대사 전환을 촉진하는 중요한 요소다. 심 원장은 “유산소운동은 근육의 지방산 이용을 증가시키고 AMPK 등의 에너지 감지 경로에 영향을 주고, 저항성운동은 근육량을 유지·증가시켜 체내 포도당을 처리할 수 있는 조직의 양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며 “개인의 체력과 영양 상태에 따른 맞춤형 운동이 대사치료와 병행되면 시너지를 올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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