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진의 낯선 사이]경찰 무기 수출과 무기 박람회를 생각하며

정희진 월간 오디오매거진 ‘정희진의 공부’ 편집장 2026. 9. 1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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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살상’의 부흥이 이재명 정권의 업적으로 기록될 판이다. K방산은 이미 국가전략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의 무기 수출은 민주주의 도살, 자연 파괴, 직접적 살인 행위다. 자본주의는 본디 ‘경제’ 그 이상이었다
한국은 이제 세계적인 무기 수출국이 됨으로써 낸시 프레이저가 말한 ‘식인 자본주의’를 실현하게 되었다

며칠 전 국제정치를 전공하는 이에게 내가 군사주의를 공부하고 있다고 하자, 그는 놀란 표정으로 “박정희 군사 독재가 끝난 지가 언젠데…”라고 말했다. 나도 놀랐다. 나 역시 “아니, ‘일상의 군사주의’라는 개념이 나온 지가 언젠데”라고 속으로 말했다.

1959년 알프레드 바그츠는 그의 저서 <군사주의의 역사(A history of militarism)>에서 군사주의와 군사주의적 방식(military way)을 구분했다. 군사주의적 방식은 전시보다 그렇지 않은 시기에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즉 군사주의적 방식은 실제 전쟁을 목적으로 하는 군사 업무 전반과 상관없이 힘(武力, forces)을 신봉하는 문화를 의미한다.

군사주의적 방식은 힘의 원리에 의한 문제 해결 방식으로, 일상의 군사주의를 설명하기에 적합한 개념이다. 군사주의적 방식은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문화이자 삶의 조건이다. 군부 독재 시대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가 인간을 집어삼킬 정도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시대, 인류는 보살핌이나 책임의 원리보다 더욱더 힘과 영향력에 의한 일상을 감당하고 있다.

기존의 서구 페미니즘 이론은 안보 이데올로기를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국외는 폭력이 만연한 약육강식의 무정부 상태이고, 국내는 그러한 국제질서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안정과 질서의 공간이라는 안보 논리의 전제는 여성을 비롯한 대다수 비국민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교제폭력이나 아내에 대한 폭력에서 보듯이 여성에게는 국내나 가정이 더 위험한 공간일 수 있다. 많은 경우 여성이나 장애인들은 일상적으로 국가 내부에서 가장 큰 폭력적 상황에 노출된다. 국내 정치와 국제관계가 분할됐다는 이데올로기, 즉 국가라는 경계 자체가 국민국가 내부의 타자인 ‘비국민’에게는 의미 있는 정체(政體)가 아니라는 얘기다.

버지니아 울프의 말대로 “여성에게는 조국이 없다.” 노동자, 동성애자도 마찬가지다. 동성애자에게는 외국군보다 이성애 제도가, 장애인에게는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체제가 더 위협적일 수 있다. 이들 국민국가 내부의 타자들은 공사 영역에 걸쳐 문화와 정상성이라는 이름의 일상적, 구조적 폭력에 시달린다. 이들에게 정치는 선거, 혁명, 전시에 국한되지 않는다. 24시간 365일, 일상 자체가 정치적이며 갈등적인 시공간이다.

그러나 앞에 쓴 이야기들은 한국이 식민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세계 군사력 5위, 무기 수출 점유율 4위가 된 상황에서 서구 페미니즘 이론을 ‘적용’할 경우의 이야기이다. 사실 우리는 지난 세기 식민과 분단, 전쟁으로 남녀노소 ‘모두가 힘들었다’. 서구 이론은 우리 현실과 맞지 않는다. 남한 사회는 부국강병을 꿈꿀 수밖에 없었다.

지난 한국 근현대사의 경험은 우리의 윤리의식을 마비시킨 측면이 있다. 이른바 ‘피해자 의식(victimhood) 민족주의’다. 나는 한국에서 하기 힘든, 다시 말해 대중적인 소구력을 갖기 어려운 사회운동이 환경운동과 평화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이 운동들은 모두 서구 중심의 근대성을 극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한국 사회는 여전히 서구의 근대화 모델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당대 한국의 진보 세력은 ‘K민주화’를, 대기업들은 ‘K살상’을 수출하고 있다. 한국 사회는 기업들이 다른 나라에 무기를 수출하는 상황에 대한 문제 제기가 극히 미약하다. 오히려 자랑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향후에도 지속될 한국 경제의 원동력이 된다는 무기 수출에 대한, 공론장이 절실하다.

