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노동자가 알고리즘을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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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요.(웃음) AI 이런 거 하나도 안 해요. 진짜."
지난 몇 달간 민주노동연구원에서 수행하는 쿠팡의 물류노동 연구를 위해 쿠팡 물류체계의 각 지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인터뷰했다.
그런데 동시에 쿠팡 물류체계의 각 지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AI와 알고리즘의 영향을 별로 체감하지 못하겠다고 말한다. 이를 어쩐다? 결국 연구 과정에서 연구 질문은 '쿠팡 물류체계에서 알고리즘은 노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서 '쿠팡의 물류체계는 알고리즘에 의해 조직되고 있음에도 현장의 노동자들이 알고리즘이 노동에 미치는 영향을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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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실 때 인공지능(AI)을 활용하고 있다고 느껴지는 업무들이 있나요?"
"없어요.(웃음) AI 이런 거 하나도 안 해요. 진짜."
지난 몇 달간 민주노동연구원에서 수행하는 쿠팡의 물류노동 연구를 위해 쿠팡 물류체계의 각 지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인터뷰했다. 위 인용구는 쿠팡 물류센터의 현장 관리자에게 쿠팡 물류센터에서의 AI 활용에 대해 질문을 했을 때 들었던 말이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을 한 건 이분만이 아니었다. 쿠팡의 다른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현장 관리자와 현장직 노동자, 그리고 택배노동자들의 답도 비슷했다. 이 연구를 통해 쿠팡 물류체계에서 AI와 알고리즘이 노동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려고 했었는데,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자꾸 들으니 무척이나 난감했다.
기술 혁신 강조하는 쿠팡,
알고리즘 영향 체감 못 하는 노동자
쿠팡은 자신들이 물류 분야에서 이룬 기술 혁신이 전국 단위의 당일·익일 새벽배송 서비스를 가능하게 했고, 그로 인해 소비자들의 삶이 얼마나 편리해졌는지를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AI와 알고리즘으로 대표되는 기술 혁신은 쿠팡이 소비자들에게 각인하고자 하는 자신들의 정체성이기도 한 것인데, 실제로 쿠팡이 운영하는 웹 사이트의 직무·기술 소개 페이지에서는 쿠팡이 어떤 알고리즘들을 활용해 자신들의 물류 체계를 고도화, 최적화하고 있는지를 열심히 홍보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쿠팡의 실적발표(콘퍼런스콜) 내용 및 연간 사업보고서(Form 10-k), 그리고 쿠팡이 모델로 하는 아마존 관련 각종 연구들을 살펴보면 데이터와 알고리즘은 쿠팡의 물류 체계를 조직하고 운영하는 데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동시에 쿠팡 물류체계의 각 지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AI와 알고리즘의 영향을 별로 체감하지 못하겠다고 말한다. 이를 어쩐다? 결국 연구 과정에서 연구 질문은 '쿠팡 물류체계에서 알고리즘은 노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서 '쿠팡의 물류체계는 알고리즘에 의해 조직되고 있음에도 현장의 노동자들이 알고리즘이 노동에 미치는 영향을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로 바뀌었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의해 조직되는 쿠팡의 물류체계
실제로 연구 과정에서 쿠팡의 전체 물류체계가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조직·운영되고 이를 통해 물류의 최적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본사 역할을 하는 쿠팡㈜은 쿠팡의 이커머스 플랫폼 운영만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물류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면서 물류 체계의 효율화를 위한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쿠팡㈜은 기술 조직과 데이터 담당 조직을 두고 주문량 예측 및 필요 인력 예측에서부터 적정 재고 관리 및 재고 이동, 센터별 물량 배분 및 배송 동선 최적화, 물류센터 내 집품 작업자 작업 동선 알고리즘과 택배 기사 사용 앱 개발까지, 쿠팡의 전체 물류체계를 조직하고 작동시키기 위한 알고리즘 및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한다. 