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지약 ‘미프진’ 도입한다는데···누가, 언제부터, 어디서 처방받나[Q&A]

김찬호 기자 2026. 9. 1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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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터넷에서 ‘미프진’(임신중지약)을 검색하면 지금도 판매 관련글을 볼 수 있다. 가격은 30~50만원대. 정품인지 가짜인지, 유통기한이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1년부터 올해 5월까지 적발한 임신중지 의약품 온라인 불법판매·알선 광고만 3189건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05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하고 101개국이 허용한 약이, 한국에서는 음성적으로 거래돼 온 것이다.

16일 정부가 내놓은 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은 이 음성적 시장을 국가 의료체계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선언이다.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형법상 자기낙태죄·의사낙태죄 조항은 2021년 1월1일 효력을 잃었다. 그러나 국회가 대체 입법을 만들지 않으며 임신중지 약물은 그 후로도 의료기관에서 처방받을 수 없었다. 이에 정부는 헌재 결정 7년 만에 법 개정을 기다리지 않고 약물 도입부터 추진하기로 했다.

도입 목표는 내년 1분기다. 다만 식약처 허가와 수입·공급 절차가 남아 있고, 미성년자의 보호자 동의 여부와 처방 의사 자격 등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누가, 언제부터, 어디에서 처방받을 수 있는지 정부 발표를 토대로 정리했다.

Q. 도입되는 약이 정확히 무엇인가. 사후피임약과는 어떻게 다른가.

현대약품이 수입 품목허가를 신청한 ‘미프지미소정’이다. 흔히 미프진으로 불리는데 국내에 들어오는 것은 영국 라인파마 인터내셔널 제품이다. 한 알짜리 약이 아니다. 성격이 다른 두 약을 순서대로 먹는 조합이다. 1약인 미페프리스톤이 임신 유지 호르몬(프로게스테론)의 작용을 차단하고, 이어 복용하는 2약 미소프로스톨이 자궁 수축을 유도한다. 신준수 식약처 의약품안전국장은 “1약 미페프리스톤은 신약이고, 2약 미소프로스톨은 1988년부터 위궤양 치료제로 써 온 약”이라고 설명했다.

사후피임약과는 작용 자체가 다르다. 사후피임약은 배란을 늦추거나 억제해 임신이 성립하는 것을 막는 약이다. 이미 자리 잡은 임신에는 효과가 없다. 반면 임신중지 약물은 성립한 임신을 중단시키는 약이다. 둘을 같은 범주로 묶어 이해하면 사용 시점도, 처방 절차도 완전히 어긋난다.

Q. 누가 쓸 수 있나.

허가 신청서 기준으로 임신 63일(9주) 이내다. 그 이유에 대해 정부는 “임상시험 자료 등을 근거로 (제약사가) 임신 9주 이내에 사용하는 것으로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즉 정부가 주수를 정한 것이 아닌, 제약사가 제출한 임상시험이 9주 이내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그 범위로 신청됐다는 뜻이다. 식약처 심사도 이 범위 안에서 진행된다. 이는 WHO 사용 기준(12주)보다는 짧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의료 환경이나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각국에서 정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Q. 임신 9주는 언제부터 계산하나.

WHO의 임신중지 진료지침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마지막 생리가 시작된 날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마지막 생리 날짜가 불확실하면 진찰이나 초음파 검사 등으로 의료진이 임신 주수를 판단한다. 다만 이는 WHO 지침에 따른 설명으로, 정부는 이번 발표에서 임신 주수의 구체적 산정 방법을 별도로 제시하지는 않았다.

Q. 미성년자도 처방받을 수 있나. 부모 동의는 필요한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 식약처는 허가 신청 사항에 별도의 연령 기준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신청서에 기준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미성년자가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보호자 동의 여부는 전체적인 청소년 보호체계 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상황이어서 신중하게 검토하고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연령 기준은 식약처 허가가 아닌 복지부·성평등부가 만들 지침에서 다뤄질 공산이 크다.

지난 7월 23일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네트워크’ 소속회원들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후기 임신중지 여성 ‘살인죄’ 적용 사건 선고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Q. 정확히 언제부터 처방 받을 수 있나.

