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문희농원과 봉천사에서 개미취 군락지를 만나다

경북매일 2026. 9. 17.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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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 다가온 가을이 보여서일까.

가운데 개미취 꽃밭 사이로 걸어 들어가면, 연보랏빛 꽃물결에 몸이 온통 파묻히는 듯한 특별한 경험을 누릴 수 있다.

최근에 개방된 문희농장으로 인해 개미취 탐방지가 분산될 수는 있지만 탐방객들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개미취는 9월과 10월에 꽃이 피지만, 벌개미취는 6월 여름부터 꽃이 일찍 피기 시작하는 한국의 특산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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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홍석 수필가·여행칼럼니스트

성큼 다가온 가을이 보여서일까. 해마다 9월과 10월이면, 산과 들을 연보랏빛으로 물들이는 가을꽃을 맞이할 절호의 기회다. 은은하면서도 고상한 멋을 풍기는 그 꽃들은, 가을 여행의 운치를 한결 돋보이게 만든다. 바로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인 개미취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개미취에 가장 특화된 지역은 어디일까. 아무래도 경북 문경을 꼽아야 하지 않을까. 개미취 탐방의 원조로 손꼽히는 호계면의 봉천사가 있고, 최근에 광활한 개미취 풍경이 주변을 압도한다는 문희농원이 가은읍에 위치해서다. 보랏빛 낭만이 가득한 두 군데 개미취 명소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인지 그곳으로 미리 한 번 떠나보도록 하자.

문희농원 개미취 군락지. 면적이 약 1만8000평에 달한다.
문희농원에 피어난 개미취와 맨드라미 뒤로 대야산 곰넘이봉이 병풍처럼 우뚝 서 있다.
문희농원은 아기자기한 소품과 자연 친화적인 조경이 돋보인다.
문희농원의 운치 있는 연못과 맨드라미.
문희농원의 운치 있는 둘레길의 전경들.

가장 먼저 소개할 개미취 군락지는 문희농원이다. 경상북도 문경시 가은읍의 속리산 국립공원 자락에 위치하는 데, 최근에 가을 여행객들 사이에 가장 뜨겁게 입소문을 타고 있는 장소다. 과거 사유지였던 농장 부지에 대규모로 개미취를 심어 가꾸어오다가, 지난 2024년 처음으로 일반인에게 개방되었다.

문희농원의 가장 큰 특징은 단연 압도적인 규모다. 약 1만8000평에 달하는 넓은 대지에 사람의 키만큼 높이 자란 개미취가 빽빽하게 군락을 이룬다. 가운데 개미취 꽃밭 사이로 걸어 들어가면, 연보랏빛 꽃물결에 몸이 온통 파묻히는 듯한 특별한 경험을 누릴 수 있다.

봉천사 개미취와 약사여래불좌상.

농원의 내부는 단순한 꽃밭을 넘어 자연 친화적인 조경이 돋보인다. 922번 지방 도로인 완장 제3교에서 문희농원으로 오르는 길 우측에는 관평천이 흐르는데, 맑고 청아한 계곡물 소리를 들으면 마음마저도 정화되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앞으로 어떤 전경이 펼쳐질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오름길을 지나, 농원에 다다르면 운치 있는 연못과 수국처럼 풍성하게 붉게 물든 맨드라미꽃이 지루할 틈이 없는 멋진 풍경을 선사한다.

찾아든 사람들은 저마다 개미취 풍광에 푹 빠진다. 왼쪽으로 바위들이 늘어선 지점을 통과하면 개미취 군락지, 사람의 키만큼 높게 자란 꽃들이 부챗살처럼 전방으로 펼쳐져 광활하다는 느낌으로 전해진다. 꽃밭 속에 파묻힌다는 것이 어떠한 의미인지 제대로 실감으로 드러나는 순간이다. 좌우 끝머리에는 막장봉 능선과 곰넘이봉이 우뚝해, 이곳이 어디쯤인지 그 위치 또한 가늠해 준다.