경찰 무기

무기는 국가 간 전쟁 시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지금은 전 지구적 내전 시대이다. 평화운동단체 ‘전쟁없는세상’은 최루탄, 물대포 등 경찰이 사용하는 무기 수출은 일상의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점에서 전쟁용 무기‘보다’ 심각하다고 주장한다. 한국은 경찰 무기를 많은 나라에 수출하고 있다. 한국산 경찰 무기의 남용으로 해당 국가에서 사람이 죽고 다치거나 민주주의 억압용으로 기능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산 경찰 무기를 수입한 35개국 중 약 90%에 달하는 31개국은 억압적 정권으로 분류되는 국가들이다. 그중 바레인, 인도네시아, 튀르키예, 페루 등 최소 10개국에서 지난 10년간 적어도 80명 이상이 한국산 경찰 무기 사용의 직접적 결과로 사망했다. 하지만 한국산 경찰 무기 수출에 대해 정부의 관리 감독이나 규제는 미흡하다.

한편 오는 12월8일부터 11일까지 ‘K-DEX 2026’이 경기 일산시 킨텍스에서 열린다. ‘K-DEX’는 ‘대한민국 국제지상군방위산업전’(Korea International Army Defense Exhibition)의 줄임말로 이번 주제는 “피지컬 AI, 전장을 지배하다”이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 대한민국 육군협회, 한국방위산업MICE협회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무기 전시회에 가자지구 학살에 가담한 기업들의 참가가 예상된다. 이 기업들은 ‘팔레스타인 실험실’에서 자행한 학살과 파괴로 그 성능을 검증받았다며 전쟁 무기를 팔아왔다. 몇몇 무기 회사는 자사 제품 홍보를 위해 그 무기가 팔레스타인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파괴와 살상을 수행했는지 내세우기도 한다.

특히 ‘가자 학살 오적’이라 불리는 록히드 마틴, 엘빗 시스템즈, IAI, 라파엘 및 이스라엘 국방부는 2023년 10월7일 이후 본격화된 가자 학살뿐 아니라 훨씬 이전부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절멸 정책에 적극 가담해왔다(평화운동단체,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9월7일자 뉴스레터). 프랑스 등 국제사회는 이들 기업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그런 나라들도 이미 세계적인 무기 수출국이다.

식인 자본주의

자본주의 기술은 식량과 무기를 대량 생산한다. 가장 큰 문제는 식량이 부족한 사회에 무기만 넘쳐나는 경우다. 자본주의 사회는 못 만드는 것이 없고, 못 팔 것도 없는 세상인가. 이 자유는 매우 위험하다. 자유라는 패러다임 자체가 우리의 상상력을 제한한다. 자유 대신 책임이 화두가 돼야 한다.

인체에 유해한 식품부터 고민거리다. 한국이 불량 식품을 수출했을 경우, 우리는 이를 “망신”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무기 수출은 대개 규모가 큰 수출이고, 기술력의 수출인 양 생각한다. 일부 진보 세력도 가담한 이 ‘가해자의 애국심’을 우리는 어떻게 성찰, 규제할 것인가.

‘K살상’의 부흥이 이재명 정권의 업적으로 기록될 판이다. 이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전쟁 행위를 비판했지만, 무기 수출을 위한 세일즈 외교에는 적극적이다. K방산은 이미 무기 수출을 넘어 한국의 국가전략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무기 수출이 국가전략 산업이라니. 1970년대 한국의 대표적인 수출품들은 철광석을 비롯한 원자재였다. 놀라운 변화지만, 이것이 지난 세월 우리가 그토록 염원하던 정상(正常) 국가인가? 우리가 생각하는 보통 국가는 사실 미국을 모델로 하는 것이다. 전쟁을 일으키는 국가, 타국에 파병을 강요하는 국가, 무기를 수출하는 국가, 문화제국주의 국가… 이처럼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예외적인 특수한 국가다.

근대 자본주의는 생각보다 다양한 국가 공동체 모델이 있다. 군대 없는 나라 코스타리카, 중립국 스위스는 모두 평화로운 사회이고 외침의 걱정이 없다. 반면 우리는 무장하지 않으면 “무조건 당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미국이 ‘주입한’ 제로섬 게임의 사고방식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무엇이든 팔 수 있는가?’라는 나의 의문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인신매매, 장기매매, 성(sexuality) 산업에서 거래되는 여성의 몸을 보라. 자본주의는 영혼도 판다. 하긴 자본주의 자체가 노예 사냥과 매매로부터 시작됐으니 새롭지 않다.

그러나 한국의 무기 수출은 새로운 현상이고 확장된 인식 프레임을 요구한다. 무기 수출은 민주주의 도살, 자연 파괴, 직접적 살인 행위다. 자본주의는 본디 ‘경제’ 그 이상이었다. 한국은 이제 세계적인 무기 수출국이 됨으로써 낸시 프레이저가 말한 ‘식인 자본주의’(cannibal capitalism)를 실현하게 됐다. 식인 자본주의에 대한 프레이저의 저서 <좌파의 길>(서해문집, 2023)의 원제는, <자본주의 체제는 민주주의와 돌봄, 지구 그리고 우리의 실천 가능성을 어떻게 집어삼키고 있는가>이다.

정희진 월간 오디오매거진 ‘정희진의 공부’ 편집장

정희진 월간 오디오매거진 ‘정희진의 공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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