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금빛 아니라도…은·동빛도 모두 빛난다

이민우 기자 2026. 9. 2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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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일본 나고야 아쿠아틱스센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아경기대회(AG) 수영 남자 자유형 100m 결승이 끝난 뒤 김영범은 고개를 숙였다.

항저우AG에 이은 2연속 동메달.

처음 AG 무대에서 메달을 따낸 그의 이름은 금메달 소식 못지않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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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우 인천본사 정치부 부국장
이민우 인천본사 정치부 부국장


20일 일본 나고야 아쿠아틱스센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아경기대회(AG) 수영 남자 자유형 100m 결승이 끝난 뒤 김영범은 고개를 숙였다. 중국의 판잔러와 기록 차이는 불과 0.04초. 47초65로 은메달을 목에 건 그는 “마지막 25m에서 아마추어가 들통났다”고 자책했다.

그런데 정작 팬들 반응은 달랐다. ‘잘했다’, ‘아시아 정상을 턱밑에서 위협했다’는 응원이 쏟아졌다. 같은 종목에서 황선우도 47초79로 동메달을 따냈다. 항저우AG에 이은 2연속 동메달. 한때 아시아 신기록(47초56)을 보유했던 선수가 여전히 정상권을 지킨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빛났다.

같은 날 사격 여자 10m 공기소총에서는 파리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반효진이 동메달을 따냈다. 230.4점으로 시상대에 선 그를 향해서도 환호는 끊이지 않았다. 사이클 여자 도로 독주에서도 신지은이 폭발적인 후반 스퍼트로 동메달을 끌어냈다. 처음 AG 무대에서 메달을 따낸 그의 이름은 금메달 소식 못지않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궜다.

한때 우리 사회는 금메달만을 영웅으로 대접했다. 2위는 패배자였고, 3위는 관심 밖이었다. 언론은 금메달 집계만 기사 머리에 올렸고, 은메달리스트가 시상대에서 눈물을 흘리면 ‘패배의 눈물’로 단정 지었다. 올림픽이 끝나면 금메달리스트는 광고판에 얼굴을 올렸고, 은메달·동메달 선수는 귀국장에서 조용히 사라졌다. 그 눈물이 얼마나 치열한 싸움 끝에 맺힌 것인지, 카메라는 묻지 않았다.

지금은 다르다. 메달 빛깔보다 선수 자체에 주목하는 눈이 늘었다. 심지어 메달을 따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도 이제는 각종 화제의 기사로 나온다. 4년을, 8년을 이 한 번의 무대만을 위해 매달려온 선수들. 결승선에 가장 먼저 닿지 못해도, 시상대에 오르지 못해도 그 땀은 금메달 못지않다.

경쟁의 본질은 1등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한계를 시험하는 데 있다. 아이치·나고야에서 달리고 헤엄치고 겨루는 그 모든 순간. 은빛도, 동빛도, 아무 빛도 받지 못한 이의 시간도 모두 빛난다.

이민우 기자 lm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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