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신기록 두 번… “한국 수영 에이스 될래요”

“오늘 아침까지 어제 마지막 터치 장면을 100번 넘게 돌려봤어요. 그렇게 아쉽게 은메달에 머물지 않았다면 오늘의 금메달도 없었을 겁니다. 100번을 넘게 쳐다봐도 제가 진짜 금메달을 딴 게 믿기지 않아요.”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들어선 김영범(20·강원도청)은 목에 걸린 금메달을 연신 만지작거리며 좀처럼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21일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2026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자유형 50m 결선에서 21초66의 대회 신기록으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다. 한국 수영이 따낸 이번 대회 첫 금메달. 이날 오전 예선에서 21초71로 지유찬(24·대구시청)이 2023 항저우 대회에서 세운 아시안게임 기록을 0.01초 앞당긴 그는 결선에서 자신의 기록을 다시 0.05초 단축했다. 홍콩의 이안 옌터우 호(21초76)가 은메달, 지유찬(21초94)이 동메달을 획득했다.
레이스를 마치고 전광판 기록을 확인한 김영범은 수영모를 벗어 던지고 검지를 치켜세운 뒤 힘차게 물을 내리치며 격하게 기뻐했다. 198㎝의 훤칠한 키와 210㎝에 육박하는 윙스팬(양팔을 벌렸을 때 길이)으로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내며 한국 수영의 신성으로 불렸던 그는 아시아 챔피언에 오르며 황선우와 김우민을 잇는 한국 수영의 차세대 간판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김영범은 “샛별도 좋지만 에이스란 수식어가 좀 더 듣기 좋은 것 같다”며 “에이스라 불릴 수 있도록 더 악착 같이 훈련하겠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때 수영을 시작한 김영범은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접영 단거리가 주 종목이었다. 하지만 뛰어난 신체 조건을 살리기 위해 자유형 훈련을 꾸준히 병행했고, 강원체고 2학년 때 자유형 100m에서 49초대에 진입하며 가능성을 드러냈다. 성인 무대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지난해 10월 전국체전에서는 자유형 100m 한국 기록(47초39)을 갈아치우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소속팀 선배 황선우를 제치고 이 종목 1위를 차지했다.
강원체고에서 김영범을 지도했던 강용환 대한수영연맹 경영 전임감독은 “영범이는 고교 입학 때부터 키가 190㎝를 넘을 정도로 신체 조건이 뛰어났다”며 “다만 지나간 실수에 오래 매달리는 성격만 잘 다듬으면 크게 성장할 선수라고 봤다”고 말했다. 김영범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스승이 꼽았던 약점을 스스로 극복했다. 전날 자유형 100m에서 75m까지 선두를 달리다 막판 판잔러(중국)에게 역전을 허용해 0.04초 차로 금메달을 놓쳤지만, 아쉬움에 매달리는 대신 이를 다음 레이스의 자극제로 삼았다. 그리고 하루 만에 50m에서 대회 신기록을 세우며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김영범은 “어제 은메달을 따면서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라는 교훈을 얻었다”며 “오늘 결선에서는 ‘예선 때 잘했던 내 수영을 그대로 복사해 붙여넣기만 하자’는 마음으로 레이스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항저우 대회에 이어 2연패를 노렸던 남자 계영 800m에서는 아쉬움이 남았다. 김준우(19)와 김우민(25·이상 강원도청), 이호준(25·제주시청), 황선우로 이어진 대표팀은 중국과 일본에 밀려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중국은 7분0초17의 아시아 신기록으로 정상에 올랐다.
대표팀 막내 김승원(16·경기체고)은 여자 배영 50m, 윤지환(20·강원도청)은 남자 배영 50m에서 각각 동메달을 보탰다. 김효열 수영 대표팀 총감독은 “계영 800m 결과는 아쉽다”면서도 “아직 황선우의 주 종목인 자유형 200m와 김영범이 나설 남자 계영 400m 등 중요한 레이스가 남아 있다. 남은 기간 선수들의 컨디션을 잘 관리해 더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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