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 "쉽고 자극적인 영화 아니지만"…'가능한 사랑' 은사자상 받은 이창동의 고백(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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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이창동의 귀환은 달라도 달랐다. 해고 노동자로 시작해 계급 갈등, 그리고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윤리와 태도까지 이창동 감독이 바라본 가능한 세계가 현실과 판타지 사이에서 서글프고 처연하게 펼쳐졌다.
이날 이창동 감독은 "한 두 마디로 이야기 하기 어려운 영화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한국 사회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닥친 문제를 단순하고 쉽게 이야기 하기 보다는 여러 층위에서 우리의 세계가 단순하지 않고 복잡한 모습을 감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걸 관객과 같이 말하고 싶었다. 해고 노동자, 계급 갈등, 영화 만드는 사람의 윤리나 태도, 사람과의 관계로 보일 수 있다. 이런 것들을 관객과 함께 느끼고 질문을 하고 싶어서 만들게 됐다"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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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거장 이창동의 귀환은 달라도 달랐다. 해고 노동자로 시작해 계급 갈등, 그리고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윤리와 태도까지 이창동 감독이 바라본 가능한 세계가 현실과 판타지 사이에서 서글프고 처연하게 펼쳐졌다.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촌동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이창동 감독, 파인하우스필름·어나니머스 콘텐츠·나우필름 제작)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시사회에는 갑작스러운 부당 해고 이후 삶의 기반을 잃고 투쟁하는 해고 노동자 호석 역의 설경구, 다큐멘터리 감독인 아내를 응원하고 돕는 상우 역의 조인성, 해고 노동자의 삶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감독 예지 역의 조여정, 그리고 이창동 감독이 참석했다. 해고 노동자인 남편의 곁을 지키며 치열하고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미옥 역의 전도연은 미국 일정으로 화상 비대면으로 참석했다.
해고 노동자와 그의 아내 그리고 다큐멘터리 감독과 그녀의 남편, 두 부부가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만나 서로 다른 삶과 숨은 욕망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가능한 사랑'은 2009년 발생한 대기업 대규모 정리해고와 노동자 파업 및 진압 사태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영화다. 2018년 개봉한 '버닝' 이후 8년 만에 공개하는 '거장' 이창동 감독의 신작으로, 제작 초반 배급사들의 투자 난항으로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하게 됐다.
'가능한 사랑'의 작품성을 끌어 올린 배우들의 열연도 눈길을 끈다. 2007년 개봉한 '밀양' 이후 이창동 감독과 재회한 전도연과 2000년 '박하사탕', 2002년 '오아시스', 올해 '가능한 사랑'까지 세 작품 이창동 감독 작품에 출연하며 '이창동 페르소나'로 등극한 설경구가 주축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었고 이창동 감독과 첫 호흡을 맞춘 조인성, 조여정 역시 기존의 모습과 전혀 다른 강렬한 존재감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거장'의 컴백, 충무로 1티어 배우들이 의기투합한 '가능한 사랑'을 향한 전 세계의 찬사도 이어졌다.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으로 최초 공개된 '가능한 사랑'은 호평에 힘입어 수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창동 감독이 지난 12일 폐막한 베니스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 은사자상(심사위원대상) 수상, 2002년 '오아시스'로 제59회 베니스영화제 은사자상(감독상)을 수상한 데 이어 24년 만에 다시 은사자상(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해 전 세계 주목을 받았다.

