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수시 접수 '먹통'에 흔들린 입시 공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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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대학입시만큼 온 국민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안도 드물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듣기평가 시간에는 비행기 이착륙이 통제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14일 기자단 정례브리핑에서 "원서접수 체계가 대행사와 개별 대학 간 계약 관계이다 보니 교육부가 관리하거나 업무를 위임하는 구조가 아니다"고 말했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공공 원서접수 시스템 구축을 시도했지만 2013년 업체들의 가처분 신청으로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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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안정, 정부가 챙겨야
이미경 사회부 기자

한국에서 대학입시만큼 온 국민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안도 드물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듣기평가 시간에는 비행기 이착륙이 통제된다. 관공서와 기업의 출근 시간도 늦춰진다. 시험 문제 하나에 오류가 발생하면 나라가 들썩인다. 한국 사회에서 대입은 단순한 상급학교 진학을 넘어 12년간 쏟아부은 노력을 평가받는 ‘국가적 의식(儀式)’에 가깝다. 모든 수험생이 같은 조건에서 경쟁한다는 ‘공정성’이 생명인 이유다.
그런 대입에서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2027학년도 수시모집 원서접수 마감을 10분 앞둔 지난 11일 오후 5시50분, 원서접수 대행사 유웨이어플라이의 시스템이 멈췄다. 접수 마감은 한 시간 연장됐다. 그사이 일부 대학의 최종 경쟁률이 공개되면서 누군가는 이를 모른 채 원서를 내고, 누군가는 확인한 뒤 지원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잠깐의 서버 장애로 수험생들이 서로 다른 조건에서 경쟁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정부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내놓은 구제책은 또 다른 공정성 논란을 낳았다. 교육부는 장애로 접수를 마치지 못한 수험생을 최대 1200명으로 추산하고 구제에 나서기로 했다. 구제 대상은 장애 당시 원서를 작성·저장하거나 결제를 시도한 전산 기록이 있는 수험생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제출한 수험생 사이에서 ‘역차별’이라는 반발이 나왔다. 원서접수 기간이 충분했고 마감 직전 접속 장애 가능성도 사전에 안내됐다는 이유에서다. 끝까지 ‘눈치게임’을 하다가 지원하지 못한 학생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 게 공정하냐는 지적이다.
민간업체의 서버 장애가 대입 공정성 논란으로 비화한 데는 교육당국의 책임도 있다. 수십만 수험생의 진로가 걸린 대입 원서접수를 민간업체 두 곳이 과점하고 있지만 시스템 안정성을 점검하고 장애에 대비할 교육당국의 직접적인 관리·감독 체계는 없었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14일 기자단 정례브리핑에서 “원서접수 체계가 대행사와 개별 대학 간 계약 관계이다 보니 교육부가 관리하거나 업무를 위임하는 구조가 아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관리·감독의 공백이 30년 가까이 방치됐다는 점이다. 1997년 민간업체가 시장에 진입한 뒤 두 업체 중심의 구조가 굳어졌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공공 원서접수 시스템 구축을 시도했지만 2013년 업체들의 가처분 신청으로 무산됐다. 이후 지금까지 별다른 보완책은 없었다. 교육부는 이번 사고를 업체의 시스템 장애로만 치부해선 안 된다. 30년 가까이 이어진 관리 공백을 이번에도 그대로 둔다면 대입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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