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마계를 넘어 글로벌 거점으로 인천의 새로운 브랜드 만들기

지역의 미래는 산업과 기반 시설, 제도만으로 밝아오지 않는다. 사람들이 지역을 어떻게 인식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미래의 모습을 그리는가가 지역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 역사와 문화, 산업 유산, 자연환경, 공동체의 가치에 뿌리를 둔 지역의 정체성은 도시를 폐쇄적으로 느낄 수도 있고, 반대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자신감을 불어 넣을 수도 있다. 나아가 사람들이 그곳에 계속 머물지, 새로운 사람들이 이주해 올지, 기업이 투자 가치가 높은 곳으로 평가할지, 관광객이 찾아올지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전환기를 맞은 지역에서는 도시를 둘러싼 이야기는 더욱 중요하다. 과거의 그림자와 흔적에만 머무는 이야기는 장애인 반면, 지역의 자긍심과 공동체의 유대감은 도시 활력을 위한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인천의 도시 정체성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천은 오랫동안 '짠물'이라는 이미지로 기억되었고, 최근에는 인터넷과 대중문화 속에서 '마계 도시'라는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로 소비되기도 한다. 물론 인천시가 '하늘도시·바다 도시·글로벌 도시' 등 다양한 브랜드를 개발·홍보해 왔지만, 시민과 방문객에게 이러한 이미지가 충분히 각인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도시 이미지와 정체성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먼저 시민, 기업인, 청년, 신규 이주민 등 다양한 주체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인터뷰와 참여형 워크숍 같은 질적 조사와 함께 경제지표, 언론 보도, SNS의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인천에 대해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오랜 거주자와 젊은 세대, 기업과 시민, 내부와 외부의 시선이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캐나다 더럼은 오랫동안 '자동차 도시'로 인식됐지만, 데이터 분석 결과 청정에너지 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에스토니아 역시 '깨끗한 환경'과 '디지털 사회'라는 브랜드를 추상적인 구호에 그치지 않고 도시 공기 질, 온라인 서비스 등 객관적인 사실과 연결했다.
인천도 이제 새로운 도시 이야기를 만들 때이다. 인천이 품격 높은 도시로 도약하려면 이제 '무엇을 홍보할 것인가'보다 '어떤 도시로 기억되고 싶은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수도권의 변두리나 서울의 배후라는 낡은 이미지를 넘어, 동북아의 글로벌 거점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시민과 함께 만들어갈 때, 인천의 도시 브랜드는 비로소 구호를 넘어 미래를 설계하는 자산이 될 것이다.
/김천권 인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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