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석이가 테크볼 테이블 사달라고…" 엄마의 뒷바라지, 아들은 역사를 썼다

김형준 2026. 9. 21.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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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저 테크볼 테이블 좀 사주세요."

무엇보다 축구에서 족구로, 다시 테크볼로 끊임없이 새로운 길을 찾아온 아들이 앞으로도 선수 생활을 이어갈 희망을 얻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이준석이 중요한 갈림길에 설 때마다 어머니는 망설이지 않고 아들의 등을 밀었다. 족구 실업팀에서 뛰며 낮에는 대기업 생산직으로 일하던 이준석이 올해 초 비교적 안정적인 생활을 내려놓고 아시안게임 테크볼에 도전하겠다고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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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테크볼 남자 싱글 금메달
'첫 정식종목'서 초대 챔피언 등극
이준석이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구매해 연습에 활용해 왔던 테크볼 테이블. 대한테크볼협회 제공

"어머니, 저 테크볼 테이블 좀 사주세요."

2019년 8월, 축구할 때 가장 멋있었던 아들은 대뜸 축구를 그만두고 새로운 종목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이름조차 생소한 테크볼이었다. 연습에 필요한 전용 테이블 가격은 약 200만 원. 형편에 맞춰 빠듯하게 살림을 꾸리던 어머니로선 선뜻 내주기 어려웠던 액수였다. 하지만 평소 물욕이라곤 없었던 아들의 간절한 부탁을 끝내 외면하지 못했다.

탁구대처럼 생겼지만, 가운데가 둥글게 휘어진 낯선 테이블은 당시 국내에서 구할 수도 없는 이상한 물건이었다. 어렵게 해외에서 주문해 아파트까지 들여오자, 이번에는 둘 곳이 마땅치 않았다. 처음엔 관리사무소에 부탁해 아파트 한쪽에 테이블을 펴고 훈련했다. 하지만 공이 테이블에 부딪히는 소리가 크다는 민원이 들어왔고, 결국 사설 지하 창고와 공터 등을 전전하며 훈련을 이어갔다. 아들이 K4리그 축구선수 생활을 정리한 나이 스무 살 때의 일이다.

이준석(27)이 써 내려간 한국 테크볼 최초의 첫 국제대회 메달 역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이준석은 20일 일본 나고야의 히가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대회 테크볼 남자 단식 결승에서 알리 잘릴 메즈헤르 알레야위(이라크)를 2-0(12-11 12-5)으로 완파했다. 조별리그 B조를 5전 전승으로 통과한 이준석은 8강에서 쿠다이베르디 아브딜아지조비치 아이다르베코프(키르기스스탄)를 2-0으로, 준결승에서는 자이드 에이단(쿠웨이트)의 부상 기권으로 결승에 올랐고, 결승에서도 승리를 거두며 한국 테크볼 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축구에서 족구 선수로, 그리고 테크볼에 올인

이준석이 20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히가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테크볼 남자 단식 결승에서 한국 이준석이 득점에 성공한 뒤 환호하고 있다. 나고야=뉴시스

이날 경기는 어머니 윤순정씨도 직접 관람했다. 처음에는 아들에게 부담이 될까 봐 준결승까지만 보고 나고야를 떠날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준석이 결승에 오르며 귀국 일정을 늦췄다. 아들이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무대에서 뛰는 모습을 처음 지켜본 윤씨는 준결승전 직후 아들을 만나자마자 어린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렸다.

메달리스트의 어머니가 된 직후 한국일보와 만난 윤씨는 "아들이 이렇게까지 잘될 줄 몰랐다"라면서 "사실 테이블을 사 줬을 당시에는 돈도 없을 때였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잘 사준 것 같다"며 웃었다. 무엇보다 축구에서 족구로, 다시 테크볼로 끊임없이 새로운 길을 찾아온 아들이 앞으로도 선수 생활을 이어갈 희망을 얻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이준석이 중요한 갈림길에 설 때마다 어머니는 망설이지 않고 아들의 등을 밀었다. 족구 실업팀에서 뛰며 낮에는 대기업 생산직으로 일하던 이준석이 올해 초 비교적 안정적인 생활을 내려놓고 아시안게임 테크볼에 도전하겠다고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윤씨는 "무조건 해라, 안 하면 너 후회한다"며 아들의 모험에 힘을 실어줬다.


"선수 생활 계속 이어갈 수 있다는 희망 발견"

이준석이 19일 일본 나고야 히가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테크볼 남자 싱글 준결승에서 승리한 뒤 어머니 윤순정씨와 포옹하고 있다. 나고야=김형준 기자

이제는 이준석이 어머니에게 가족 여행을 선물하고자 한다. 어머니는 생업에, 자신은 운동에 몰두하느라 함께 쌓지 못했던 추억을 이제부터라도 하나씩 만들어가고 싶어서다. 이번 메달이 한국 테크볼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은 점도 그에게는 각별하다. 이준석은 "이번 대회에서 메달을 따지 않으면 그다음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라면서 "선수 생활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나고야=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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