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이냐 탄천이냐, 전혀 새롭지 않은 논쟁

문준영 기자 2026. 9. 16.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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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이 나은가, 탄천이 나은가.

처음 논란이 된 용산어린이정원(약 30만㎡) 부지만 해도, 이 구역에서 주택 1만 가구 안팎을 공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21년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서울 아파트값이 폭등하자 강병원 당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용산공원 부지 약 20%에 용적률 1000%를 적용해 공공주택 8만 가구를 공급하자는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8월 초 서울 용산어린이정원이 정부가 발표할 주택 공급 계획 검토 대상에 올랐다고 전해지자 용산구 주민들이 어린이정원 일대에 근조화환을 보내며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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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택 공급을 둘러싼 정부와 서울시의 신경전이 대안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양측의 제안 모두 새롭지 않다. 실제 주택 공급까지 넘어야 할 난관도 많다.

용산이 나은가, 탄천이 나은가. 서울에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요구가 강한 가운데, 갑작스럽게 특정 지역이 언급되며 논란이 격화하고 있다. 이번 논란은 8월13일 정부가 발표한 주택 공급 대책을 계기로 본격화했다. 국토교통부(국토부)는 8월13일 2030년까지 수도권에 23만 가구 이상 추가 공급 효과를 내겠다는 내용이 담긴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8·13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에는 교통 접근성이 뛰어난 지역에 신규 공공주택지구 10만 호를 지정해 연내 발표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1차로 서울 강서구와 경기 남양주시, 경기 광주시 등 3개 지구에 2만7000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 나왔지만, 시장의 관심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추가 공공주택지구 7만3000호에 쏠렸다. 정부는 연내, 이르면 9월 말 추가 후보지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 추가 후보지로 용산어린이정원 등이 지정될 수 있다는 추측이 확산됐다.

9월2일 촬영한 용산공원 일대. 지난 8월 용산어린이정원이 신규 주택 공급 후보지로 거론됐다. ⓒ시사IN 박미소

8월14일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 1년 기자간담회에서 “용산어린이정원이라고 하면 좁은 개념이고, 용산공원 전체를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후 국토부는 “용산공원 전체를 개발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공원 내 주택 건설에 적합한 부지를 검토한다는 취지”라고 해명했지만, 이 역시 파장은 컸다. 서울 도심 중앙에 자리 잡은 용산공원은 약 300만㎡로, 여의도와 크기가 비슷하다. 처음 논란이 된 용산어린이정원(약 30만㎡) 부지만 해도, 이 구역에서 주택 1만 가구 안팎을 공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구계획과 용적률 등이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디까지나 추산이다.

‘용산 카드’는 처음 등장한 게 아니다. 2021년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서울 아파트값이 폭등하자 강병원 당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용산공원 부지 약 20%에 용적률 1000%를 적용해 공공주택 8만 가구를 공급하자는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용산공원 일부를 개발해 청년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은 이재명 대통령의 2022년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그러나 용산공원은 지금 당장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이 아니라는 점이 ‘용산 카드’의 걸림돌이다. 2004년 한·미 양국이 용산기지 이전 협정에 합의한 이후 2008년 1월 용산공원조성특별법(특별법)이 시행됐다. 특별법은 용산 미군기지의 부지를 ‘본체부지’와 ‘주변산재부지’로 나누는데, 본체부지 전체는 반드시 공원으로 조성해야 하며 공원 이외의 목적으로 용도를 변경하는 것이 금지된다. 지금까지 개발이 추진된 곳은 캠프킴·유엔사 등 주변산재부지에 한정돼 있다. 용산공원 부지에 주택을 지으려면 특별법을 개정해야 한다.