정부가 제시한 목표는 내년 1분기, 즉 1~3월 안이다. 날짜를 확정한 것은 아니다. 식약처는 허가 신청에 대해 심사가 상당 부분 진행됐고, 위해성 관리계획(RMP) 등 일부 자료 보완·심사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허가만으로 곧바로 병원에 약이 깔리는 것도 아니다. 수입 절차와 표시사항 준비, 수입 안전성·품질 검사, 업체의 물량 확보까지 마쳐야 실제 처방이 시작된다.

Q. 어느 병원에서 처방받을 수 있나. 산부인과만 가능한가.

처방 의사 자격은 의료계와 현재 협의 중이다. 정부는 전문과목 명칭보다 초음파 등으로 임신 주수와 자궁외임신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특정 직역 전문의로 한정하지 않되, 실무적으로는 산부인과 전문의 정도가 돼야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이용 가능한 의료기관의 범위는 세부 기준이 나와야 알 수 있다.

Q. 처방과 복용은 어떻게 이뤄지나. 약은 꼭 병원에서 먹어야 하나.

도입 초기 2년은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직접 처방하고 약을 조제해 주는 ‘원내 조제’ 방식으로 운영한다. 먼저 진료를 통해 임신 주수와 자궁외임신 여부 등을 확인한다. 허가 신청된 복용 방법은 첫 번째 약인 미페프리스톤을 복용하고, 24~48시간 뒤 두 번째 약인 미소프로스톨을 복용하는 것이다. 이후 7~14일 이내에 다시 병원을 방문해 임신중지 결과와 부작용 여부를 확인하도록 돼 있다.

다만 원내 조제와 원내 복용은 다르다. 병원에서 약을 받는다는 원칙은 정했지만, 두 약을 모두 병원 안에서 먹어야 하는지, 복용 뒤 얼마나 머물러야 하는지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Q. 왜 일반 약국에서 조제하지 않나. 2년 뒤에는 가능한가.

이번 방안의 핵심이자 한계다. 이유는 법이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은 의사낙태죄와 자기낙태죄에 대한 것이고, 약사에 대해서는 형법상 처벌이 가능하다는 법무부 유권해석이 있었다. 약사가 조제하면 형사 책임을 떠안을 수 있어 아예 경로에서 뺀 것이다.

2년이 지난 뒤 자동으로 약국 조제가 허용되는 것도 아니다. 정부는 안전성 점검 결과와 형법·모자보건법 개정 상황을 보고 확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거나 안전성 우려가 해소되지 않으면 원내 조제 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네트워크’ 활동가들이 지난해 9월 2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9.28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위한 국제행동의 날’ 맞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Q. 비용은 얼마인가. 건강보험이 적용되나.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는 “도입 초기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로 처방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건강보험 적용은 제약사가 급여를 신청해야 검토가 시작된다. 즉 정부는 제약사가 비급여로 약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경우 가격은 의료기관이 정한다. 다만 정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가격을 보고받아 비교·공개하는 방안을 준비할 계획이다. 약값과 별개로 사전에 시행하는 초음파 검사 등에 건강보험을 적용할 수 있는지는 따로 검토한다.

Q. 지방이나 저소득층 이용은 어렵지 않나.

진료와 복용, 결과 확인까지 병원을 여러 차례 오가야 하는 데다 약국도 이용할 수 없어 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일수록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다. 정부 역시 여성계와 논의할 때 가장 우려가 컸던 부분이라며, 도입 이후 이용 현황을 모니터링해 청소년과 저소득층, 농어촌 거주 여성 등 대상별·지역별 접근성을 파악하고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발표에서 처방 의료기관 확보 방안이나 구체적인 지원책은 나오지 않았다.

Q. 약을 먹으면 확실히 임신이 중단되나. 부작용은 없나.

국내 허가사항은 아직 확정 전이다. WHO와 미국 식품의약처(FDA) 등이 공개한 사용 정보를 종합하면, 약물만으로 임신중지가 완료되지 않아 흡인술 같은 추가 처치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출혈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끝났다고 판단해서는 안 되고 반드시 병원에서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 복통과 출혈은 약이 작용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반응이며 메스꺼움, 구토, 설사, 발열 등이 동반될 수 있다. 드물게 수혈이 필요할 정도의 과다출혈이나 감염이 생길 수 있다. 자궁외임신에는 효과가 없다.

Q. 약물로 임신을 중지하면 나중에 임신하기 어려워지나.

영국 왕립산부인과학회(RCOG)는 합병증 없이 임신중지가 이뤄졌다면 향후 임신 가능성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FDA도 약물로 임신을 중지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임신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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