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부족 호남 반도체, 답은 ‘하수 처리수’…관건은 2.5배 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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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많이 사용하는 반도체 공장에 물을 공급하기 위한 방안으로 하수처리장 방류수를 끌어다 재이용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전남광주의 호남권 반도체 공장은 물론, 최근에는 용인과 평택의 반도체 공장에도 하수처리수 재이용 계획이 발표됐다.
재이용수를 초순수 제조에 투입할 경우 반도체 공장에서 물 공급업체(시설 운영업체) 쪽에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호남권 반도체 공장의 하수 재이용사업에는 약 72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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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권 반도체산단 용수공급 문제 다뤄
하수처리수 재이용 필요성 자체엔 공감
수질 변동과 비싼 물값에 우려도 제기
단가 톤당 800원, 수공 공급단가 320원

물을 많이 사용하는 반도체 공장에 물을 공급하기 위한 방안으로 하수처리장 방류수를 끌어다 재이용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전남광주의 호남권 반도체 공장은 물론, 최근에는 용인과 평택의 반도체 공장에도 하수처리수 재이용 계획이 발표됐다.
하지만, 하수처리수를 재이용하는 데 문제는 없을까. 이와 관련해 지난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는 '국가 3대 메가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산업용수 공급방안 - 재이용수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한 환경정책심포지엄이 한국환경한림원(회장 김재영) 주최로 열렸다.

◇필요한 시설 제 때 건설될 수 있나
호남권 반도체 첨단 국가산업단지에는 하루 65만㎥의 물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지인 광주 군공항에서 약 3㎞ 떨어진 곳에 광주 제1하수처리장이 있다. 하루 60만㎥의 시설 용량을 갖추고 있는데, 기후부는 이곳에 하수 재이용 시설을 설치해 하루 30만㎥의 공업용수를 생산·공급할 계획이다.
기후부는 또 △화성·오산하수처리장(시설용량 하루 12만㎥)에서 삼성전자 기흥·화성캠퍼스로 △수원(하루 21만㎥)에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로 △청주하수처리장(하루 4만㎥)에서 SK하이닉스 청주사업장으로 물을 보내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가동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이들 사업은 보통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 방식으로 진행된다. 민간에서 투자해 시설을 완공한 다음 일정기간 투자비용을 회수한다.
태영건설이 진행하고 있는 수원시하수처리장 처리수 재이용 사업은 지난 2019년 수원시와 업무협약을 체결했지만, 아직 착공하지 못했다. 공사에 3년이 걸리는데, 지난 1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신청했다.
호남권 반도체 단지의 경우 하수처리장과 산단 사이의 거리가 가깝지만, 공급관로만 연결한다고 되는 사업이 아니다. 전처리와 역삼투압(RO) 혹은 이온교환수지, 후처리, 저장·송수시설 등을 새로 건설해야 하는 대규모 플랜트 사업이다. 통상 착공 이후에도 2~3년 이상의 건설기간이 필요하다. 설계·인허가·사업자 선정 등을 포함하면 실제 공급까지는 3~4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

◇반도체 만들 수 있을 만큼 깨끗한가
물을 제때 공급한다 하더라도 수질 문제가 있다. 수질 역시 안정적인 유지가 필요하다.
반도체 공장에서는 초순수 생산해 사용한다. 물에 불순물이 있는 경우 반도체 생산 수율에도 영향을 미친다. 초순수 1㎥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보통 물 4㎥이 들어간다. 역삼투압, 이온 제거, 탈기, 자외선 처리, 한외여과 등 여러 단계로 정화하는 과정에서 오염 농축수와 세정수가 발생하고 버려지기 때문에 초순수 생산량보다 훨씬 많은 물이 필요하다.
호남 반도체 산단에서는 하루 물 사용량 65만㎥ 가운데 절반은 초순수 생산에 투입하고, 나머지는 냉각수나 보일러 용수 등에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이용수를 초순수 제조에 투입할 경우 반도체 공장에서 물 공급업체(시설 운영업체) 쪽에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기본 수질 항목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자동 모니터링을, 자동분석이 어려운 오염물질에 대해서는 주기적인 정밀 분석을 요구할 전망이다.
일정 기간 동안 수질 데이터를 확인한 다음에야 초순수 생산에 투입할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 공장 가동 중에 수질에 이상이 있을 경우 재이용수 공급을 중단하고 대신 댐·하천수 등으로 교체할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

◇물값이 너무 비싸지는 않나
재이용수를 돈을 얼마나 받고 공급하느냐도 문제다. 현재 국내 지방자치단체에서 공급하는 공업용수 가격은 ㎥당 700~900원, 한국수자원공사의 광역정수장에서 공급하는 가격은 320원 정도다.
호남권 반도체 공장의 하수 재이용사업에는 약 72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7200억원을 전액 민간이 투자하고 하루 30만㎥를 30년 동안 공급한다고 가정하면, 단순히 원금만 회수해도 ㎥당 219원이 필요하고, 적정한 투자수익률(7%)과 운영비까지 고려하면 톤당 700~900원 정도는 받아야 경제성이 나올 전망이다.
실제로 이날 심포지엄에서도 하수처리수를 재이용할 경우 ㎥당 800원 정도돼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하루 30만㎥씩 365일 동안 500원을 더 지불한다면 호남 반도체 공장은 연간 548억원을 추가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차원에서 재이용수를 늘릴 필요도 있지만, 물을 많이 사용하는 반도체 공장 입장에서는 일반 공업용수보다 비싼 가격을 주고 재이용수를 사용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명지대 환경시스템공학과 이경혁 교수는 “현재 공업용수는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이지만, 하수 재이용수는 부가세가 부과되는 제품으로 분류돼 있다"면서 조세 체계의 비대칭성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기업의 사회적 기여가 필요
이두진 케이워터연구원 상하수도연구소장은 “민간 투자와 ESG를 결합한 '기존 용수와 경쟁하지 않는 산업용수 확보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댐 증고와 농업용수 용도전환 등은 수몰 보상과 환경영향평가, 수리권 갈등 등을 동반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고,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호남권 메가프로젝트의 총용수수요를 댐·하천에 의존하는 대신, 하·폐수 재이용, 담수화 등의 대체 용수를 우선적으로 개발하고, 반도체 공장 자체 폐수 재이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기업이 대체 용수 처리 인프라 건설에 투자하고, 기존 지표수에 비해 비싼 재이용수, 해수담수화 용수를 구매함으로써 '워터 포지티브(Water Positive)' 관점에서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모범적인 ESG 사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순천향대학교 에너지환경공학과 정종민 교수도 “댐 용수와 하수 재이용수, 기업 자체 폐수 재이용수의 적정 분담량을 사전에 산정하고, 신규 공장 설계단계부터 산업폐수 직접 재이용 확대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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