문희농원에는 개미취만 있는 것은 아니다. 꽃밭을 지나 만나는 연못에는 사면팔방으로 펼쳐진 주변의 산들과 나무들이 반영으로 표현되고, 그 주변 곳곳에는 붉게 물든 맨드라미들이 활짝 웃으며 반긴다. 작은 식물원처럼 꾸며진 탐방로를 여유 있게 걸어보는 것도 이곳만의 장점이자 매력이다. 마치 팔색조 같은 다채로운 매력 속으로 푹 빠져드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이곳의 또 하나 장점은 입장료와 주차가 무료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주차장은 약 20대 정도만 가능해, 문희농원 입구인 완장 제3교를 중심으로 한 922번 도로변에 주차할 수밖에 없다. 주말에는 방문객이 몰릴 수 있어, 상대적으로 한적한 평일 방문을 적극 추천한다. 

두 번째 장소인 문경 봉천사는 이미 유명 명소가 된 지 오래다. 개미취가 어떤 꽃인지 수많은 사람에게 각인시킨 주범인 셈이다. 한옥으로 만들어진 사찰과 자연과의 조화가 돋보이는 장소로, 수령 200년이 넘는 소나무와 너럭바위가 연보라 꽃과 어우러지는 독특한 풍경이 일품이다. 개미취 탐방뿐 아니라 새벽 일출 장소로도 알려져 사람들이 꾸준하게 찾아드는 명소 겸 사찰이다.

수령 200년이 넘는 봉천사 병암정의 노송.

문경시 호계면에 위치한 월방산(360m)의 중턱에 자리한 봉천사는 문경 개미취의 원조 명소다. 봉천사의 주지 지정 스님이 10여 년 전부터 월방산에 자생하던 야생 개미취 7포기를 가져다 심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현재 이곳에는 1만1570여㎡(3500여평)에 이르는 개미취 핫플레이스가 조성되어 있는데, 유튜브에서 9월에 가지 않으면 가장 후회되는 제1번지로 소개가 되기도 했었다.

한 폭의 산수화 같은 전경을 자아낸다. 산사 특유의 고즈넉함과 탁 트인 월방산 자락의 조망을 배경으로 명품 사진을 남길 수 있다. 매년 9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 ‘봉천사 개미취 축제’가 열리는데, 올해도 17일부터 10월18일까지 한 달 정도 열린다. 1인당 입장료가 10000원이라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 입장료에는 주차비와 환경 관리비가 포함되었고, 정성껏 준비한 매실차와 도토리묵을 제공하니 생각하기 나름이 아닐까.

유명 명소답게 봉천사는 주차가 관건이다. 위치가 워낙 외진 산자락이라 개미취 개화 기간에 몰려드는 차량으로, 하루 종일 지독한 정체가 이어진다. 봉천사 개미취 탐방을 계획한다면 평일의 이른 아침에 다녀올 것을 추천한다. 최근에 개방된 문희농장으로 인해 개미취 탐방지가 분산될 수는 있지만 탐방객들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어느 지역에서 출발하느냐에 달라지겠지만, 하루에 두 군데 장소를 염두에 둔다면 봉천사를 먼저 가는 것을 추천한다. 문경 문희농원과 봉천사는 약 58.7km 정도 떨어져 있어, 자가용을 이용한다면 1시간 10분 정도가 소요된다.

개미취는 다년생으로, 뿌리는 한방에서 자완(紫菀)으로 부른다. 기관지 계통에 좋은 약재로도 사용되고 있다. 이른 봄에 올라오는 어린 순은 쌉싸래한 맛이 일품인 취나물로 쓰이고, 수명이 긴 꽃들은 한 달 정도 오래도록 핀다. 여름꽃들이 대부분 지고 난 뒤 곤충들에게 귀한 꽃꿀과 꽃가루를 제공해 벌과 나비 등 생태계 유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꽃이다.

개미취와 비슷한 꽃으로 벌개미취가 있다. 그러나 몇 가지 특징만 알면 쉽게 구분할 수 있다. 개미취는 키가 1.5m에서 2m 정도로 자라고, 줄기 아래쪽 잎이 크고 톱니가 뚜렷하게 깊게 나 있다. 줄기 끝에서 가지가 많이 갈라져 수많은 연보라색 꽃송이가 풍성하게 무리 지어 피어난다. 벌개미취는 키가 50cm~1m 정도로 비교적 단정하고 아담하게 자란다. 잎이 가늘고 길며 톱니가 없거나 희미하다. 개미취는 9월과 10월에 꽃이 피지만, 벌개미취는 6월 여름부터 꽃이 일찍 피기 시작하는 한국의 특산식물이다.

글·사진/지홍석 수필가·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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