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대기업도 관두고 ‘테크볼 하이킥’

나고야=조영우 기자 2026. 9. 21.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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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27)은 '실패한 축구 선수'였다.

이준석은 20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 히가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대회 테크볼 남자 단식 결승에서 알리 잘릴 메즈헤르 알렐라야위(28·이라크)를 2-0(12-11, 12-5)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이준석은 "테크볼은 실업팀이 없어서 많은 선수가 생계를 포기하고 도전에 나서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선수들이 안정적으로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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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아시안게임 초대 챔피언 등극
4부 축구선수 뛰다 테크볼 접해
사비 털어 종주국 헝가리서 훈련
조별리그부터 전승 ‘퍼펙트 우승’
이준석이 20일 일본 나고야 히가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단식 결승에서 금메달을 확정한 뒤 태극기를 들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나고야=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이준석(27)은 ‘실패한 축구 선수’였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선수 생활을 시작해 세미프로인 K4리그(4부)에서 뛰었지만 결국 프로가 되진 못했다. 스무 살에 일찌감치 선수 생활을 접은 뒤 2019년부터 축구 지도자로 생계를 이어갔다. 시민구단에서 수당을 받으며 족구 선수로 뛴 적도 있다.

같은 해 지인의 소개로 테크볼에 입문했다. 사비를 털어 ‘테크볼 종주국’ 헝가리 유학까지 다녀왔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국내 대회가 잇따라 취소되는 불운을 겪었다. 결국 지난해 말 한 대기업에 생산직으로 입사했다.

대한민국 이준석이 20일 일본 나고야 히가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테크볼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이라크의 알렐야위와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2026.9.20 뉴스1

대한민국 이준석이 20일 일본 나고야 히가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테크볼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이라크의 알렐야위와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2026.9.20 뉴스1

그러던 중 올해 2월 테크볼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안이 벙벙하고 심장이 두근두근했다”던 이준석은 사표를 내고 태극마크를 향해 몸을 던졌다. ‘무모한 도전’은 반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결실을 봤다.

이준석은 20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 히가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대회 테크볼 남자 단식 결승에서 알리 잘릴 메즈헤르 알렐라야위(28·이라크)를 2-0(12-11, 12-5)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이준석은 조별리그부터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퍼펙트 우승’으로 이 종목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한국 테크볼 사상 첫 국제종합스포츠대회 메달리스트가 된 이준석이 20일 일본 나고야 히가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테크볼 남자 단식 결승전 경기를 펼치고 있다. 나고야=뉴스1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첫선을 보인 테크볼은 축구와 탁구, 족구, 세팍타크로를 결합한 구기 종목으로 ‘발 탁구’라고도 불린다. 바닥이 곡면인 길이 3m, 폭 1.5m의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손과 팔을 제외한 신체 부위로 공을 상대 테이블로 넘겨 득점한다. 2012년 헝가리에서 고안돼 2017년 3월 국제테크볼연맹(FITEQ)이 창립됐고, 한국에는 2018년 도입됐다.

이준석은 1세트를 0-3으로 불안하게 시작했다. 하지만 테이블 구석을 찌르는 강한 킥과 짧게 떨어지는 절묘한 리턴을 섞어 상대를 흔든 이준석은 10-9로 역전을 이뤄낸 뒤 첫 세트를 따냈다. 기세를 잡은 이준석은 2세트에서 더욱 강하게 상대를 몰아붙여 12-5로 완승을 거뒀다.

낯선 신생 종목을 선택한 이준석의 최고 우군은 어머니 윤순정 씨였다. 윤 씨는 처음 시작하는 아들에게 “아직 젊으니 해보고 싶은 거 다 해보라”며 200만 원 상당의 테크볼 전용 테이블을 선물했다. 이준석은 거주 중이던 아파트 관리 사무소의 협조로 단지 내에 테이블을 설치해 홀로 훈련에 매진했다.

20일 오후(현지 시간)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히가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테크볼 남자 단식 결승에서 한국 이준석이 이라크의 알리 잘릴 메즈헤르 알레야위를 상대로 득점에 성공한 뒤 환호하고 있다. 이준석은 금메달을 획득했다. 뉴시스
20일 오후(현지 시간)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히가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테크볼 남자 단식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이준석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준석은 금메달을 확정지은 후 관중석에 앉아 있던 윤 씨를 향해 “나 금메달 땄다”고 외쳤다. 그는 “어머니께 항상 죄송한 마음이 컸다”며 “메달을 따서 효도하는 게 가장 큰 목표였는 데 그걸 이룰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윤 씨는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었을 텐데 이렇게 좋은 결실로 이어져서 정말 기뻤다. 뭘 하든 앞으로 아들이 잘할 거라 믿는다”고 했다.
20일 오후(현지 시간)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히가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테크볼 남자 단식 결승에서 한국 이준석이 이라크의 알리 잘릴 메즈헤르 알레야위를 상대로 득점에 성공한 뒤 환호하고 있다. 뉴시스
이준석은 이번 대회 대표팀 주장을 맡아 열악한 환경 속에서 선수들을 이끌었다. 테크볼 대표팀은 다른 국가대표 선수들처럼 진천선수촌에 입촌하지도 못한 채 외부에서 따로 훈련했다. 장은서(21)와 함께 이번 대회 혼합 복식에 참가한 김은준(24)은 “(이)준석이 형이 테크볼에 대한 풍부한 지식, 기술을 바탕으로 저희를 많이 이끌어줬다. 훈련 때 디테일한 부분들의 방향을 많이 잡아줬다”고 했다. 이준석은 “테크볼은 실업팀이 없어서 많은 선수가 생계를 포기하고 도전에 나서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선수들이 안정적으로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고야=조영우 기자 j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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