미군의 반환 절차가 끝나지 않은 데다, 토양오염 조사와 정화 작업이 필요해 착공 시점을 장담하기도 어렵다. 2020년 주택 공급지로 발표된 용산공원 옆 캠프킴 부지는 6년이 지났지만 정화 작업이 끝나지 않아 착공하지 못했다. 서울 시내 대규모 녹지를 잃을 수 있다는 데에 주민 반대도 거세다. 8월 초 서울 용산어린이정원이 정부가 발표할 주택 공급 계획 검토 대상에 올랐다고 전해지자 용산구 주민들이 어린이정원 일대에 근조화환을 보내며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탄천은 용산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오세훈 서울시장이 용산공원 개발에 “1㎝도 동의할 수 없다”라면서 꺼낸 카드가 탄천물재생센터다. 구체적으로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 탄천물재생센터 약 40만㎡와 서울무역전시장(세텍, SETEC)·동부도로사업소 부지 약 7만㎡를 연계해 주택과 피지컬 인공지능 연구단지를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오 시장은 이 부지의 절반을 주거로 사용할 경우 최대 1만3000가구까지 주택 공급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8월28일 촬영한 탄천물재생센터.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곳에 주택과 연구단지를 조성하는 계획을 국토부에 제안했다. ⓒ시사IN 박미소

새로운 발상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2018년 12월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2차 수도권 주택 공급 계획’에 동부도로사업소가 포함됐다. 당시 공급 물량은 2200가구였다. 그전까지 서울시는 이 일대를 전시·컨벤션 산업을 중심으로 개발하려던 터라, 공급 계획이 발표되자 주민 반발이 뒤따랐다. 2019년 11월 4일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 회의록에 당시 상황이 기록돼 있다. 김평남 전 서울시의원은 “(동부도로사업소 일대에) 6년간 시 예산이 20억원 정도 투입돼 개발 용역까지 마치고 MICE 산업 육성용으로 계획하겠다고 했는데, 공공주택 부지로 결정돼서 주민들의 불만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2020년에도 동부도로사업소 일대를 SETEC과 연계해 약 7000가구를 공급하는 방안이 또 한 번 제시됐지만, 이 역시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탄천물재생센터만 놓고 봐도 어려움이 있다. 물재생센터를 이전할 부지를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기피 시설인 하수처리시설의 특성상 이전 부지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 오 시장은 2년 전인 2024년에 이미 양재천·탄천 일대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을 마쳤다고 하지만, 물재생센터를 어디로 이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결국 용산과 탄천 둘 다 과거부터 반복해서 검토돼온 후보지다. 더 이상 새 땅을 찾기 어려운 서울에서 공공 부지를 놓고 어느 곳이 더 나은지 비교하는 일이 불가피한 측면은 있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두 후보지 모두 주택 공급 ‘속도전’과는 거리가 멀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 오세훈 시장이 꺼내 드는 또 다른 카드가 ‘정비사업’이다. 오 시장은 재개발·재건축으로도 주택 공급을 확대할 수 있다며 이주비 대출 규제완화 등을 건의하고 있다. 하지만 정비사업을 단순 공급 대책으로만 이해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최경호 주거중립성연구소 수처작주 소장은 “재건축·재개발은 기존 주택을 허물고 새 단지를 만드는 일이다. 공사를 하는 3~4년간 이주 수요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는 가구 수가 늘어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주택 공급이 오히려 감소하는 ‘멸실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정비사업의 멸실 효과를 상쇄하려면, 신규 공공택지 개발과 정비사업 시기를 맞추는 노력도 필요한데, 정작 이런 논의는 ‘어느 부지가 더 낫다’라는 대안 경쟁에 밀려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김윤덕 장관과 오세훈 시장의 회동이 뚜렷한 결론 없이 마무리된 가운데, 8월30일 개각이 단행되면서 재정경제부와 국토부 수장이 교체됐다. 신임 국토부 장관 직에는 홍지선 현 국토부 제2차관이 지명됐다. 홍 후보자는 지명 이튿날인 8월31일 이번 논란을 두고 “서울시와 충분히 사전 협의를 해 정책이 현장에서 작동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경제정책 전반을 기획·조율하는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마저 9월1일 퇴진하며, 그동안 이재명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을 주도하던 인물들이 대폭 교체됐다. 정부의 정책 기조에 변화가 생길지, 향후 부동산 시장 전망을 둘러싼 변수가 늘어났다.

8월26일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김윤덕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 주택 문제를 논의하고자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2차 회동을 가졌다. ⓒ연합뉴스

 

문준영 기자 juny@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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