그리고 쿠팡의 풀필먼트센터 운영과 배송을 담당하는 물류 자회사(쿠팡풀필먼트서비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는 쿠팡㈜가 제공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실제 물류 시설 운영 및 노동력 관리, 리스크 대응을 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운 좋게 쿠팡 물류센터의 현장 관리자들을 인터뷰할 수 있었는데, 현장 관리자 인터뷰를 통해서도 쿠팡의 물류가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알고리즘에 기반한 물량 예측(주문 품목 및 주문량 예측에 기반한 센터별 입고 물량 배분, 출고 물량 예측에 기반한 일일 필요 인력 예측 등)은 관리업무의 기준이자 출발점이 돼 현장 관리자들은 이를 기반으로 현장의 공간을 운용하고 노동자들을 관리하고 있었다. 또한 현장 관리자들은 물류센터 현장을 데이터로 구현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는데, 예를 들어 물류센터 내 빈 공간을 확보해 이를 데이터로 입력한다든지 물류센터 내 동선을 확인하고 이를 집품 지도(피킹 맵)에 입력함으로써 물류 체계가 알고리즘을 통해 작동할 수 있는 기반을 지속적으로 구축하고 있었다. 노동 연구자들은 알고리즘이 노동과정에 도입됨에 따라 인간 노동자가 새롭게 수행하게 되는 노동으로 알고리즘 중개(algorithmic brokerage), 접합 노동(articulation work) 등의 개념을 제시한 바 있는데(Kellogg 외, 2020), 실제 쿠팡 물류센터의 현장 관리자들은 해당 노동을 수행하면서 알고리즘화된 쿠팡 물류 체계를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전체 물류체계와 개별 노동과정의 격차
그리고 인간 관리자의 역할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쿠팡의 물류 체계는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기반해 조직돼 있고, 따라서 쿠팡의 현장 노동자들은 당연히 알고리즘의 영향을 체감하고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인터뷰에 참여한 현장 관리자들뿐만 아니라 현장직 노동자들도 알고리즘이 노동에 미치는 영향을 별로 체감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격차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지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쿠팡의 전체 물류체계 작동과 물류체계 각 지점에서 이뤄지는 구체적인 노동을 구분해야 한다. 전체 물류체계 수준에서 쿠팡의 물류 과정은 데이터로 구현돼 있으며, 알고리즘은 이 데이터를 학습해 물량과 인력을 실시간으로 예측하고 배분한다. 그 결과 쿠팡은 리드타임을 최소화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휴 자원을 최소화할 수 있다. 반면 쿠팡 물류체계의 각 지점에서 이뤄지는 구체적인 노동과정에 적용되는 알고리즘 통제(algorithm control)는 분절적이고 불균등하게 이뤄진다. 예를 들어 같은 풀필먼트센터 안에서도 출고(집품과 포장) 공정은 개별 작업자들의 작업 속도가 바코드 스캐너를 통해 실시간으로 측정되지만, 입고 공정과 허브(분류 및 상차) 공정에서는 그렇지 않다. 입고 공정과 허브 공정에서는 개별 작업자들의 작업 속도가 아니라 공정 전체 처리 물량 대비 투입 인원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작업 속도를 평균적으로만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풀필먼트센터의 출고 공정에서는 개별 작업자에 대한 실시간 작업속도 측정(UPH 혹은 HTP)에 기반해 알고리즘 통제 혹은 디지털 테일러리즘이라고 이야기되는 방식의 작업 통제가 이루어지지만, 입고 공정 이외의 다른 공정에서의 작업 통제 방식은 우리가 알고리즘 통제라고 하면 떠올리게 되는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이러한 양상은 풀필먼트센터 내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어서, 쿠팡의 서브허브(다른 택배사의 서브터미널과 유사)나 라스트마일 택배노동자들의 노동과정 역시 알고리즘 통제의 양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요컨대 물류 체계의 알고리즘화와 개별 물류노동 과정의 알고리즘 통제는 다른 층위의 문제로서, 알고리즘이 물류노동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체 물류 체계의 조직·운영의 수준과 구체적인 개별 노동과정의 수준을 구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쿠팡 물류센터는 고용관계가 명확하고 물리적으로 작업 공간이 제한돼 있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작업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 여기에서는 노동자들의 노동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인간 관리자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게 나타난다. 이는 알고리즘 통제가 지배적인 작업 통제 방식이든 아니든 마찬가지인데, 알고리즘 통제의 양상이 가장 강하게 나타나는 풀필먼트센터 출고 공정에서도 인간 관리자는 실시간으로 작업자들의 작업 속도 데이터를 확인하면서 개별적으로 노동자들을 관리(다그치거나 북돋기)하고 있었으며, 잔여 물량 상황에 따라 작업자들을 재배치하고 개별 작업자들의 작업 효율 증진 방안을 마련하는 것 역시 현장의 인간 관리자들의 역할이다. 이에 따라 현장직 노동자들에게 있어 물량과 필요 인원을 예측하고 유휴 자원의 양을 결정하는 물류 최적화 알고리즘은 자신에게 직접 작업을 지시하고 채근하며 실시간으로 자신을 전환배치하는 인간 관리자에 가려져 비가시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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