이날 이창동 감독은 "한 두 마디로 이야기 하기 어려운 영화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한국 사회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닥친 문제를 단순하고 쉽게 이야기 하기 보다는 여러 층위에서 우리의 세계가 단순하지 않고 복잡한 모습을 감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걸 관객과 같이 말하고 싶었다. 해고 노동자, 계급 갈등, 영화 만드는 사람의 윤리나 태도, 사람과의 관계로 보일 수 있다. 이런 것들을 관객과 함께 느끼고 질문을 하고 싶어서 만들게 됐다"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그는 "10여년 전 대량 해고, 파업, 강제진압 사건이 터졌을 때 정말 큰 충격이었다. 그래서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가 포기했다. 내가 얼마나 그들에게 가까운지, 정직한지 확신이 없어서 접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고 노동의 문제가 해고와 파업 문제가 아닌 노동의 근본적인 시각 자체가 바뀌었고 다큐멘터리 감독 부부가 들어오면서 내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어느 정도 윤리적 문제 또는 영화 만드는 사람의 태도에 대해 같이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타인의 삶을 조명하는 감독인 나는 내가 얼마나 본질적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느냐가 고민이다. 내가 평생 하고 있는 질문이고 지금도 쉽게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은사자상 수상 소감에 대해서도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베니스영화제에서도 이야기를 했지만 상은 결과물이고 상보다 이 영화가 세상에 나와 관객과 처음 만나는 자리가 베니스였다. 관객이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줄지가 중요했다. 이 영화는 쉽고, 자극적인 영화가 아님에도 관객이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과 이야기하고자 한 바를 잘 느껴주고 반응해준 것 같았다. 그게 다행이었고 기뻤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베니스영화제 첫 상영 이후 눈물을 쏟은 사연에 대해 설경구는 "조인성도 같이 울었다. 영화를 두 번째 봤다. 기술 시사 때 보고 영화제 때 봤다. 베니스영화제 때 몰입해서 보게 됐다. '우리에게 희망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동하더라. 관객이 박수를 쳐주니까 고흥에서 촬영했던 그 순간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더라. 베니스영화제 갔다 와서 한국에서 연락을 정말 많이 받았다. 창피해서 혼났다. 다행인 것은 조인성이 같이 울어줘서 위로가 됐다. 전도연은 내가 너무 울어서 울 기회가 없었다고 하더라. 지금 생각해 보면 잘 운 것 같다"고 웃었다.
베니스영화제 당시 기자들의 사인 세례를 받은 순간을 떠올린 조인성은 "베니스영화제에 기자회견이 끝나고 기자들이 사인을 받아 깜짝 놀라고 당황하기도 했다. 공식 기자회견인줄 알았는데 우루루 다가오길래 내가 뭘 잘 못 한 줄 알았다. 반갑기도 하고 감동스럽기도 했다. 한국 영화의 위상을 베니스에서도 느껴준 것 같다. 반갑고 감사했다"고 곱씹었다.

전도연은 "'밀양' 때는 내가 결혼 전이어서 불안했다. 이번 작업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작업에 임했는데, 너무 편하고 힐링이 되는 현장이라 많이 놀라긴 했다"고 답했다.
이에 이창동 감독은 "현장에서 'OK' 사인을 안 하는 걸 내 영화의 태도라고 생각했다. 세상에 'OK'가 어디있나 싶었기 때문이다. 이건 내 연출론에 가깝다. 답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배우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러 '밀양' 때까지 'OK'를 안 했다. 배우들이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이후 '시'를 찍으면서 윤정희 선생이 너무 연로했고 신체적으로도 힘든 상황이었다. 늘 불안해 했다. 'OK'라는 사인이라도 시원하게 해서 도와줘야 했다. 그때 현장에 응원온 배우들이 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면서 배신감을 가진 것 같다. 'OK'를 해보니 고집할 문제가 아니구나 싶어 이제 시원하게 사인을 준다. 전도연, 설경구와 오랜만에 작업을 하는데 나도 뭔가 해내야 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긴장감이 있었다. 이번에는 굉장히 편했고 나도 마음을 많이 놨고 공기가 달랐다는 느낌을 받았다. 네 배우가 서로 좋은 기운을 줬고 팀워크를 잘 만든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조인성은 "돈은 독이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낳게 만들기도 하지만 누군가를 다치게 만들 수도 있는 것 같다. 그런 모습을 캐릭터에 투영해 연기하려고 했다. 불편한 친절함을 내포하고 있는 인물이다"고 말했다.
'가능한 사랑'은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 등이 출연하고 '박하사탕' '오아시스' '밀양' '시' '버닝'의 이창동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3일 극장 개봉 후 11월 6일부터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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