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파파' 원조 EU에서도 여성 41%가 주 35시간 이상 돌봄 [젠더살롱]

2026. 9. 1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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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기자들이 직접 여러 사회 문제와 주변의 이야기를 젠더적 관점에서 풀어냅니다. '젠더, 공간, 권력' 등을 쓴 안숙영 계명대 여성학과 교수의 글도 기고로 함께 합니다.

조사 결과, 성평등 수준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EU에서도 여성은 여전히 무급 돌봄의 주된 담당자로서 더 큰 돌봄 부담을 짊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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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숙영의 시선]
유럽연합(EU)의 제2차 돌봄 조사 결과
젠더 돌봄 격차에 다시 주목
편집자주
한국일보 기자들이 직접 여러 사회 문제와 주변의 이야기를 젠더적 관점에서 풀어냅니다. '젠더, 공간, 권력' 등을 쓴 안숙영 계명대 여성학과 교수의 글도 기고로 함께 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적으로 집 안과 집 밖에서 행해지던 필수노동으로서의 돌봄이 갖는 중요성에 대해 모두가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이기도 했다. 최근 해외에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고 국내에서도 바이러스 검출률이 크게 높아지며 방역 당국이 특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는 가운데, 인간이 생존하고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 잠시도 멈출 수 없는 가장 본질적인 활동으로서의 돌봄이 갖는 의미와 역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유럽연합(EU)이 올해 5월에 발간한 '2024년 돌봄 조사: 돌봄을 나누고, 젠더 격차를 줄이자'라는 보고서의 결과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이번 조사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되던 2022년 8~11월 걸쳐 실시된 제1차 조사에 뒤이은 제2차 조사로, 유럽젠더평등연구소가 2024년 10~12월에 걸쳐 진행했다. EU 27개 회원국 전체를 대상으로 무급 돌봄과 개인·사회 활동에서 나타나는 젠더 격차를 조사한 것으로, 조사 대상은 16~74세의 경제활동 인구 6만5,000여 명이었다.

이 설문조사는 여성과 남성이 무급 돌봄, 집안일, 비공식 및 공식 돌봄 서비스 이용, 여가 시간의 조직과 경험에서 어떤 차이를 보이고 있는지에 관한 가장 최신의 비교 가능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돌봄을 아동 돌봄, 장기 요양, 가사 노동, 일과 삶의 균형 분야로 세부적으로 나누어, 각 분야에서 여성과 남성이 어떻게 책임과 시간을 분담하고 관리하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돌봄을 나누고 젠더 격차를 줄이려는 EU의 노력은 계속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조사 결과, 성평등 수준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EU에서도 여성은 여전히 무급 돌봄의 주된 담당자로서 더 큰 돌봄 부담을 짊어지고 있었다. 예를 들어 12세 미만 자녀를 돌보는 여성 가운데 41%가 주당 35시간 이상을 돌봄에 할애한다고 답한 반면, 남성은 그 비율이 20%에 불과했다. 또한 여성은 식사 챙기기, 목욕시키기, 자녀 관리, 정서적 지원 제공 등 일상적이면서도 정서적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돌봄을 책임지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이런 개인적·신체적 돌봄을 매일 행한다고 답한 여성은 73%인데 비해 남성은 54%에 그쳤다.

사회적 규범 역시 무급 돌봄과 가사 노동의 분배에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젊은 여성일수록 전통적인 성 역할을 거부하고 돌봄 책임을 평등하게 나누는 것을 더 지지하는 반면, 젊은 남성은 육아와 가사에서 여성의 역할에 대해 상대적으로 전통적인 견해를 보였다. 아버지도 돌봄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지만, 여성이 돌봄에서 주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기대가 남아 있었다. 육아를 위해 어머니가 집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젊은 남성은 거의 절반에 달했지만 젊은 여성은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고령 인구 증가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드러난 돌봄 시스템의 취약성에 주목해 온 EU는 이번 조사를 통해 돌봄에서의 젠더 격차 해소가 노동시장과 공적 생활, 가정에서의 성평등을 실현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하고 이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돌봄을 나누고, 젠더 격차를 줄이자'는 오랜 목표, 그러나 아직 도달하지 못한 목표가 EU에서 머잖아 실현되길 기대해 본다.

안숙영 계명대 여성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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