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압박에 손잡은 ‘용과 코끼리’…시진핑·모디의 전략적 브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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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2일 인도 뉴델리. 제18차 브릭스(BRICS) 정상회의장에 함께 입장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포토존에서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나누었다.
비록 인도는 미국, 일본, 호주와 함께 중국을 견제하는 쿼드의 핵심 국가지만, 중국과 '경쟁적 공존'을 택할 여지가 크다.
지난 5월 인도는 중국 등 국경을 맞댄 국가의 비지배 지분 투자를 최대 10%까지 승인하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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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은 글로벌 사우스·거대시장, 印은 공급망·외교 선택지…맞물린 이해관계
(시사저널=모종혁 중국 통신원)
9월12일 인도 뉴델리. 제18차 브릭스(BRICS) 정상회의장에 함께 입장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포토존에서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나누었다. 시진핑과 모디는 친밀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대화를 나눴다. 2020년 히말라야 국경에서 유혈 충돌을 벌였던 두 나라 정상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이번 회의를 위해 시진핑은 2019년 이후 7년 만에 인도를 방문했다. 브릭스 정상들과 공동 일정을 소화한 뒤 시진핑과 모디는 별도 정상회담을 가졌다.
회담 석상에서 시진핑은 "중국과 인도의 관계를 전략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발전시켜 왔다"며 "서로 선린우호의 친구이자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동반자가 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에 화답하듯, 모디는 "중국과 경쟁하는 상대가 아닌 파트너가 되고, 서로의 발전을 도전이 아닌 기회로 여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향후 두 나라의 무역, 시장 접근, 인적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에 참여해온 인도 총리가 중국과의 관계 회복을 공개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더 흥미로운 장면은 브릭스 정상회의가 끝난 뒤에 나왔다. 기념식수 행사에 참석한 시진핑과 모디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친근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공동성명에서 세 나라 정상은 "보호주의와 경제 제재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질서 바깥에서 중국·인도·러시아가 공동 대응한 것이다. 9월13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에 대해 커지는 불만"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와 대외정책이 브릭스 내부의 이례적인 결속을 촉진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견제' 속 서로가 필요한 중국과 인도
원래 중국과 인도는 가깝지만 먼 이웃이다. 두 나라는 약 3800km에 달하는 히말라야 국경을 두고 오랫동안 영토 분쟁을 벌여왔다. 중국은 서쪽에서는 인도 북서부 라다크의 악사이친을 자국 영토라고 주장한다. 2020년 6월 양국 군인들이 악사이친의 갈완 계곡에서 충돌했고, 중국군 4명과 인도군 20명이 사망했다. 동쪽에서는 인도 아루나찰프라데시주 대부분을 '남티베트'라고 부르며 영유권을 주장한다. 양국의 영토 분쟁은 단순한 경계선 다툼이 아니라 언제든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현재진행형이다.
물은 또 다른 화약고다. 중국명 얄룽창포강인 브라마푸트라강은 티베트에서 발원해 히말라야를 둘러 흐른 뒤 인도 아루나찰프라데시와 아삼을 거쳐 방글라데시로 흐른다. 2025년 7월 중국은 브라마푸트라강 상류에서 총투자액 1조2000억 위안(약 244조원)에 달하는 5개의 댐 건설에 착공했다. 인도는 댐 건설로 인한 환경 문제와 수자원 무기화를 우려했다. 실제 로이터통신은 "중국의 초대형 댐 건설로 인도 하류의 건기 수량이 최대 85%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렇듯 국경과 물을 놓고 서로 경계했던 두 나라는 지금 '친구'와 '파트너'라고 말하고 있다. 중국에는 왜 인도가 필요할까. 첫째, 미국이다. 인도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망을 느슨하게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전략적 변수다. 비록 인도는 미국, 일본, 호주와 함께 중국을 견제하는 쿼드의 핵심 국가지만, 중국과 '경쟁적 공존'을 택할 여지가 크다. 둘째, 시장이다. 내수 부진, 서방의 무역장벽에 직면한 중국에 인도는 미국과 유럽 시장에 대한 중국의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거대 성장 시장이다.
이와 관련해 FT는 "최근 양국 관계의 해빙은 중국이 인도의 대미 전략적 접근을 완화하려는 움직임과 연결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에도 중국이 필요한 이유가 있다. 미국이 쌓는 대중국 견제망에 몰입할 경우 인도의 외교적 자율성이 줄어든다. 또 중국은 무시할 수 없는 거대한 무역 상대국이다. 미국의 관세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인도는 다른 선택지가 필요하다. 9월8일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는 "브릭스 정상회의로 중·인 관계의 '리셋'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두 나라의 관계 정상화는 무역과 투자에서 두드러진다. 2025년 중국과 인도간 교역액은 사상 최대인 1556억 달러에 달했다. 올해 1~7월에도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다. 인도는 중국으로부터 전자제품, 기계, 산업용 부품 등 생산재를 수입한다. 중국이 인도의 제조업 경쟁자이면서 동시에 인도 산업을 움직이는 공급망의 중요한 한 축인 셈이다. 지난 5월 인도는 중국 등 국경을 맞댄 국가의 비지배 지분 투자를 최대 10%까지 승인하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중국 자본에 대한 '제한적 개방'에 나선 것이다.
이 대목에서 양국 '브로맨스'의 실체가 드러난다. 중국은 인도라는 글로벌 사우스의 영향력과 시장이 필요하고, 인도는 중국이라는 외교적 선택지와 공급망이 필요하다. 따라서 양국은 국경 분쟁을 해결하지 못한 채 이를 관리하면서 외교와 경제에서는 새로운 문을 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를 "갈등에서 신중한 해빙으로의 이동"이라고 했다.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는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무대가 됐다.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을 비롯한 11개 회원국이 참가했다.
공동성명에는 보호무역과 경제 제재 반대뿐만 아니라 현지 통화 결제 확대, 글로벌 사우스의 국제기구 발언권 강화 등이 담겼다. 시진핑은 한발 더 나아가 브릭스 국가들의 인공지능(AI) 협력을 제안했다. 중국이 주도하는 AI 오픈소스 협력과 산업·공급망 협력을 브릭스 전체로 확대하려는 구상이다. 이 지점에서 미국의 계산이 복잡해진다. 미국이 중국의 첨단기술 접근을 차단할수록 중국은 브릭스와 글로벌 사우스로 AI 협력의 무대를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도 이 흐름에 동참했다.
美 AI 기술패권에 맞서는 中, 동참하는 인도
인도는 AI와 디지털 인프라 분야에서 중국을 배제하지 않고 자국 이익에 도움이 되는 협력을 택했다. 그로 인해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의 AI 기술패권 전쟁에서 조급함을 보이고 있다. 9월13일 트럼프는 아일랜드 골프장에서 언론에 "AI 개발을 늦추면 중국에 뒤처질 수 있다"며 "AI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AI가 이제 단순한 산업 경쟁을 넘어 국가 안보와 경제 성장을 좌우하는 지정학적 경쟁이 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중국의 딥시크, 문샷 AI, 알리바바 등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속에서도 빠르게 미 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있다. 또 인도와 글로벌 사우스를 연결해 또 다른 기술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용(중국)과 코끼리(인도)'가 다시 춤추기 시작했다는 외신의 표현이 흥미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춤이 끝나면 두 나라는 다시 경쟁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두 나라는 과거의 원한보다 현재의 필요를 앞세우고 있다. 무대 한쪽에는 모디가, 다른 한쪽에는 시진핑이, 무대 밖에는 트럼프가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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